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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 (TV,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 소설)

하녀


다들 아시다시피 고 김기영 감독의 1960년 희대의 문제작 '하녀'의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솔직히 필자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본적이 없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1960년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영화가 나왔다면 그에 따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리메이크라 하니 원작과의 비교를 안할 수가 없으므로 인터넷을 뒤져 보신 분들의 원작과의 비교 포인트를 몇개 골라봤습니다.
원작 : 남편 - 우유부단한 지식인
         아내 - 가정을 지키는데 혈안이 된 귀부인
         하녀 - 신분제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발톱을 드러냄
리메이크 : 남편 - 자본주의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자본가
               아내 - 허영과 질투를 가진 독한 아내
               하녀 - 착하기만 한 순둥이
               여사 - 원작에는 없는 체제에 길들여진 늙은 가정부

다른 사람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리메이크작 '하녀'에게 가장 기대했던건 바로 파격정인 '정사씬'이었다.
단순히 야한 것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1960년도에 일어났던 파장에 걸맞는 요즘 시대를 대표하는 격정적인 몸짓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단 하나의 가정집에서 벌어지는 '궁중 암투'가 떠올랐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게 좀 거시기 해서 그렇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서로서로를 견제하는 그들만의 파워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숨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남편 팀의 '시어머니'가 한번쯤 등장해서 파워게임의 균형추를 맞춰주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했는데...)

영화 속 남편과 아내의 캐릭터를 보면, 내 주변에는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어쩌면 흔하게) 존재할 것만 같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전도연'의 하녀 캐릭터 같은 인물이 과연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은 어쩌면 필연일 수 밖에 없다.
(하긴 생각해보면 바로 몇달전에 TV 시트콤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결국 TV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윤여정'의 캐릭터가 가장 공감이 갖는데....
한때는 마을에 잔치라도 벌릴만한 신분상승을 이룬 '검사'를 아들로 두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 또다른 계급인 자본가(정확한 직업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라는 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아더메치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한)'할 수 밖에 없는 가정부라는 하층(?)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윤여정'의 캐릭터는 현대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에 만들어낸 새로운 신분제의 전형으로 보였다.

영화의 결말부를 보면, 오히려 리메이크가 1960년대 같고, 원작이 2010년에 더 어울릴 것 같아 보인다.
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류의 결말은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이름하에 소개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진부해진 결론이다.
영화 속에서 말한 것 처럼, '한번 꿈틀거려 보겠다'고 했는데... 정말이지 꿈틀거려 봤을 뿐이다.
'그들'은 더러운 거 피하듯 그냥 피해버렸다.
혹자는 딸에게 미칠 파장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마지막에 궂이 딸을 중심으로 카메라질을 하는게 그런 의도일 거라고 짐작하지만, 어쩌면 (아직은 순수하고 착한) 그 딸의 입장에서도 그냥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괜히 다른 세상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모든 일을 겪고도, 결국 그 집안에 들어가서 마치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하녀'일을 하는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 제대로된 복수가 아니었을까 ??? (그 과정이 만만치 않겠지만, 협박과 회유라는 나름의 술책이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하녀 입장에서는 '딸'에 대한 애정을 볼모로... 아내 입장에서는 세상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볼모로... 남편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묘한 감정을 볼모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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