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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들

[2011/4/30] 진보신당 텃밭 체험

프롤로그 :
이른바 '서울 촌놈'으로서 서울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탓에 채소가 뭔지, 농사가 뭔지, 흙이 뭔지 모르고 살아온 삶을 살아왔습니다.
보드게임을 가르치고 있는 중랑 민중의 집을 운영주체인 '진보신당'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텃밭을 일구고 있는데, 참여의사만 있다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기에, 평소 관심이 있었고, KBS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를 통해 막연한 동경만 갖게 된 '텃밭' 체험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이미 그 전 주에 텃밭 체험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억수같은 비로 인해 한 주 미뤄진 상태였는데, 사실 이날도 전날까지 꾸준히 내린 비 때문에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오전까지는 비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좋아지더니 낮에는 제법 햇볕이 따가롭더군요.

전날 날씨만 좋았다면, 평소 스타일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갔겠지만, 전날 날씨와 오전의 날씨를 감안하고, 평소에는 가보지 못한 코스인데다가 네이버 도로 검색으로 봐서는 한번 길을 잘못 들어서면 중간에 돌릴 길이 없어보이더군요... 결국 오토바이는 포기하고, 전철로 이동했습니다.

이날 심은 작물들입니다. 종류는 많지만, 아는 거라고는 '상추' 달랑 하나... ㅋㅋㅋ

이 묘종들을 라면 박스 같은 곳에 담아서 텃밭까지 들고 갔는데.....
20년간을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던 탓인지 거리가 제법 만만치 않은 탓인지 정말 지치더군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말입니다.

이곳이 오늘의 체험장 입니다.
보기에는 이래보여도 초보자들에게는 꽤나 부담이 될만한 면적이랍니다.

묘종과 씨앗을 심은 이후의 사진입니다.

잡초 제거도 좀 했습니다.
사실 농사를 짓는다는 면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이 '잡초 제거'일 겁니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해도 티도 안나고, 한꺼번에 몰아서 할수도 없고, 꾸준히 빼놓지 않고 해야하는 그야말로 저같은 귀차니스트에게는 미칠만한 작업이지요.
다만, 농사(?) 초보자로서 잡초 제거라는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지는 않더군요. 한마디로 말해 대충대충, 대강대강해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더군요.
그냥 부지런만 떨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텃밭 체험 후, 밥도 얻어 먹고, 마침 그곳에서 공연이 있어 쉬면서 구경도 하고 왔습니다.

에필로그 :
갈때는 같이 가신 분과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갔기 때문에 그나마 덜 힘들었습니다만, 올때 혼자서 그 먼길을 걸어오는데 지루하고 힘들어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대충 시간 계산을 해봤는데, 텃밭에서부터 집 대문을 통과할때까지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리더군요. 결국 결심하고 말았죠.
'내 다시는 걸어서는 텃밭에 가지 않으리라' 라고요....

모든 농사 일이 이토록 힘든 이유는 농사라는게 땅에서 이루어지고, 그러다보니 허리를 굽힐 일이 많아지고, 당연하게도 쪼그려 앉기 자세는 필수가 되는데, 필자의 경우 허벅지가 두꺼워서 쪼그려 앉기가 안되기 때문에 허리를 굽힌 이후, 모든 행동을 발에 힘을 줘서 해야 되더군요. 운동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몇시간을 이런 자세로만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더군요.
결국 작업 세시간만에 녹초가 되더군요.
이날 경험을 통해서 일년 내내 이런 식으로 작업하실게 분명한 모든 농사 지으시는 분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농사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듣자하니, 5월 중순에 행정기관에서 강제로 뭔가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군요.
지난 2년간을 잘 막아왔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듯한 느낌이라던데...
시작이자 끝이 될지도 모를 일정이지만 다음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