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드게임/모임 후기

[2012.08.31]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 후기

프롤로그 :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트벌이 성남시청의 야외 특설 전시장에서 열렸다.
전날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계속 내렸기에, 다소 걱정이 앞섰지만, 되는 행사에 대열에 들어서려는지, 막상 당일이 되니 언제 비가 왔냐? 싶게 쾌청한 날씨였다.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트벌 행사 전경

작년에 한쪽 구석에 있었던 보드게임 부스는 이제는 거의 메인이라고 부를만 하다.

국내의 직접 제작하는 보드게임 업체는 거의 다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 쓰고, "한국 보드게임 산업협회"에 등록된 회사들의 부스이다.
코리아 보드게임즈는 예외.... (코리아 보드게임즈는 외부 행사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비와 태양을 피하기 위한 방식인 건 알겠지만, 천장이 낮아서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
덕분에 대략 난감이라고 부를만큼 찜통 현상이 일어난다.

사진에서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오후에 들어서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이곳 외에는 별로 즐길거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사실 정작 필자가 재미있게 한 게임들은 여기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의 난이도나 시스템 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게임을 "교육"으로 접근하는 탓에 게임에서 느껴져야만 하는 "재미"보다 "교육"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분간은 여전히 그런 형태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 또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무언가 "어른들만의 사정"이라는게 존재하겠지만, 독불장군인 "코리아 보드게임즈"를 견제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인 "한국 보드게임 산업협회"가 여전히 제대로 뭉쳐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새로운 신작들이 발표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해줄만 하다.
게중에서는 게이머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만한 게임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말이다.

기억력과 연산을 강조한 게임 "컨퓨징 썬"
게임 방식을 보면, 의외로 순발력 게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연령대를 보면, 6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게임의 주요 타깃인 유아 및 저학년 들에게는 게임의 난이도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반대로 게임에 적응하여 충분히 계산 및 암기가 가능한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과연 재미있게 느껴질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나름 여러가지 장치를 두었지만, 글쎄~~~~~~ 라는 의문만 더해간다.


마찬가지로 연산과 기억력의 게임 "에이 마트"
개발자의 나름 머리를 쥐어짤 것이라는 말씀이 이해가 안갈 정도의 겁나 쉬운 난이도의 게임이다.
어째 "교육용 게임"이라는 것들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느낌이다.
해보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 야멸찬 운명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누가봐도 교육적인 (국기, 국가 테마), 그러나 나름 재미지는 기억력과 블러핑의 요소를 겸비한 "월드 인 포"이다.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카드 홀더"는 그 성의가 팍팍 느껴지는데...
뭐...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유아들과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을런지는 의문이지만, 주변의 사람들 반응은 폭발적이더라.
따로따로 사야만 하는 "카드 홀더"가 무려 4개나 포함되어 있으니, 눈이 돌아갈만 하다. 후후

게임을 돌려보니, 아들룽 게임사의 '소문의 진원지'라는 게임 필이 났는데...
간단히 요약해 보면, "손에 들고 하는 같은 카드 모으기" 라고 할 수 있겠다.

재밌는지, 암울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서대로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때로는 뭐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럴 경우, 게임에 대한 인상을 어찌 해야 좋을지 고민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같은 사람이야, 그렇더라도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칠 수 있지만, 그냥 지나가는 일반인들이 과연 그럴만큼의 열정이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아무튼... 게임은 심플하지만, 게이머에 따라서는 '블러핑' 적인 요소가 섞여있고, 나름의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은 않다.
또한, 요즘 게임들의 트랜드라고 할 수 있는 무한 확장의 요소가 다분히 섞여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모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종종 등장하는 국기 및 국가 맞추기 게임처럼... 포함시킬 국가가 적어도 180여개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게임의 볼륨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첫번째 세트라는 점에서 볼때, 우리가 흔히 알만한 유명한 국가들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은 이미 다 아는 거라 앞서 말한 퀴즈 적인 요소가 현저히 적다. (미국이나 일본 국기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는 국기 퀴즈에서조차 나오지 않을 문제인 것이다.)

ps)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주요 국가, 약 60여개국을 포함한 일종의 확장판 카드가 있다면, 정작 이 게임은 안사더라도... 그 확장판 카드는 구매할 것 같다. (60여개국의 카드 세트가 있지만, 실제로 게임에서 적용하는 카드는 오리지널 룰에 입각해 일부만 사용되게 하면 되지 않을까???)

또한, 의외로 친절한 설명 (국기 카드를 제외하고는 국가 및 수도 이름이 카드에 포함되어 있다.)이 위에서 말한 맞추기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카드 자체에는 아예 아무런 설명도 없고, 대신 일종의 참조표를 제공하는 경우, 플레이어가 스스로 국가 및 수도, 국기를 찾아보게 만드는, 어쩌면 보다 더 '교육적'인 효과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카드를 겹쳐 쥐었을때, 내용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역시나 친절하게도 숫자가 적혀 있는데, 물론 게이머로서 편하긴 하지만, '국기, 국가, 수도 라는 컨텐츠의 교육 및 재미'를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아예 없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본다.
이를 찾아보는 과정이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고, 이를 통해 이야기 꽃이 피어나지 않을까 싶어지기 때문이다.

콤포넌트 상의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정작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는 결코 나쁘지 않다.
나름 무한확장으로 이어지는 확장성도 박수칠만한 요소이고...
적어도 나름의 코어 게이머에게 소개했을때, 욕먹지만은 않을 것 같은 게임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유저들에게 어렵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 소속 부스의 여러가지 게임들...

이미 이러저러한 경로로 소개가 많이 된 만큼 대략만 짚어 넘어가도록 하겠다.

스트림스

다인플 (심지어 인원에 제약조차 없다.) 파티 게임의 최고 완성판!!!
처음 소개받을 때보다 훨씬 화려하고, 거대(?)해 졌다.

박스 크기가 애매한게, 보관상이나 이동상 불편할 것 같다.
물론 안의 내용물만 가지고 다니면 문제가 없을테지만, 게이머로서는 박스는 놔두고 내용물만 가지고 다닌다는게 의외로 쉽지 않다.

필자는 금요일, 평일에 갔었기 때문에, 이벤트를 볼 수 없었지만, 모르긴 몰라도 주말에는 "스트림스" 이벤트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이때의 뜨거운 반응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그냥 "대박"이라는 말 이외에 어떠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못해본 게이머가 있다면, 지금 당장... 해보시길....
해보시고 후회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필자가 당장 중고로 사드릴께요... (ㅋㅋㅋ)

ps) 스트림스 사진 옆에 있는 작은 철제 케이스의 게임들은 시연해볼 여지조차 없어서 아쉬웠다. 조만간 따로 모임이 계획되어 있으니 나름 그날을 기대해본다. (라고는 하지만, 게임의 너무 쉬울 것 같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흔한 스타일의 블러핑 게임이다.
2인용이라는 단점에 특별한 전략적 선택조차 보이지 않는 코어 게이머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게임이다.

그렇긴 해도, 이런 류의 게임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일반인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는 법... 시작으로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ps) 개인적으로 필자가 게임 판매업(?)에 종사했을 당시, 가장 불편한 고객층이 바로 '커플' (질문은 더럽게 많지만, 결코, 절대, 구매는 하지 않는 종족(?)들이다.) 들에게는 은근히 먹힐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일단  "2인용이면서, 쉬우니까....."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장점일 수 있고...  다소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여자가 좋아한다면, 남자로서는 지갑을 열수 밖에 없을 것이다. (쩝...)

다인플 블러핑 게임인 "포타 스타"

변수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게임이다.
눈치보기와 블러핑의 요소가 결합된 게임인데...
특정 상황에서 왁자지껄 해질 여지와 다소 일방적인 우울한 상황까지도 존재 가능한 게임이다.

블러핑 게임에 입문하기에 적당해 보이는 난이도와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ps) 조금 더 "썰"을 풀어보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지 않은 장르라 깊이 있게 해볼 여지가 없었다.


또다른 보드게임 제작사들의 단독 부스들이다.
앞서 얘기한 '어른들의 사정'으로 협회에서 나온 (혹은 가입조차 않은) 제작사들의 단독 부스이다.
어찌 되었건, 계속 신작(?) 게임을 계속 출시해준다는 면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들 부스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역시나 뭐니뭐니해도 게이머의 입맛에 맞는 창작 게임만을 제공한다는 점일 것이다. 보드게임을 '교육'이 아닌 '게임'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초반의 애매모호한 게임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슬슬 틀이 잡혀간다는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라인업에서는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이제부터는 필자같은 게이머가 자리잡고 앉아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첫번째 고비는 넘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건 뭐.. 순전히 필자의 견해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다만 아쉬운 것은, 게임 외적으로... 단독 부스이다보니, 자리가 협소해서, 필자와 같은 코어 게이머 외에는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게임도 나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자리에 앉아서 돌려보기 전에는 게임에 대한 인상을 갖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그냥 오고가는 일반인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ps) 비저너리 게임들은 게임의 특성상 많은 인원이 필요한 관계로 실제로 돌려보기가 어려웠고, 다만 다음 주에 나름 거대 모임이 예약되어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한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주 모임에서 게임을 돌려보고 후기를 따로 남겨놓도록 하겠다.

순수한 게이머로서 단연 이번 행사의 승자(최강자)는 딘코 게임즈의 신작 2종류이다.
그중 단연 압권은 바로 이 게임 "액션 가위바위보" 일 것이다.

ps) 현재 필자의 개인 사정상, 2만원이 넘어가는 게임류는 절대 사지 않는 상황인데, 하물며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은 국산 보드게임을 현장에서 바로 구매해왔다는 것만 봐도 이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콤포넌트부터 성의가 느껴진다.
(외국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보드게이머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양질"의 콤포넌트!! 는 구매에 플러스 요소로 다가온다.
두께에서 입체감마저 느껴지는 트랙 (거기에 심지어 무려 랜덤 트랙을 만들 수 있다. 이제까지의 한국 보드게임과 비교해보면, 이건 "혁신"이라 부를만 하다.)과 큼직막하고, 나름의 무게감마저 느껴지는 게임말 (처음 사면 스티커를 따로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스티커의 재질마저 훌륭하다.)

ps) 생각해보면, 겨우 이정도에 감탄하다니.... 그동안의 국산 보드게임의 콤포넌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늘 그렇듯이 관건은 게임성이다.
그다기 치열하지 않아서 제작사조차 별로라고 얘기하는 2인플이.... 필자는 재미있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다인플이 별로 일 것 같긴 한데... 그게 더 재미있다고 강조를 하시니, 안 믿을 수도 없고... 쩝...)

개인별로 단 3개 밖에 안되는 콤포넌트 만으로 이정도의 스릴과 전략적인 선택을 주다니... 이건 분명 대박이다.
물론 실제로 "가위바위보"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전략성'에 무게감을 주는 게이머에게는 별로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유저들에게는 충분한 재미와 전략성을 선사해 준다. (생각해보라. 왜 아직까지도 '가위바위보'가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지를...)

뻔한 선택지를 가진 각각의 양면 말인데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웃기는 것은 선택은 전략이지만, 과정은 운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결국 실제 가위바위보가 승패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후후후후)

무려 5인플까지 가능한 점도 메리트가 있다. (5인플에서 과연 빡세다는 점 외에 전략적인 선택지가 존재할런지는 의문스럽지만.... 뭐... 제작사에서 장담하고 있으니 기대해 본다...)


(박스 사진이 없네... 쩝..)
두번째 게임은 "윈드 러너" 이다.

실제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그런지 게임 설명을 하실때, 게임의 테마에서 느껴지는 장난스러움을 잘 설명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게임의 제목을 보면, "윈드 러너 Wind Runner", 즉 "바람에 쓸려갈 정도로 가벼운 달리기 선수" 가 게임의 테마인 것이다.

바람의 영향으로 앞으로 전진한다던가, 뒤로 후퇴하는 것, 앞뒤로 다른 플레이어가 있을때의 전진, 후진 방법 등등이 바로 이 테마의 영향으로 정해진 것인데, 그냥 단순히 레이싱 게임으로서만 접근할 경우,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게임의 소소한 재미를 놓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게임은 레이싱 게임의 탈을 쓴, 전형적인 '눈치 보기'의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 카드를 받아들었을때는 과연 이게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눈치 보기의 특성상 대박과 쪽박을 오가며, 예측 불허의 승부가 펼쳐지게 된다.
전략성을 논하기에는 너무 많은 (그렇지만 은근히 뻔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전략성'에 비중을 두는 게이머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겠지만, 파티 게임으로서, 조여지는 긴장감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앞선 "액션 가위바위보"에 비해 다소 허저한 듯한 콤포넌트 구성이 살짝 아쉽지만, 게임성이 받쳐주니 넘어가 주자. 후후


"스파이스 머천트" (직역해보면, "향신료 상인" 쯤 되려나??)
어딘가해서 해본직한 형태의 카드 게임인데... (역시나 아들룽 게임 중에 비스무레한 게 있었던 것 같기도...)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카드의 재질은 좋아보이지만, 카드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해, 의외로 조잡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러스트도 리얼함을 추구하는 탓에, 약간 정신 사납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림을 좀 더 귀여운 느낌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뭐..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궂이 "향신료"를 소재로 택한 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게임성은 나쁘지 않다.
다소 싱겁다거나, 어이없이 끝난다는 느낌도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룰' 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지가 느껴진다. 이를 테면, 핸드 제한을 7장이 아닌 좀 더 줄인다던가? 끝나는 타이밍을 좀 더 개선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초보자들이 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리플레이성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피스 크래프트의 디자이너 에디션 중 하나 (게임 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처음 했을때는 대박이라는 느낌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문제는 정작 필자로서는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뭔가 10% 쯤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결단코 콤포넌트와 같은 사소한 문제 때문이 아니다.
궂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시스템 적으로, 룰 적으로 뭔가 치열하다는 느낌이 없다는 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나름 캐쥬얼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만큼 뭔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지시켜줄, 또는 고조시켜줄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듯 하니, 조금 더 지켜보자.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피겨 그랑프리'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을 아직까지는 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달라 (DALA) 에듀테인먼트의 "컬러 81"  - 책자를 받아왔는데, 정확한 소개가 없는 책자였다. 쳇...

콤포넌트만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당연히 그렇고 그런, 뻔하디 뻔한 유아용 놀이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이날 필자가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을 건져냈다.
단순의 극치인 색깔 큐브 80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무한 추상전략 게임을 발견한 것이다.

이건 마치 "리코쳇 로봇"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충격에 비견할만 하다.

나름 게이머로서 빠른 이해력과 넓은 응용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필자조차 무릅 꿇게 만들고, 상대의 한수에 절로 박수가 나오게 만드는 역대 최고의 추상전략 게임 중 하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름도 단순하다. 그냥 "컬러 매치"이다. (아마도 정식 이름조차 없는 방식일 것이다.)

모든 추상 전략게임이 그러하듯, 게임은 단순하다.
5가지 색의 큐브를 골고루 (어느 방향으로든 겹치지 않게) 8X10 의 형태로 정렬해 놓는다.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한번씩 하나의 큐브를 빼내어 (다른 큐브로 사면이 둘러쌓여 있는 큐브를 뺄 수 없다.) 다른 큐브들 사이의 빈공간에 넣거나, 다른 큐브를 밀어낼 수 있다.
이로 인해 2개 이상의 같은 색깔의 큐브가 만나면 이들 큐브 "전부"를 가져올 수 있다. ("전부"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름 교육적인 테마를 적용하고자 하는 제조(?)사에서는 1~5단계에 걸친 난이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1단계는 오직 하나의 큐브만 밀어낼 수 있는 것이고, 2단계는 2개까지.... 5단계에서는 1~5개의 큐브를 밀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별거 아니지... 후후)

이 과정 중에, 필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과 경악, 감탄과 환희가 오가는 무한 콤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말만 들어서는 전혀 느낌이 안올 것이다. 실제로 해보면, 그 경이로움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문제는 "과연 그래서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컬러 큐브 80개에 특수 주사위 큐브 1개를 얹어, 놀이방법이 포함된 책자를 포함한 가격이 6만원 중반대....

당연히... "나같으면 안산다 !!!"

왜냐면, 그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 하니까 말이다.
실제로 몇몇 핸드메이드에 사용하기 위해 이미 구입해 놓은 컬러 큐브가 이미 집에 한가득 있다. 물론 위에 큐브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겨우 육면체 컬러 나무 큐브를 구입하기 위해 또다시 돈을 지불할 마음 따위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건 '규칙'이 중요하지, 콤포넌트는 결코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필자가 이미 색깔 큐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애초부터 이 게임에 대한 룰을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확실히 "운이 좋았다!!" 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개인적인 핸드메이드를 통해 게임을 했을때, 사진에서 보여주는 바닥의 바둑판 모양의 맵(?)이 없다는 점이 의외로 크게 다가올 수 있는데, 게임에서 색깔이 일치한 큐브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몇몇 방법들이 있겠지만, 뭐...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대충 눈짐작으로도 맞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콤포넌트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즉, 규칙이라는 것이다.
이 절묘하고, 놀라운,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시스템은 이날 필자가 얻은 최고의 수확임에 틀림없다.

PS) 옆 부스의 '비저너리' 사장님은 이 규칙이 굉장히 일반적인, 널리 퍼진 규칙이라고 하는데... 필자로서는 문화적 충격이라고 부를만큼 완전히 신선한 시스템이었다. (뭐... 나만 모르고 있었을지도...)


점점 썰렁해지는 "스마트 게임관"

작년에는 나름 건질 것도 있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완전 꽝이다.

일단, 그다지 스마트하지 못하다. 스펙은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혁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뻔한 형식의 언어(국어, 영어)와 수학에 집중된 컨텐츠는 둘러보는데 5분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능성 게임" 이라지만,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게임"으로서의 메리트가 전혀 없는 컨텐츠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모르지 뭐.... 이들 자체가 개인 소비자보다는 '관공서'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도...)

게임으로서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작금의 '스마트 게임'들... 필자는 바로 이 문제를 타파해줄 또다른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고 있다.

ps) 교육용을 배제(까지는 아니더라도)한 '모바일' 게임으로서 부스를 유치하는 것도 나름 이 행사의 또다른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지만, 제목자체가 "기능성 게임"이라 그것도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에필로그 :
기능성 게임으로서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보드게임 매니아로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보고 즐길게 많아진 행사였기에 만족할만 하다..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험하겠지만, 지금처럼만... 아니, 지금 보다 조금만 더 애써주고 노력해주시는 보드게임 제작사들이 있기에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