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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5.05.01.금] 당정동 커피공장 모임 후기

프롤로그 :

최근 몇개월간 다시 보드게임에 불타고 있는데요.

일단 해외구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요.

생애 최초의 자작 보드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이해저래 움직이고 있습니다.

게임 매니아로서 많은 시간을 보드게임 모임을 위해 불태우고 있고요.

그런 와중에 제 마음대로 안되는 딱 한가지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보드게임 모임의 활성화입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모임 (송파, 강동모임)이 있지만, 평일 밤에 모이는 탓에 성에 안차서 말이죠.

결국, 평일 정모 외에 주말에 공격적인 번개 모임을 추진하고 있는데, 근 몇주동안 수차례 번개공지를 때렸는데도, 제대로 한번 모이기가 힘들더군요.

결국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고, 아예 새로운 모임까지도 시도해봤습니다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지요. 이러한 상황은 또다른 외부 모임으로 관심이 옮겨갔고, 결국 두 거대 보드게임 커뮤니티의 '모임 게시판'을 주시하게 됩니다. 되도록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임을 찾다보니, 무려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에 위치한 '커피공장 모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예전에 일산으로 게임하러 다녔을때만큼이나 먼 곳에 있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 하는 마음이었으나, 게임이 너무 고픈 관계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탈까?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로 이동할까를 당일날 아침까지도 고민을 했습니다만, 중간인 과천에서 지인을 잠깐 만날 일이 있을 것 같아, 오토바이를 선택하였습니다.

과천을 지나 '인덕원'까지는 그래서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문제는 그 이후로는 저도 초행길이라는 거지요.

왠만하면 지도 한장만 들고도 잘 찾아가지만, 서울보다 월등히 큰 지형을 자랑하는 경기도는 만만치 않더군요.

대략 이정도는 되었을 것 같았는데도 여전히 한참 남아 있더라고요. 가는 길도 그렇고, 오는 길까지도 만만치 않은 여정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당정동 '커피공장' 모임에서 제가 우려했던 부분은 2가지....

1. 비오면 어떡하지? - 오토바이 족으로서 비오면 그냥 끝장입니다. (다행히 비가 안와서 패스)

2. 일찍 가서 하고 싶은데,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혹은 주인장과 나, 둘 뿐이면 어떡하지? - 도착해보니, 이미 1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리고도 계속 사람들이 오시더군요. (왠지 부러워...)


적어도 인원수 면에서만큼은 부럽기만 한 '당정동 커피공장 모임'... 그 본격적인 게임 후기 지금, 들어갑니다.


롱 샷

게임성 좋고, 콤포넌트 멋지고.. (물론 말에 붙이는 스티커는 정말이지 환장할만한 퀄리티를 가졌습니다만...)

나왔을때 돈이 없어서 못산걸 아직도 후회중인 게임 중 하나이지요.

이후에 사려고 하니, 물건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지금은 간간히 보이긴 하는데,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망설이게 되는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이라며 여전히 주시하고 있는 게임이지요.


경매 게임치고는 플레이 타임이 좀 길고, 게임 말을 비롯한 카드의 텍스트가 제법 많아서 유저 친화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그 재미만큼은 확실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일날 무려 7인이 함께 (최대 8인가지 가능)했는데, 오히려 5~6인이었을때보다, 게임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인원수가 많을때의 가장 큰 약점인, '자기 차례가 너무 안온다'라는 느낌은 아닙니다만, 자기 차례가 오기전에 뭔가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은 확실히 있는 듯 하네요. 예전에 저의 기억으로는 확실한 일발역전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느껴볼 새도 없이 다른 사람의 턴 중에 게임이 강제로 끝나니까요. 


아쉬움이야 어쨌든 간에 재미있는 게임이고, 반드시 구해야 하는 게임임에는 확실해 보입니다. 빨리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가격은 둘째치고, 물건 자체가 품절인 상태라... 쩝...)


라스베가스

모이신 분들의 면면을 살펴봤을때, 이 게임을 아직 못해보셨다는게 의외였는데요. 아무튼 돌려봤습니다.

사실, 워낙 많이했고, 너무나 많이 알려져서, 딱히 뭐라 할 얘기가 없는게 사실이네요.

제가 태어나서 해봤던 모든 주사위 게임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게임인 것만큼은 확실하지요.


구성물에 비해 너무나 비싼 확장판때문에 살짝 욕을 먹고 있습니다만, 굳이 이 게임을 확장을 껴서 해야할 이유는 저로서는 없어보입니다. 기본판만으로 충분한 게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블러디 바운드

이른바 마피아 게임의 대를 잇고 있는 게임입니다.

솔직히 이제는 이런 류는 좀 질리는 감이 있네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임 중에 하나인 '타불라의 늑대'에서부터 촉발된, 의미없는 사람 몰아가기는 그렇다치더라도 (이건 게임 시스템이 그럴 수 밖에 없어서 저조차도 이해는 합니다) 말이 많아서 죽인다는 황당무게하고 비논리적인 행태도 그렇거니와, 시간 제한을 두는 멍청함도 가끔은 목격되고, 특정 시점부터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결과까지도 모... 한구석 마음에 드는 면이 딱히 없네요.

특히나 요즘 새로 등장하는 이러한 '타불라의 늑대'형 게임들을 보면, 얼핏 시작할때는 뭔가 생각할 여지가 주어지는 듯 해도, 결국에는 누군가의 '트롤'짓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굳이 이런 류의 게임에서 재미를 찾지는 못하겠네요. 그냥 100% 운이나 기대할만한 확률에 근거한 일명 '러브레터' 식의 게임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따지고 들면, 두 개가 같은 카테고리로 묶여질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아예 고민할 필요없이 명확하게 진행되는 방식이 저는 더 좋아보이는군요.


사보티어

어쩌다보니, 계속 다인플 게임이 진행되었는데요. 뭐 오래간 만이니 그냥 함께 했습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죠.

예전에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때는 저도 나름 재미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글판으로 등장하면서 (애초에 제가 알고 있던 룰이 바뀐건지, 아니면 애초에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명색이 게임의 제목인 '사보티어'가 이기기가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심지어 일반 광부가 사보티어 짓을 해도 그렇습니다. 이건 분명히 밸런스 상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중요한건, 과거에도 사보티어의 승리는 원래부터 어렵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좌하는 룰이 있어서 그걸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면 무언가 틈이 있었던거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게 원래 규칙이었는지,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굳이 찾아보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예전에 하던 룰과 지금의 룰이 달랐던게, 몇가지 있지만, 나머지는 그냥그냥 상황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있어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만, 마지막 한가지는 너무나 크게 느껴지네요.... 그것은 바로, 일반 광부가 이겼을때 금 카드를 받는 순서에 관한 것인데요. 지금은 규칙은 마지막으로 카드를 놓은 사람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라고 되어 있지요. 얼핏보면, 보드게임계에서 가장 흔한 계산 방식이라 별 문제될 것이 없어보입니다만, 바로 그것... 별 문제될게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거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아도 인원수가 월등한 일반광부 팀에게 패널티가 너무 없다는 거지요. (어쩌면 그래서 확장이 나온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전에 제가 알고 있던 룰에서는 그 방식이 전혀 달랐죠. 만약, 일반 광부가 승리했을 경우, 마지막 카드를 낸 사람의 오른쪽 사람부터 시작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금 카드를 순서대로 받아갔던 겁니다. 이렇게 할 경우, 게임을 끝낸 사람이 가장 늦게 금카드를 받게 되므로, 되도록이면 본인 차례에 끝내려고 하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미루게 됩니다. 이러다보면, 게임이 길어지게 되고, 바로 이러한 허점 사이로 사보티어가 파고들어갈 여지가 생기는거지요. 적어도 그때는 이 규칙 하나때문에라도 사보티어가 할만했습니다. 게다가 사보티어가 승리할 경우, 받는 금의 양이 일반 광부가 승리했을때마다 받는 금의 양보다 훨씬 많았으니까 말이죠. 지금 규칙을 보면, 사보티어가 승리했을 경우, 그냥 금 3개를 받는다. (금 카드 3장이 아닙니다. 그냥 금 3개에요...)라고 되어 있는데, 이도 못마땅하죠. 그렇지 않아도 승률이 형편없는 사보티어인데, 보상이라도 많아야 할 것 아닙니까? 예전에 했던 기억으로는 일반 광부가 승리했을때처럼, 인원수 만큼 금 카드를 뽑아서 사보티어끼리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부족한 부분은 임의로 - 이를테면 가위바위보로 정함) 했었습니다.


(누차 말하지만, 이게 원래 규칙이었는지,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어쨌건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지만, 그래도 뭔가 할만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사보티어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확장을 끼고 해야 재밌다고 말씀하시는데, 분명 예전의 사보티어는 확장따위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니까요... 그래서 더욱 더 아쉽습니다.


스피리움

사놓고, 메뉴얼 읽어본 이후 시간이 좀 흐르는 바람에, 규칙이 기억이 안나서 게임을 돌려주신 분에게 살짝 민폐를 끼쳤네요.

처음 메뉴얼을 봤을때는 "어라, 생각보다 괜찮은 게임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실제 게임을 해보니, 괜찮음과 안괜찮음이 공존하는 게임이었네요.

일단, 전형적인 일꾼놓기라는 방식으로서는 괜찮은 게임이고, 한 라운드를 2가지 단계로 나누어서 단순히 그저 먼저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유리함을 주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은 정말이지 멋진 것 같습니다.

특히나, 후반부의 콤보 플레이는 나름의 '희열'로 다가올만큼 멋들어진 재미를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게임 아트웍의 산만함과 게임 아이콘이 살짝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임 진행시 불편함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난다는 거지요. 게임 콤포넌트의 최적화라고 해야 될까요?

시장에 놓여지는 일꾼과 시장에서 빼낸 일꾼, 그리고 카드의 능력에 사용하기 위한 일꾼이 한자리에 공존해있다보니, 이게 어디에 있던건지, 본인조차도 헛갈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나마 한번 해봤다고, 다음 번에는 애초에 설명할때 그걸 감안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또한가지, 다들 첫번째 플레이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카드 간에 유불리가 다소 크게 느껴지는 것이 너무 좋은 카드와 그냥 그런 카드의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누가봐도 좋은 카드와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카드간의 간격은 하늘과 땅차이인데, 가격 차는 그리 크지 않아서, 뭔가 밸런스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왠지 그게 다일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아직은 숨겨진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네요.

해외구매로, 그저 싸다는 이유로 구입한 것이 전부가 아님을 저에게 증명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네요.


렉시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1시간에 끝낼만한 5인 게임을 찾았는데, 의외로 '커피공장' 내에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무거운 게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래간만에 렉시오를 들이밀어 봤습니다.

플레이어 분들은 게임 선택할때는 제법 신중하게 하시는 것 같은데, 한번 결정하고 나면, 정말이지 유쾌하게 게임을 즐기시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ps) 잠깐 렉시오의 과거 얘기를 해볼까요? 렉시오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때는 정말이지 최고의 히트상품이었죠. 당시를 회상해보면, 렉시오의 최고 강점으로 3가지를 외치고 다녔는데, 하나-만지작 거리는 손맛, 둘-점수 계산의 특이점, 셋-미칠듯이 저렴한 가격... 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재출시된 렉시오는 가격적인 면에서 메리트를 잃어버렸습니다만, 게임성만큼은 여전하지요. 요즘 시대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서 오히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별스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만, 초보자들과 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렉시오를 하면, 저는 이상할 정도로 한가지 행동에 집착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바로 타일을 나누어 받은 후, 일렬로 정렬하여 한번에 들어올렸을 경우,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징크스를 갖는다는 것이죠. 덕분인지, 매번 '2'가 두개씩 들어오는 행운으로 수월하게 (그 와중에, 1시간 만에 2게임이나 할 수 있었다는...) 둘다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후후후



에필로그 :

일단 사람이 많다는 것은 대단히 부러운 일이었고, 특히나 무거운 게임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모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욱이 시간 제한없이 진행되는 풀타임 모임 (저는 저녁 9시 30분 정도쯤에 집으로 나섰는데, 다음날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만난 분에 따르면, 밤샘하고 바로 오셨다고... 즉, 전날 오전 11시부터 했다고 한다면, 적어도 20시간 이상 모임이 진행됐다는 얘기... 우우우우~~~) 진행은 여러모로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한 자격이 있는 것 같네요.

회비도 공짜요. 약간의 다과도 제공해주시니 이건 뭐...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그야말로 천국의 조건을 가지신 듯....후후후후

지나치게 먼 거리 상의 압박으로 차후에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즐거운 시간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언젠가 또... 뵐 수 있게 되길 빌겠습니다.


ps)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서로간에 들고 오신 게임들이 많아서, 제가 가져간 게임을 하나밖에 못돌려봤다는게 아쉬울뿐.... (그저 욕심이지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