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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5.07.07] 송파보드모임 화요정모 후기

프롤로그 : 

평일 정모에서 아쉬웠던 점은 역시나 게임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겠지요.

그런데 오늘은, 평소의 7시쯤 모이던 것과는 달리, 오후 3시부터 게임을 할 수 있었네요. 일찍 모이니 너무 좋네요... 길게 게임을 할 수도 있고 말이죠... 후후


제가 도착했을때, 도미니언이 세팅되어 있었기에 할 수 없이 참여해야 했지만, 때마침 다른 분들이 도착하셔서 저는 처음하시는 분, 도우미 역활로 만족했습니다. (확장도 아니고, 기본판은 너무 많이 해서... 좀 질리는 감이 있거든요...)


전에 비슷한 시스템의 썬더스톤을 재미있게 하셨던 터라,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네요. 후후후


카르카손 (4인)

지난 번, 카르카손 전체 확장에서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에는 기본판에 확장판을 1~2개만 섞어서 해보았습니다.

굳이 그걸 고르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가장 대표적인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 빨강통과 파랑통을 선택하게 되었네요.


확장 타일들을 분리하면서, 기본판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타일들을 따로 챙기기가 어려워 확장판에 추가된 요소이지만, 확장판의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타일들은 전부 기본판 타일과 함께 섞어 놨는데, 이미 그것만으로도 타일의 수가 배가 되더군요. 카르카손에 익숙한 사람들이 할 경우, 기본판의 타일만으로는 뭔가 해보기도 전에 게임이 끝날 수 있기에, 기본판의 볼륨을 늘린다는 의미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적당한 볼륨과 다양성을 확보한 카르카손은 적당한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 모임때마다 확장을 1~2개씩 포함하여, 결국에는 모든 확장들을 돌려볼때까지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어느 분께서 확장 포함해서 할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또 까먹고 말았네요. 어차피 빨강통, 파랑통 확장은 흔한거라, 많이들 알고 계실테니, 다음번 확장부터는 사진까지도 제공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석기 시대의 개척자 (4인)

정말 유명하지만, 정작 요즘 게이머들은 별로 해본 적이 없는 카탄 시리즈들...

주말마다 매번 전체 시리즈를 돌려본다.... 라는 컨셉으로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어 왔지요. 일찌감치 만난 김에 오늘 드디어 그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카탄의 시스템을 활용한 '스핀 오프작'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탄의 석기시대 버젼입니다.

인류 문명의 발달사를 요약한 듯한 게임 진행은 심지어 교육적이기까지 하지요.

테마를 잘 살린, 아기자기한 잔룰도 재미있고 말이죠.


실제 오늘 해보신 분도 말씀하셨지만, 카탄의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으나, 기본 카탄과는 게임 양상이 많이 다릅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지요.

기본적으로 알고 계실 , 카탄의 전략을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이른바 "달리는 게임"이라고 지칭하는데, 그만큼 자신의 말이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많이 달릴 수 있느냐가 엄청 중요하지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여기서 "말이 달린다."라는 의미는 기본 카탄에서 도로를 많이 건설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하지면 됩니다. 물론 실제로 도로처럼 자신의 길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죠. 다만, 석기시대의 카탄은 맵이 엄청 크고, 이동해야할 공간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심지어 건물도 5개가 전부라, 계속 이동하면서, 집을 옮겨지어야만 하거든요.

여러모로, 열심히 달려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인거지요. 후후후


ps) 그나저나, 카탄은 협상 게임일까요? 주사위 게임일까요?

어느 하나 콕 집어서 "이게 전부다."라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지요. 굳이 저에게 둘 중에 하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 저는 '주사위' 쪽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싶네요. 카탄의 특성상, 자기가 굴리지 않을때조차 주사위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쪽에 더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거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진짜 카탄의 고수들은 카드 거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하느냐로 승부가 결정되기는 하더라고요. 초보와 고수의 경계가 바로 이 '거래'에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지요.




카탄의 개척자 + 도시와 기사 확장 (3인)

카탄이라는게 협상의 요소라는게 있기 때문에, 선두를 견제하기 위한 담합이 가능해져서, 은근히 게임 시간이 길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요소때문에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이기던 사람이 스무스하게 진행해서 결국 이겨버리면, 그 또한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반대로 얼토당토않게 꼴등이 일발역전하는 꼴도 우습고 말이죠.

카탄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지요. 점수가 엇비슷하게 나가면서, 보너스 타일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정적인 한방의 승부처가 존재한다는 거지요. (보통의 경우, 승부처라 함은 주사위가 터져주는 것을 말합니다만...)


이날 승부가 딱 그랬네요.

한분은 벽돌에서 너무 막히는 바람에 살짝 뒤쳐졌고요. (그래봐야 2점 차이...)

남은 두명이 매 턴마다 승부처가 발생하면서,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랬죠. 진짜 "이거 하나만 나오면 돼..." 라던가 "이것만 안나오면 이겨..." 싶은 상황을 계속 주고 받았는데, 그 긴장감이란 장난아니죠... 후후후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확장이라는 개념이 기본판에 약간의 추가 요소를 더해 보다 많은 전략적인 승리요소를 늘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또는 밸런스 패치... 후후후)

카탄과 도시와 기사 확장간의 관계는 이런 일반적인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분명 구성 요소로만 보면, 적당한 추가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게 얽히고 섥히면서, 게임의 전체 불륨을 최소한 3배 이상 키워놓은 거죠. 단순 비교로 플레이 타임만 봐도 그걸 알 수 있지요.

점수 상으로는 원래 10점 목표에서 12점으로 2점 더 늘었을 뿐이지만, (오히려, 원래 시작이 2점에서 시작하던 걸 3점에서 시작하는 걸로 바뀌었으니 실제로는 1점 더 늘었을 뿐이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요소가 협상과 거래라는 요소에 완전히 녹아들면서, 거대한 게임으로 뒤바뀐 겁니다.

카탄의 다른 확장들 (항해사, 상인과 바바리안)만 봐도, 길어야 20~30분정도 늘어났을 뿐이거든요. (어쩔때는 심지어 점수를 낼 요소가 늘어나면서, 게임이 기본판보다 더 빨리 끝나는 경우도 있지요..)

실제 카탄 기본판에 익숙하신 분들도, 카탄 도시와 기사 확장을 해보고 나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는 분들도 종종 본답니다. 그만큼 치열한, 이른바 빡센 게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던 거지요.


ps) 사정이 이럴진데, 그나마 3인플이라 이정도지, 4인플이었다면 여기서 1~2시간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예전에 카탄만 100여판을 했다는 주위 지인들과 도시와 기사 처음했을때, 4시간 30분을 하고도 게임을 못끝낸 적이 있었거든요. 후후후 (차 시간이 끊겨서 집에 와야 했다는 슬픈 전설이...)

그러고 보니, 이날 3인 '카탄-도시와 기사'도 3시간 이상 한 것 같네요..... 옆 테이블에서 언제 끝나는지 계속 물어보실 정도였습니다. 후후후


이렇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만드는 '도시와 기사'를 굳이 해야하느냐? 싶을 겁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거지요. 괜히 사람들이 '카탄...'과 '도시와 기사'를 연호하는게 아니거든요. 후후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의 하나라는 '카탄의 개척자'

그 게임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시와 기사' 확장

세상의 수많은 신작들에 묻혀, 그저 전설로만 치부되는 이 게임을, 아직도 접해보지 못한 수많은 보드게이머에게 강력하게 추천해드리는 바입니다.


ps) 카탄의 수많은 버젼들이 있지만, 15주년 기념판이나 어마무시한 가격대의 3D 카탄이 나왔을때도, "만약 도시와 기사 포함 버젼이었다면, 가격에 상관업이 무조건 산다."일 정도로 기본 카탄와 도시와 기사 확장의 콤보는 가히 전설급이죠.... 라는 저는 생각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