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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보드게임 주관 행사] 송파愛, 보드게임 있어요!

회상
작년 즈음인가? 모 보드게임 대표업체 분과의 대화 중에 "따로 인원만 모아주면 어디서든 보드게임 행사를 열어주겠다."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최소 규모가 50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올해 보드게임 수업 도중에 한 학생의 어머니께서 얼핏 우리나라에도 보드게임 대회가 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으셨는지 그에 관해 물어오시더군요. 제가 아는한 바로 그 업체에서 진행하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관해 궁금해하셔서 업체분과 전화통화를 해서 대략적인 상황을 알려드렸죠.
결국 인원의 문제로 흐지부지 되는가 싶었는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발단
근 몇년간 필자가 주로 활동하던 시민단체(?)가 하나 있는데, 중랑구에 있는 [민중의 집 '사람과 공감']이라는 곳입니다. 2013년으로 넘어오면서 지지부지했던 지난 활동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시민참여 활동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발단은 운영비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비영리단체인 관계로 특별한 지원없이 오직, 순수하게 '민중의 집' 후원회원들의 월 회비로 운영되는데, 이게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불균형으로 인해 조만간 적자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던 것이죠.
그래서 나름 이것저것 여러가지 행사를 통해서, 후원회원들을 확보할 방안으로 여러가지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주된 활동가로서 필자로서도 뭔가 돕고 싶지만, 아는 것이 '보드게임' 밖에 없는지라... 과거의 행사관련 이야기가 떠오르게 된 것이죠.



참가 인원 모집
이 당시에 가장 중요했던 사항은 과연 어떻게 참가인원을 모을 것이냐??? 였습니다.
앞서도 밝혔듯이 행사를 위한 보드게임을 지원해줄 보드게임 회사에서 요구한 최소인원이라는게 존재했었으니까 말입니다.

당시에 개학과 함께 보드게임 수업이 종료된 지역아동센터가 하나 있었는데, 워낙 열성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에 서로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더랬죠. 생각해보니, 이곳의 아이들만 참여하더라도 30명 정도는 나올 것 같으니, 이런 식으로 1~2군데의 지역아동센터를 섭외해서 행사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시작이 반이라고, 평소... 귀차니즘만 없다면, 나름 행동하는 유형에 속하는 필자 특유의 밀어붙임으로 바로 연락을 드렸죠. 운이 좋게도, 그렇지 않아도 보드게임 수업이 끝나서 심심해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쁘게 받아들여 주셔서 일단 행사를 강행할 최소 요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인원이 아직 모자라지만, 다른 지역아동센터에 따로 연락해주시는 성의를 보여주셔서 일단 어렵지 않게 인원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사소한 반전이 한번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인원에 문제는 없었더랬죠...)

후원 보드게임업체 선정
원래대로라면, 처음 얘기 나눴던 업체와 행사를 진행했었야 합니다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회사의 주력 상품이었던 게임의 난이도가 저학년 아이들이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못할 것은 없습니다만, 짧은 시간내에 상품이 걸린 대회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또다른 업체를 하나 섭외했는데... 바로 최근 신작 보드게임을 많이 발굴해낸 '딘코 게임즈'였습니다.
이 회사의 '액션 가위바위보"는 쉽고 간단한 룰에 가위바위보의 랜덤성으로 초보자들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적절한 난이도를 가진 게임이었던 것이죠.

사실 비화가 하나 있는데, 앞서 설명한 업체에게도 전화를 드렸습니다만, 사장님이 출장중이셨습니다. 직원분께 연락처를 남기고 연락을 기다렸습니다만, 연락이 없으시더군요. 나름 적극적이셨던 '딘코 게임즈'가 결국 행사 전체를 떠맡게 된 것이죠.

장소 섭외
지금와서 또다른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을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인원이 아닌 장소의 문제였습니다.
사실 장소는 '돈'만 있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돈'이 없다는 것이죠.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이쯤에서 다소 의문스러울 것이 있을 것입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인 '중랑 민중의 집'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랑구'에 속한 단체입니다. 그쪽에서는 나름 알려진 곳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왜??? 송파구에서 행사를 개최하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은 단순한 문제죠. 사람이 거기에 있으니까 입니다. 후후후
주요 활동 영역인 중랑구에서 행사를 하고 싶지만, 보드게임 업체의 주된 타깃인 아이들과의 연계가 거의 없다보니 (주로 청년 위주의 시민 활동을 전개함) 인원을 모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게다가 필자와 대표 운영위원 1명을 제외하고는 보드게임에도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고, 그나마 이런 행사 경험을 가진 사람은 저 하나 뿐인 상황이니, 멋도 모르고 괜히 덤벼들었다가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 이유로, 일단 주요 참가 단체중 하나가 필자와 오랜시간 보드게임 수업을 받았던터라 보드게임에 익숙해 있으며, 인원적으로도 유리한 점이 많은 송파쪽에서 먼저 시험적으로 행사를 개최해보자는 목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장소 얘기하다가 옆으로 많이 샌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만약 어찌저찌 인원을 모아 중랑구에서 행사를 개최했다면, 나름 행정적인 노하우를 발휘해서 어떤 식으로든 후원을 따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쪽에서는 나름 경험이 많으니까요. 문제는 송파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장소에 관한한 전혀 후원을 받을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런 저런 장소를 여러차례 살펴보았으나 물건너 가기를 여러번 한끝에 인원을 모아주신 지역아동센터 쪽에서 단월드라는 '보드게임'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장소를 소개해주셔서 가봤습니다.



보드게임 행사 개요
인원 : 파란하늘공동육아, 송파꿈나무지역아동센터
장소 : 송파 단월드
후원 : 딘코 게임즈
행사 진행 : 중랑 민중의 집 '사람과 공감'
일시 :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지역아동센터'는 특별한 행사를...
'업체와 단월드'는 자체 홍보를...
'중랑 민중의 집'은 행사 노하우 라는 목적이 화합하여 보드게임 행사로서 '송파愛 보드게임 있어요~!!'가 그 막을 열리게 되었습니다.



위기
보드게임 행사는 처음이지만,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여러차례 준비해본 민중의 집 운영진과 행사 준비는 처음이지만, 보드게임 행사는 수십여차례 진행해본 필자...
보드게임 행사라는게 결국 "사람이 많아진 보드게임 수업의 일환일 것이다."라는 믿음이 강했는데...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필자의 이런 생각에 가깝게 행사가 진행된 것 같기는 합니다만...)
중요한 건... 늘, 항상, 언제나, 반드시, 틀림없이, 생각지 못한 돌발변수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테이블 : 보통의 보드게임이라는 것은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에 펼쳐놓고 하는 것이 보통인데... 단월드 라는 장소의 특성상, 의자를 놓기에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매트위에 의자를 놓게 되면, 매트가 상하게 될테니까요. 결국 좌식 테이블을 놓아야 된다는 것인데 이건 일반적으로 빌리기도 애매한 거지요. 결국 지역아동센터 분의 영웅적 도움으로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게임 (액션 가위바위보) 대회 : 단지 필자의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행사 준비 초기때부터 게임 대회를 구성하여 진행하고픈 욕심이 있었습니다. 마침 적당한 게임도 있었고 말이죠.
관련하여 '결승전 중계방송'이라는 크나큰 프로젝트로 준비했었습니다. 이를 위한 연습도 마련했고요. 어찌저찌 진행은 됐었는데, 가장 기대가 컸던 '결승전 중계방송'이 장소에 비치되어 있던 '프로젝터'의 인식불량으로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프로젝터를 따로 준비해갔었을텐데요...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다양한 게임 체험의 부재 : 사실 준비는 충분했습니다. 다만, 온 신경이 게임 대회쪽에 몰리는 바람에 그 밖의 다른 게임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지요. 개인적으로는 대회가 토너먼트 방식이라 결국 탈락한 친구들이 다른 게임 쪽으로 몰릴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남아서 다른 사람꺼 구경하거나, 집에 일찍 가버리거나 등등... 첫번째 예선전 이후로는 약간 돗대기 시장 분위기가... 쩝...

행사 개회 및 폐회식 부재 : 사실 이런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멋들어지게 나와서 박수받고 일장연설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참가자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안하겠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 다음을 위해서라도 뭔가 [행정적인 뽀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거든요.
나름 시간 배분까지 해가며, 준비를 했었는데.... 개회식은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오지 않는 바람에 게임 설명에 밀려버렸고, 폐회식은 중간에 가버린 사람이 많아서 흐지부지 되어 버렸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그다지 미안한게 없는데, 장소를 제공해주신 단월드 관계자분께는 약력 소개까지 받고 흐지부지 되는 통에 많이 미안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만, 대회 시상식만큼은 약식이라도 진행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행사 진행 요원 문제 : 이번 행사를 준비, 진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돈'이라도 있으면 사람 써가면서 알차게 꾸렸겠지만,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민중의 집 측도 그렇고, 게임 업체도 그렇고... 너무 인원 관리에 소홀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업체에서야 그쪽의 선택이시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래도 명색이 '민중의집' 이라는 간판을 걸고 하는 사업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운영진조차 빠져나가는 인원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이 행사의 비중이 어느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더 크게 다가오게 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나름이 사정들이 다 있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이 가장 크게 어필할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ps) 결국 행사 진행요원의 문제라면, 혹시나 다음의 행사에서는 대회보다는 체험존 위주의 "알아서 놀아라~~" 방식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봅니다.

ps) 언젠가는 보드게임 행사만을 전문으로 기획, 추진하는 팀을 꾸려 운영해보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뭐.. 한번 해보니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드네요. 후후후


마치며 
생각보다는 어려운 점도, 생각보다는 쉬운 점도 분명히 공존했던 행사였습니다.
결과야 어떻든, 과정면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서 이뤄낸 첫번째 행사였던 만큼 필자로서는 많은 점을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행사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러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