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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 (TV,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 소설)

북 오브 일라이

* 감상평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은 먼저 영화를 보시고 읽어주세요.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 감상평에 앞서 먼저 또 다른 영화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6년 센세이션을 몰고온 걸작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이다.

북 오브 일라이와 칠드런 오브 맨은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있는 영화이다.
우선 배경이 둘 다 근미래이며, 둘 다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희망이 없는 사람들 속에서 희망과 구원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더욱이 둘 다 원작 소설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에 씬에서 작은 조각배에 의지하여 바다를 건너고, 구원의 상징인 소녀를 남긴채 남자주인공은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숨을 거두게 되는 것 또한 비슷한 느낌이다.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심지어 이것까지 닮았네..." 라고 생각하는게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궂이 두 작품을 비교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나 결말이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른바 근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두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결국에 가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필자는 둘 다 원작 소설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았고, 둘 다 예기치 않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제부터는 북 오브 일라이에 집중해보자)

아마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북 오브 일라이'의 기독교적 세계관, 즉 구원의 메시아가 결국은 성경이었냐??? 하는 대답에 좌절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영화보는 내내 짐작은 했으나 솔직히 그게 아니길 바라긴 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만든 사람들의 주요 세계관이 그런걸 어쩌랴??? 지금 세상이라는 것은 종교조차도 파워게임을 하는 중이다. (또다른 일례가 얼마전 방송된 미국 드라마 중 하나인 '슈퍼 내츄럴 시즌 5'에서 전세계 모든 주요 신들을 신도 아닌 루시퍼가 가볍게 상대하는 장면도 있었을 정도니 말 다한거지...)

이 영화, 마지막 일라이의 책에 대한 정체와 일라이 자신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그냥 잘 만든 액션 영화였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로 그 두가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왠지 모를 깊은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 적인 억지라고 한다면, 필자로서도 반박할 여지가 없긴 하지만, 종교 관계를 떠나서 믿음과 신념에 관해 이처럼 잘 표현하기도 힘들다는 점은 확실히 인정할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줄만한 영화이다.
어찌되었건 잘 살렸고, 벅찬 감동은 아닐지라도 왠지모르게 숙연해지고, 경건해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몫을 다했다고 본다. 정말이지 간만에 좋은 영화 한편 보게 되었다.

이왕이면 쭈욱~~ 칭찬해주고 싶지만, 설정상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잠깐 딴지를 놓아보고자 한다.

1. 일라이는 (아마도) 핵전쟁 이후 겨울을 30번 보냈다고 했고, 핵전쟁 이후 1년을 지하에서, 그 후 지상에 나와 신의 계시로 책을 발견한 후, 그때부터 쭈욱 여행을 했다고 했는데... 아무리 적게 계산해봐도 적어도 28년 정도는 여행을 해왔다는 셈이 된다. (영화 대사에 나와있으니 그냥 30년이라고 하자..) 지리적 배경이 미국이라면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데, 아무리 걸어서라고는 해도 30년 씩이나 걸릴까???  (상징적인 건물의 지표를 보면 미국이 확실해보인다) 혹 배경이 미국이 아닌 더 큰 대륙이라고 하더라도 그정도는 안걸릴 것 같은데....

2. 일라이가 들른 지역의 갱단은 일라이를 쫓아 차를 타고 달려오는데.... 그정도의 기름이 있다면, 이미 충분히 다른 지역으로 서로 교류가 이루어졌어야 맞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기름이 아까워서...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소녀가 갱단과 헤어진 후, 일라이를 데리고 얼마나 더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시간적 흐름을 봤을때 갱단이 마을에 도착한 걸 하루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면, 소녀가 반대편으로 도망간 거리도 그정도라고 여겨진다. 결국 차로 이틀 정도밖에 안걸리는 거리라는 얘기가 되는데... 핵전쟁 이후의 시간적 흐름을 봤을때 그 충분한 시간동안 차로 이틀 거리의 지역을 벗어나본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생각해보니 심지어 오토바이도 있었군...)
그렇다면 이곳말고 자원이 충분한 곳이 있다는 것이 언젠가는 알려졌을테고, 욕심에 충만한 이들 갱단이 아무리 기름이 아깝더라도 그곳에 안가봤을리 만무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터전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을까 ???

3. 영화에서 중요한 역활을 하는 솔라라 는 어떻게 운전을 배웠을까 ??? 스스로 갱단 두목의 소유물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갱단 두목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운전을 가르치는 선의를 베풀었을리 만무하다. 심지어 단 한방울의 기름 소비도 아껴야할 시대가 아닌가???
또한, 솔라라의 어머니는 어떻게 점자책을 읽을 수 있는걸까 ??? 어렸을때부터 눈이 멀었다고 했으니 아주 어렸을때 배웠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의 책이란 책이 거의 말라버린 세상에서 별로 흔하지도 않은 점자책이 남아 있을리 만무하다. 딸인 솔라라는 글을 못읽는다고 했으니 문맹이란 얘긴데... 본인이 점자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토록 사랑하는 딸을 문맹으로 남겨놓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설사 강제로 못하게 했더라도 몰래몰래 가르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결국 솔라라의 어머니도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 일라이의 북을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은 너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