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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2.09.09.일] 행복한 바오밥 파티 현장

프롤로그 :
국내 보드게임 제작사 중 가장 열심히 대외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행복한 바오밥'에서 또다른 축제의 현장을 마련했다.
매달 꾸준히 열리고는 있었지만,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발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오밥 이외의 다른 제작사들과 함께 협업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꽤나 의미심장한 일이라 생각된다.

행사장 전경

넓은 장소이다.
사진상으로는 한가해 보이지만, 필자가 도착했을 당시의 모습이라 그렇고, 나중이 되면, 행사장 안이 가득차게 된다.

역시 필자와 같은 매니아들은 뭐니뭐니해도 신작이 반가운 법....

광고(?)상으로는 에센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고는 했지만, '보드엠'의 재고 처리 느낌이 살짝 들었다.
물량도 별로 없었고...
"보드엠" 자체 행사가 아닌 탓인지, 실제로 게임을 돌려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매니아 성향의 필자로서는 불만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바오밥' 행사이므로 그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없었다면 모르되, 이왕 준비할 거라면, 제대로 한상 크게 차려진 걸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욕망의 표현이다.

인기있는 게임들의 할인률 또한, 미미한 수준이었고.... (어쩌면 이게 제일 아쉬었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싸다고 (2만원 이하인 것들로만...) 생각하는 것들만 골라서, 질렀다.
(별거 없어보이지만, 나름 10개나 샀다... 가격 총합은 18만원)
인기작이 아니라서, 한글 메뉴얼도 없을테고, 과연 돌려볼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뭐... 언제는 그런거 신경이나 썼나??? ㅎㅎㅎ

물론 정작 사고 싶은 몇몇 게임들도 있었지만, 할인율이 작아서 냅다 지르기에는 현실이 받쳐주지 못한다. 쩝...


그럼, 이제 실제 플레이해본 게임들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해보겠다...

 
맥거핀
로보77에 블러핑 요소를 더한 듯한 게임...
제작자께서는 폭탄 돌리기 게임이라고 소개해주셨다.
마이너스 카드의 개수가 적어서, 카드가 쌓일 수 있을만한 개연성이 필요해 보였지만, 의외로 10을 넘는게 만만치 않았다..... 라기 보다는 참여하는 사람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 듯 하다.
플레이하는 인원수에 따라 애매한 상황이 (계속 한 플레이어만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볍게 플레이하기에는 좋지만, 좋은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나름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프레젠트
블러핑 요소를 가미한 선물 주고받기 게임.
단순한 게임 규칙이 단점이자 장점일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싫어하는 다굴의 약점이 있지만, 어차피 잘만하면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즐겁게 할 수 있을 듯 싶다.
집 (10점짜리 선물)를 얻었을 때의 환희와 쓰레기 (실제 그림도 쓰레기다..) 선물을 받았을때의 충격이 공존하는 유쾌한(?) 파티 게임이다.

할때는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하고 나면 허무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블랙스완
티츄를 조금 더 쉽게 풀어놓은 듯한 느낌의 팀플 전용(?) 게임이다. 물론 3인플도 되지만, 제작자조차도 비추한다.
카드의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다소 직관적이지 않다는 느낌이지만 어차피 구성은 트럼프 카드와 마찬가지라 익숙해지면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티츄 방식의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리드슈트를 과감히 생략하고 카드의 장수에 포인트를 맞춘 점이 카드의 조합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먹힐수 있다는 여지를 준다.
티츄처럼 점수가 되는 카드만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전술적인 움직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7장 한계" 라는 설정이, "카드발"에 상당히 무게가 심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나만 잘하면 되는 느낌의 티츄보다는 팀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죽은 자의 날들'이나 그 리메이크 작인 '포 드래곤즈'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어차피 그럴 거라면, 팀끼리 카드 교환이라는 전략적인 변수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은근히 전략적인 선택으로 고민하게 되는 괜찮은 게임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카드발"이라는 고유의 단점은 회복 불가능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다.



리듬 앤 블랫
1박2일 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종종 나오는 "쿵쿵따" 나 "아이엠 그라운드 어쩌구~~" 하는 게임들을 말이 아닌 동작으로 하는 전형적인 파티 게임이다.
몸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다소간의 민망함(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뭐 하는 짓인가? 싶어지는 것이다.)은 기본 옵션이나 다름없다.
바로 이점이 이 게임의 포인트이자 재미요소겠지만, 필자처럼 순발력 게임에 약점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민망함을 비롯하여)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가르쳐주고 구경하는 재미가 오히려 더 쏠쏠할만한 게임이다.



트위글
귀여운 그림으로 무장한 순간 판단력 게임.
순발력이라면 오히려 쥐약인, 어른들이 더 못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역시나 민망함도 만만치 않다. ㅋㅋ)
종류가 제법 되어 보이지지만, 많이 하면 외울 수 있게 되어 리플레이성이 의심스럽지만, 어차피 게임 자체가 저연령 아이들이 대상이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스푸키 스펠
미치도록 변수가 많은 카드 게임이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볼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다.
심지어 카드 자체도 랜덤이라 "내가 이 게임을 왜 하고 있나?" 싶은 허망함이 밀려온다.
이러다가 원치 않게 구슬이라도 받게 되면, 단번에 패닉이 일어난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러한 반전이 재미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확실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것도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의 재미없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날 해본 게임 중 단연 '최악의 게임'이다.


에필로그 :
그 밖에 이것저것 관여도 하고, 게임도 사고, 설명도 하고, 참여도 하고... 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나름 시간을 보내고 왔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뚜렸한 무언가를 얻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높은 참여도와 나름 정성이 돋보이는 준비는 성공적이라 자평할만 하고, 또다른 기회와 참여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겠다.
다만, 신작에 대한 열망에 비해, 소개되는 게임의 수가 한정적이고,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여지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