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사실 갈까말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이날은 일찍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최근 보드게임 모임 장소의 가격 정책이 마음에 안들어서 오래 하지 못할거면, 안가겠다고 마음먹은 터라, 모임 시간이 늦으면 그냥 제낄려고 했는데...
애매하긴 해도, 6시부터 가능하시다고 하셔서... 일단 출동해봤습니다.
원하는 주말에 하루종일 하는 모임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적어도 화요일 정모 만큼은 자리를 확실히 잡은 것 같기는 하네요. (혹시나 제가 계속 꾸준히 올리는 이 후기 때문은 아닐까요???)
매번 새로운 분들을 뵐 수 있는 걸 보니, 신통방통 하네요.. 후후후
이날의 테마는 플레이 타임, 1시간 이내의 게임을 여러개 돌려보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집에서 살짝이지만, 메뉴얼 공부까지 해야했네요... (집에 있는 걸 다 돌려보자면, 결국 메뉴얼 공부를 안할 수가 없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네요.)
공교롭게도 이런 이유로 고른 게임들이 은근히 "눈치보기" 형태의 게임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순발력 게임만큼이나 힘들어 하는게 이 눈치보기 게임인데요.
눈치보기, 또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견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텐데요.
어떤 방식으로든 다굴이 가능하기 때문이라죠...
비블리오스 (4인)
주사위로 표현가능한 콤포넌트의 새로운 지평을 선보였던 게임이지요. 지금은 제법 흔해졌습니다만,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주사위를 굴리는 용도가 아닌 숫자를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했던게,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었죠.
평소 일반적으로 하는 방식과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라서, 처음 이 게임을 했을때에는 '한글 메뉴얼'을 보면서도 도대체 뭔소리지??? 싶은 마음도 있었더랬죠.
게임은 전체적으로 2단계로 나뉘어지는데, 서로가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1단계가 전형적인 눈치보기라면, 2단계는 경매를 포함한 눈치보기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잘 못한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걸 재미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략적으로 잘못 판단한 느낌이 커서, 판단이 잘 서지 않네요.
아마도 다음 번에 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전략적인 선택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어지는군요.
과정이야 어쨌건, 게임 자체는 신선한 느낌이 가득하고, 다분히 전략적인 판단이 가능한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IELLO'라는 회사에 주목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말이죠.
바커스 (4인)
주신 (술의 신)이라는 테마는 괜찮은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걸 표현해내는 모양새는 그다지 성공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사실 이 게임, 사놓고 한글 메뉴얼이 없어서 못하다가 결국, 직접 작업을 하게된 게임인데...
원래 이랬던가?? 싶을 정도로 게임이 영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임 방식으로만 보자면, 많은 게임들에게서 차용하는 방식인데... 보통 이런 식의 카드 조합을 만드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떻게든 카드를 많이 모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동률을 유도하면서 점수를 크게 늘리는 방식입니다. (글로서 설명하려니 많이 답답하네요...)
중요한 건, 플레이어로 하여금 뭔가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영~~ 안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게임 메뉴얼을 번역할 때만해도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인데, 게임 초반부터 "이거, 게임이 이상한데~~"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뭔가 밸런스나 게임성 부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같이 하시는 분들의 권고로 인하여, 어찌되었건 끝까지 하기는 했습니다만, 거듭 "뭔가 이상한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근본적으로 게임 룰을 뜯어 고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뭐,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게임 하나 만들어지는 거지요... 후후후"
테오프라스투스 (4인)
게임의 디자인적인 측면이나 편이성으로 보자면, 영 아니올시다 싶기는 하지요.
은근히 서로간의 규격도 맞지 않아서 되게 어설프다는 느낌도 있고요.
그동안 긴가민가 싶었던, 게임성도 확~~ "이거다." 싶은 정도는 아니라는게 몇번의 시도 끝에 결론이 나오고 말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게임의 테마 때문입니다.
제가 볼때, 연금술을 소재로 다룬 게임 중에서 이만큼 중세틱한 고전주의를 제대로 표현한 게임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정말이지 게임성이 아쉬운...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멋스러운 느낌이 나는 이 게임의 디자인은 순수 과학의 또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어쩌면, 한글화가 더 아쉬울 수도 있겠군요... 테마를 제대로 살리려면, 한글화가 필수일 것 같은데 말이죠.
게임에 딱히 어려운 표현이 없어서, 한글화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벽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왠지 마음먹고 만들면, 보다 일신한 디자인의 멋들어진 게임성을 겸비한 게임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한번 직접, 시도해볼까요???)
마기노어 (3인)
좀, 오래된 보드게이머에게 "FFG"라는 로고는 매니아적 성향의 집합체를 떠오르게 하는 회사명이지요.
몇몇 분들에게는 '한글화 하는데 1박2일 걸리는 게임"들을 출판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고요.
흔히, 이른바 "거한 게임" "빡센 게임"으로 유명한 'FFG'지만, 이 회사에도 작은 사이즈의 이른바 '스몰박스'라 불리는 간단한 게임류가 존재합니다.
그 유명한 '시타델'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이또한, 상대적인 거라는게 문제인거죠?
워낙 기본적인 게임 시리즈의 볼륨이 장대하고, 플레이 타임 2시간이면, 짧은 편에 속하는 FFG 게임 들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지... 비슷한 사이즈의 다른 회사 게임들과 비교하면, "FFG의 스몰 박스 시리즈"들은 무척이나 무겁고, 어려운 편에 속하지요.
많은 분들이 FFG 게임들을 힘겨워 하는 이유는 엄청난 잔룰과 환장할만한 영문 텍스트 때문일 겁니다.
'스몰박스'답게 이 시리즈의 게임들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히 익혀야될 카드나 타일, 문구들이 제법 됩니다. (일단 제가 가진 이 회사의 스몰박스 시리즈들을 보니, 바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면이 있을 정도네요.)
마기노어 (마기너? 매지너? 뭐라 불러야 하는 건지???)는 전형적인 딴지형 눈치싸움입니다. (게임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또다른 딴지형 눈치싸움 게임으로 "케이브 트롤"이라는 게임도 있지요.)
영향력 게임처럼 다뤄지지만, 대놓고, 싸우자는 게임이기 때문에, 딴지 게임일 수밖에 없습니다.
카고 느와르 (5인)
'FFG'가 빡센 게임의 매니아적인 게임이라면, '데이즈 오브 원더'는 아름다운 게임으로 유명하지요.
'FFG'가 구성물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라는 소리를 듣는 반면, '데이즈 오브 원더'는 지나치게 화려한 콤포넌트 덕에 가격만 올라간다는 비판을 듣는 회사이지요. (뭐... 이건 저의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이 화려함을 좋아하시는 분도 분명 계시니까 말입니다.)
카고 느와르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구성물만 보자면, 슬쩍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도 붙잡아 놓을만 하지요.
그렇다고 게임성이 처지느냐?? 만약 그랬다면, 이 회사가 이토록 성장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화려한 구성물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게임성이 받쳐주기에 '데이즈 오브 원더'라는 회사가 보드게임의 대표적인 회사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여타 "이쁜거 빼면, 아무것도 없는 그저그런 게임"과는 질적으로 다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걸 좀 포기하더라도, 가격을 내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답니다.)
일견, 일꾼 놓기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치열한 눈치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 꽃피는 견제와 딴지가 멋들어지는 게임입니다.
앞서 서두에서 밝혔듯이 워낙 이런 류의 게임에서 다굴의 이미지를 가진 저다 보니, 처음 '카고 느와르'를 했을때에는 "아~~ 이 게임, 내 취향은 아닌듯~~" 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굳이 사지도 않았고요.
꽤나 시간이 흐른뒤, 우연찮은 기회로 중고로 게임을 사게 되었고, 실제로 게임을 돌려보게 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네요.
전에 해봤던 기억으로는 엄청난 딴지와 견제가 난무하는 일견 '속이 썩어가는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졌던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플레이어들의 성향때문인지, 딴지없이 각자 알아서 하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실제로 서로간에 너무 경쟁이 일어나지 않아서, 맵을 좀 줄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습니다. (적어도 이 게임의 디자이너를 그런 식으로 플레이되는 걸 원치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게임을 제대로 한건지 확신이 없어서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만,)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은 라운드가 하나의 틀에서 완결이 되지 않고, 다음 라운드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 완결된다는 것입니다.
일꾼 놓기 게임의 기본이라는 건, 먼저 일꾼을 순서대로 놓고, 역시 순서대로 일꾼을 빼면서 해당하는 액션이나 자원을 가져오는 방식이 대부분이잖아요. 물론 이 게임에서도 그 순서를 고스란히 따르고는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이 특별한 것은 바로 이 과정들이 한라운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다음라운드로 넘어가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더 쉽게 설명드리자면, 1라운드에 놓은 일꾼의 액션이 이루어지는 것은 같은 1라운드가 아닌, 2라운드 초반에 이루어진다는 거지요. 더 풀에어 설명해보면, 일꾼이 놓여지는 것은 각 라운드의 3단계입니다. 그러나, 놓여진 일꾼이 사용되는 것은 다음 라운드의 1~2단계라는 것이죠.
이 미묘한 시점의 변화가 초래하는 결과는 엄청납니다. 라운드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선플레이어가 바뀌게 되는데, 이로 인해 원래 계획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아예 이를 잘 활용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말이지 짜증나게 만드는 딴지가 가능해질 정도죠.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디자인에, 미묘한 시점의 변화라는 신의 한수를 더한, 일꾼놓기, 눈치싸움, 전략적 승부수, 타일뽑기 및 경매까지... 여러가지를 잘 버무려 놓은 좋은 게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ps)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보드게임의 재미라는 건,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이러한 극강의 딴지 게임을 파티게임으로 만들어버린, 함께해주신 플레이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후후후후....
에필로그:
이제는 안하면 섭하죠. 주말 모임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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