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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5.04.10.금] 송파보드모임 금요 밤샘 번개 모임 후기

프롤로그 : 

밤샘 모임이다 보니 일반적인 장소에서 모임을 하는게 불가능한 관계로, 송파 모임이지만 장소를 면목역 부근에 있는 제가 활동하는 단체의 사무실로 옮겨서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어찌저찌 4인을 맞추기는 했는데, 2명이 시간이 살짝 꼬여서 서로 어긋나는 바람에 3인으로 계속 진행되었네요.

마침 나중에 오시는 1분이 2명을 더 데려오셔서 5인으로 진행하는가 싶었는데, 데려오신 2분도 일찍 떠나시고, 결국 원래 계획대로 3인으로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그 한분마저 밤샘의 여파를 막지 못하시고, 게임도중 주무시기 시작하시더니, 결국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지요.

암담한 2인이었습니다만, 마침 게임이 협력게임이었던지라 2명이서 각각 2인분 역활을 맡아 게임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트루아

인원이 적어서 많은 게임을 하기에는 설명하는게 귀찮을 듯 하여, 제법 무거운 게임들로만 골라갔는데...

정작 메뉴얼을 완벽히 독파한 게임은 놔두고, 모임 시간때문에 룰북을 2/3 정도만 파악한 '트루아'를 먼저 돌리게 되었네요.


예전에 게임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1번 해보고, 게임을 설명해주신 분의 "설명 후 1등 신공"으로 처절하게 밟힌 이후,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게임인데, 요새 개인적으로 구상중인 게임들이 '주사위 게임'이다보니, '복잡한 주사위 게임'의 이미지가 필요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주사위 게임' 중에 가장 전략성이 강한 게임이 아닌가 싶은데요.

같이 게임하시는 분들이 저의 에러플을 서로 도와가며 잡아주신 덕분에 무사히 게임을 마칠 수 있었네요. 이참에 규칙도 완벽히 숙지할 수 있었으니 다음번에는 쾌적하게 게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말은 돌려말하면, 다음번에 다시 하고 싶은 만큼 괜찮은 게임이었다는 뜻도 되겠네요. ㅎㅎㅎ)


주사위 게임으로 이렇게까지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전략적 선택이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나름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서 '이벤트 카드' 쪽에 힘을 집중했는데, 얼핏 보기에 대단히 앞서 나가고 있다는 건 저만의 착각이었네요.

그 와중에 후반부에 주사위 게임답게 '주사위'가 안터져줘서 결국 꼴등으로 마무리...하지만, 왠지 다음번 플레이가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 이래저래해서 여러번 하게되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처음 게임을 샀을때,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한글메뉴얼이 동봉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사고 나서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궂이 불편함을 몰랐는데....

원래 컬러로 되어 있는 한글메뉴얼을 흑백으로 인쇄해서 들어 있었거든요. 저는 이게 이렇게까지 게임내내 불편하게 다가올런지는 상상도 못했네요.


게임의 특성상 '행동 카드'와 '이벤트 카드'가 한글화로서도 감당이 안되는 수준으로, 반드시 메뉴얼을 참조해야 하는데, 컬러로 인쇄되지 않다보니, 각각의 카드를 찾는데 은근히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나마 사용하는 카드의 장수가 얼마 안되서 다행이었지, 안그랬다면 대략 난감했을뻔 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컬러로 카드의 능력부분은 다시 출력해놨습니다. ㅎㅎㅎ)


주사위 게임으로 하는 영향력 게임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주사위 전략 게임의 최고봉... 완전 추천드립니다.


ps) 집에 와서 '트루아'의 확장판을 뒤져봤는데, 여기저기 온갖 군데에서 다 품절이네요. 심지어 '해외구매 사이트'에서는 물건 자체가 없고 말이죠. 오히려 국내 사이트에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하겠네요. (아니면 중고를 알아보거나요...)


로빈슨 크루소

역시나 무거운걸로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선택된 게임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무려 정식 한글판 입니다.

오래된 보드게이머 입장에서도 굉장히 뜬금없이 나온, 그것도 제대로 나온 (최근의 모 열차 게임과는 비교 불가 수준이지요.).... 상대적으로 대형 유통회사도 아니어서 더욱 그 가치를 인정할만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더욱이 보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인 무려 '협력 게임' 장르인 게임이지요.

정말이지 그 탄생 배경만 보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엄청난 대작이지요.


제가 본 모든 한글판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가장 퀄리티가 느껴지는 한글판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한데요. 만약 영문판을 사서 한글화를 하려한다면, 고생 꽤나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는 딱 한가지, 환장할만한 가격입니다.

보드게임계에서 정식 한글판의 존재라는게 가격 경쟁을 벌이는 존재가 아니다보니, 누군가 미친척하고 싼 가격이 중고시장에 풀지 않는한, 가격이 떨어질 여지가 전혀 없다는게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정도 정성을 들였으니, 다소 과한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인정할만은 하지만, 도저히 이 게임 하나만을 그 가격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비록 저라도... (아니 저라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네요.

게임이 별로였다면 이런 고민도 안했을텐데... 생각보다 재미져서 말이죠.


앞서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어쩌다보니, 2명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일단 첫게임의 시작은 3인이었기 때문에 2인이서 하는 3인플이었고요. 두번째 시나리오는 아예 2인이서 하는 4인플이었습니다.

운이 좋은건지, 실력이 좋은건지, 무지막지한 날씨의 어택으로 생명력 1칸의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겨우겨우 첫 시나리오를 통과할 수 있었고요. 오히려 날씨의 압박이 덜해진 두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식량으로 살작 고생을 좀 했지만, 카드 운이 좋아서 (특히나 보물카드) 그닥 힘들이지 않고 (라고는 해도 겨우 1라운드를 남기고), 통과할 수 있었네요.


많은 협력게임이 있었지만, 첫 시도만에 (그것도 연속으로 2번이나) 시나리오를 극복해보기는 '캐슬 패닉'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요. 캐슬 패닉이 협력게임 쪽에서는 쉬운 난이도로 유명하기에 저는 '협력게임'쪽은 재능이 없나보다 싶었는데... 역시나 게임은 이겨야 맛이라고, 통과하고 보니, 무척이나 재밌더군요.

(3번째 시나리오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 관계상... 아쉬웠습니다. ㅎㅎㅎ)


제가 개인적으로 '캐슬 패닉'이라는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물론 아이들에게 들이밀어도 될 정도로 쉽다는 것도 있습니다만, 어떤 식으로든 쉽게쉽게 이기게 놔두질 않으면서, (충분히 플레이어들을 막다른 길, 절벽 끝으로 몰아넣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승리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였는데요. (캐슬 패닉을 여기저기서 아이들과 수십차례 한 것 같은데... 한번도 진적이 없었거든요.)

로빈든 크루소를 진행하면서, (2번 연속 승리한 자신감 때문인지...) 왠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고, 작가가 실제로 그걸 의도한 거라면, 저는 이 게임 '로빈슨 크루소'에게 10점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이토록 절묘한 밸런스감이라면 안주면 이상한거지요.

허나,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다른 분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늘 이기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그냥 제가 운이 좋은 걸까요? ㅎㅎㅎ


날씨의 압박이라는 너무 거대한 변수가 살짝 못마땅한 감이 있습니다만, (무슨 놈의 날씨가 맑은 날이 없어???) 그 밖에 모든 요소들이 제법 잘 짜여있으면서, 서로 연관되어 있네요. 처음 시작에는 모든게 어렵기만 한 압박으로 다가오지만, 실제 사람이 무인도에 살아 남으면 그러하듯 점차 적응해 나가게 되더라고요.


수없이 다양한 카드에 비해서 캐릭터 숫자와 지형 타일의 개수가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맵 상의 이미지가 다소 게임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등의 사소한 디테일이 마음이 걸립니다만, 게임성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네요. 보드게임긱에 보니, 애매한 스타일의 미니 확장들이 잔뜩 있던데, 제대로 된 묵직한 확장이 하나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결론은 해보고 나서 바로 구매를 확정 짓고 싶었습니다만, 한글판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데다가, 한글판의 가격대가 워낙 높아서 도저히 손을 내밀수가 없네요. 심지어 좀 무리를 하면 아이들에게 수업용으로도 괜찮은 수준이다 싶기는 한데... 무리를 해서 사기에는 써먹을 수 있는 경우가 수가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도 걸리고요.

여러모로 입맛만 다시게 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중고장터 쪽으로 눈을 돌려봤습니다만, 구매자만 있고, 판매자는 없는 상황이네요. (다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나 봅니다.)


에필로그 :

단지 2게임, (실제로는 3게임 - 늦게 합류하신 분들끼리 돌아간 '7원더스' 가 있습니다만, 제가 안한거라서...) 그와중에 한게임만 두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8시간이 가뿐히 흘러가버린 하루였습니다.

시간 정말 빨리 갔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건,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했다는 반증이겠죠. ㅎㅎㅎ


ps) 밤샘 모임에서는 먹을 것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너무 적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