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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50407.화] 송파보드모임 정기모임 후기


얼라이언스

해외구매시, 싼 가격에, 오직 하나 '트릭 테이킹'이라는 제목에 혹하여 산 게임입니다.

제가 원래 트릭 테이킹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남들과는 구매 선택이 좀 다르다보니, 메뉴얼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워낙 이 장르에 익숙해 있다보니, 대충 슬쩍 훑어보면 대략 답이 나오는 바가 있거든요.

이렇게 익숙한 장르의 문법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게임이었는데, 의외로 한글 메뉴얼을 만드는데 꽤나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최근에 한 'DOME' 라는 게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는데요.

작가가 본인이 설정한 테마에 맞추어, 기존의 일반적인 단어선택에서 벗어나 다른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냥 단순히 "카드를 뽑는다." 라는 단순명쾌한 행동을 무언가 (좋게 말하면, "고급지게"이고, 나쁘게 말하면 "잘난척이 심한거지요") 전혀 다른 용어로 바꾸어 놓는 겁니다. 심지어 그 단어를 설명하는 것조차 돌려돌려서 말하는 거지요.

이게 도대체 뭔소린지, 그저 단순히 영어가 짧아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만, 결국 해석해놓고 보면, 그냥 단순한 결과인 경우가 많은 법이죠. 한때 지나치게 풀어놓은 영문 메뉴얼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소위 '현학적 허세'로 가득한 메뉴얼을 보고 있자니,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죠.

아무튼 이러한 고생끝에 완성한 한글 메뉴얼을 바탕으로,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실제로 돌려볼 일만 남았죠...


게임 자체가 기본 4인 팀플(2:2) 게임이라 거기에 맞춰보려고 했는데, 인원수의 문제로 일단 3인 특수룰에 의거하여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두분이 의외로 트릭테이킹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 압도적으로 유리할 거라는 생각이었지만, 기존의 트릭 테이킹 문법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게임 스타일이 저를 좌절하게 만들더군요.


게임은 기본적으로 "트릭테이킹"적 요소에 "영향력 게임"스러운 모양새를 가졌는데요. 1/4을 차지하는 특수 카드의 존재가 단순한 트릭테이킹 게임으로서의 전략, 전술적 운용에 엄청난 반전을 부여합니다.

그러고보니, 최근의 트릭테이킹 게임들을 보면, 전체가 특수카드로 이루어진 게임들도 종종 나타날 정도로 다양한 진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2/3는 그래도 전통성을 가진 트릭테이킹의 모습을 갖춘 이 게임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양이야 어쨌건, 결국 재미가 본질일텐데요.

살짜쿵 에러플을 동반한 3인플은 결과적으로 이 게임이 근본적인 트릭테이킹과 얼마나 다른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그쳤고, 이어서 벌어진 팀플 기본인 4인플에서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네요. 최근 트릭테이킹을 하면서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싶은데요. 앞서 계속 지적한 '특수 카드'의 활용성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거기에 팀플 특유의 서로 보완 또는 견제하는 요소가 의외의 진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영향력 게임의 냄새도 살짜쿵 풍기면서, 게임 전체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해본 가장 전략, 전술의 필요한 4인 팀플 (& 트릭테이킹) 게임 중의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최고 단점은 역시나 12장이나 되는 특수 카드의 활용이 관건이지요. 아무리 아이콘으로 잘 설명되었다고 하더라도 쾌적한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니까 말입니다. 그나마 애초에 1페이지짜리 특수카드 요약표를 제공했기에 나름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ㅎ



잇 헤픈즈

아는 지인이 정말 재밌다고 누차에 걸쳐 강조를 하기에 기회가 있을때 바로 샀던 게임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해본 결과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거지요.

제가 특히나 주사위 게임을 좋아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이지 '미스'였던 거지요.


그런데, 어제 다시 해본 '잇 헤픈즈'는 제가 알던 그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다른 점이 있었죠. 제가 잘못 알고 있던 에러플이 2개 정도 (하나는 게임성이 바뀔 정도의 에러플이었고, 하나는 소소한 거였죠.) 있었는데, 단지 그 차이때문에 평점 5/10 였던 게임이 평점 8/10으로 바뀌었으니 이건 뭐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수준이었던 거지요.


이렇게 게임은 저에게 새로운 신천지를 제공해주었고, 저는 다시 써먹을 수 있는 효용성에 눈을 띄일 수 있게 되었던 거지요.


물론 주사위 게임답게 모든 것이 결국 주사위 운으로 결정되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옆에서 "바로 그런게 게임의 재미요소이다."라고 해본들, 주사위가 안따라줘서 좌절해본 플레이어에게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터지는 폭소를 유발하는 장난꾸러기 주사위 신께서는 여전히 유쾌하고, 즐거운 재미를 우리에게 선물해주십니다. 바로 '잇 헤픈즈'라는 게임을 통해서 말이죠. ㅎㅎㅎㅎㅎ


21번의 반란

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시겠지만, 메뉴얼을 읽어본 이후, 왠지 '푸에르토리코'를 떠올렸습니다.

선장이 한 액션을 따라하는 것 때문에 말이에요. 물론 그것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적어도 게임 설명에서 이런 부분은 푸코랑 비슷합니다... 라는 설명이 살짝 도움이 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기본적으로는 일꾼을 사용하는 일꾼놓기 게임입니다만, 제가 여태껏 경험해본 모든 일꾼놓기 게임 중에 이 게임만큼 "선"을 잡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임은 못본 것 같네요. 적어도 다른 게임은 "선"이 중요하고, 장점도 많지만, 일꾼놓기 게임의 장르적 특성상 후발주자는 다소 눈치를 볼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있는데, 이 게임은 아예 그런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냥 무조건 "선"이 좋고, 나중에 하는 사람은 무조건 안좋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나마 5인플에서는 마지막 플레이어에게 의외의 보너스를 선사하기도 합니다만, 저희가 했던 것처럼 4인플에서는 그나마도 없어서 꼴번은 완전히 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저희가 첫번째 플레이라서 놓치고 있는 부분 (룰 적인 부분 말고요. 전략, 전술적인 운용에 관한 겁니다.)이 있을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할 수 있는게 없어요.

결국, 대부분이 선플레이어를 누가 잡느냐 싸움으로 치닺을 수 밖에 없는 거지요.


다행인 건, 22번에 이르는 장대한 라운드가 이 모든 걸 커버하고 있습니다. 아~~ 오해는 마세요. 22 라운드를 하게 되지만, 실제로 1라운드당 채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은 특수 카드의 기능을 파악하는데 반쯤 잡아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흔히들 아이콘이라 표현하는 요약표가 보드도 그렇고, 카드도 그렇고, 영~~ 불편하기 짝이 없거든요...)


여러가지 특별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글 메뉴얼에서는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눈에 띌만큼 뭔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단수히 우리가 놓쳐서일수도 있습니다만...)

모든 게임이 다 그러하듯, '두번째는 잘 할수 있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는데요. 바로 위에서 말한 그러한 점 때문에 두번째 플레이도 살짝 어설플 것 같기는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해결방법이 하우스 룰밖에 없는데요. (이미 천단위로 게임을 해본 저로서는 의외로 쉽게 묘수를 찾아낼런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정도쯤이야... 후후후... 랄까요...." ㅋㅋㅋ)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이 혼재되어 있는 게임이지만, 적어도 그냥 이렇게 묻어버리기에는 살짝 아쉬운 면이 있어보이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에볼루션

종의 진화라는 테마와 그 구현 방식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행면에서는 '종'이라는 특성을 너무 쉽게 생각한게 아닌지 아쉽기만 합니다. 

혹시 아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게임을 해보면, "도미넌트 시피시즈"라는 게임이 떠오르는데요. "도미넌트"에서 지나치게 현실성을 부여한 나머지, 그 한없이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상황이라면 엄청 간략화된 이 게임이 반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왜 저는 그 반대로, 차라리 "도미넌트 시피시즈"가 더욱더 그리워지는 걸까요???


카드로 각각의 종에서 특성을 부여한다는 설정은 꽤나 간단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걸 없애는 것, 심지어 변경하는 것까지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는 거지요. 아무리 게임이지만, 테마를 고려할때, 너무 심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이렇게 간략화시켜놓은 시스템을 다시 어렵게 바꿔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아쉽기만 하네요.


카드에는 어렵지 않은 (분명 한글 참조표만으로도 충분한) 영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도 종류가 많아지니 제법 부담이 되더군요.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저 혼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애초부터 이 게임이 난이도가 높고, 시스템이 복잡하여 쉽게 배우기 어려운 게임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궂이 그런 게임을 초보자들에게 권하지 않을테니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죠. 


분명한 건, 카드를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기만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어떤 초보들이 그 과정을 참고 견디겠느냐는 거지요. 그야말로 게임을 하려고 하고, 그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초보라는게 이 세상에서 (적어도 대한민국 세상 안에서) 얼마나 힘든건지 아마 상상도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생각해봤을때, 어차피 매니아 그룹에서 재미있게 돌리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앞서 말했듯이 저 같으면, 그냥 '도미넌트 시피시즈'를 선택하겠다는 거지요. 적어도 그 게임은 어려울지언정 귀찮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요... 이제와서 제 진짜 심정을 밝히게 되는군요. 이 게임... 귀찮아요... 일일히, 매번, 계속, 끊임없이... 확인해야 되는.... 

심지어 그냥 제것만 확인해야 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카드끼리 서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남의 카드도 봐야 된다는거...


일이 이쯤되면, 아예 카드의 전체 한글화를 하더라도 익숙해지는데 꽤나 많은 시간을 잡아먹을께 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요. 이 게임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줍니다. (설명은 자신이 있으니 분명 잘 할 겁니다.) 게임이 들어가면, 나 말고 다른 모든 사람이 이 카드는 무슨 내용이냐고 자꾸 물어볼게 뻔합니다. 한글화 자료, 심지어 카드 한글화도 다 소용이 없지요.... 이미 수차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게임에 익숙한 저도 처음에는 이 카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초보들이야 말 다했죠. 

왠만하면, 나중에 구매를 고려하는게 저의 보드게임 라이프입니다만, 이 게임은 사놓고, 분명히 몇번 못돌려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네요. 

제 결론이야 그런거고, 여러분들까지 그러실 필요는 없으니, 귀차니즘 따위는 나의 보드라이프를 막지 못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뭐... 여러분의 선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