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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 (TV,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 소설)

질투는 나의 힘

2003/4/21/월  질투는 나의 힘
메가박스 8관 3회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영화'를 발견했을때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랬고, '생활의 발견'이 그랬고, '오! 수정'이 그랬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질투는 나의 힘'이 있다.

각종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영화이다.
세계적인 영화라고 해서 다 필자 (혹은 관객)의 눈에 차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젊은 영화제에서의 수상 경력은 적어도 '선택의 여지'라는 측면에서 한점 따고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이 요즘 우리 나라, 우리 시대의 우리 이웃에 관한 영화라는 것이다.  이 놀랍도록 우리 나라 다운 내용에 세계가 손을 들어준 것은 역시나 사람 사는 모양새라는 것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반증인 걸까 ?


필자는 처음 TV에 나올때부터 '문성근'의 팬이었다. (그 이전의 연극배우 '문성근'은 잘 모른다.)
이전까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잘생긴 것 만으로 스타가 되는 스타일이 아닌...)로 지적인 연기라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게 한 배우였던 것이다.

요즘은 배우로서 보다는 정치적인 활동에 치중하는 탓에 출연작이 적어서 아쉬운데, 오랜만에 나온 그의 영화는 역시나 '문성근'이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사실 영화에 나온 '문성근'의 이미지는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중에 하나지만, 이 느끼한 유부남의 모습을 '문성근' 만큼 잘 표현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힘인지 연출의 힘인지 알수 없지만, 필자는 '이원상'이 '한윤식'에게 느꼈던 그 감정을 영화가 흘러가는 내내 똑같이 맛볼수 있었다)

이전작 '국화꽃 향기'에서 필자가 사모해마지 않는 '장진영'의 그늘에 가린 탓에 특별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박해일'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것이 '박해일'의 트레이드 마크이거나, '박해일'만의 성격파 연기로 승화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나름대로는 '편집부장'의 그늘에 숨어 그를 관찰하고, 그에게 복수할 기회를 꿈꿀 것 같은 '박해일'은 그 특유의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으로 오히려 '편집부장화' 되어 버리게 되는데...???

또 한명의 성격파 배우 '배종옥'
아직 죽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자신만의 색깔로서 배우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딱히 '배종옥이 아니면 안돼 !' 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색깔 정도는 확실히 보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감독 데뷔작으로 놀라움을 안겨준 감독은 의외로 많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데뷔작은 높은 평가를 받는게 어려울 지도 모른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기에 패기와 자신만만, 그리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놀라운 성공작을 만들어낸 감독의 능력은 자연스럽게 그의 다음 작품에도 시선을 이어지기에, 다음 작품의 성과에 따라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역사에 이름을 남겨질수도 있다.
한마디로 두고 보자는 이야기 !!!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있다.
보통의 영화들이 탁월하고도, 특별한 '대사'에 치중하는 반면에 이 영화는 그때 그때의 상황묘사와 그렇게 되어버린 그 상황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며, 좋은 시나리오를 적절히 배합하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감독의 능력과 합쳐지니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라 아니할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과 반목의 심리 묘사도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왠지 어색한... '왜 그럴까 ?' 싶을만큼의 괜한 어색함 !!
그 긴장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수 없을만한, 그 절대적 가치의 '불분명함'이 이 영화의 최고 매력인 것이다.

'도대체 뭔소리냐 ?' 싶을 만큼의 사소하고, 도저히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간질간질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등판의 가려움' 같은 애매모호함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알것만 같은 그들만의 인간관계...

다른 사람에게 무심한 사람이라면, 결코, 죽어도 알지 못할 그 기분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심각해지며, 즐거워하고, 안타까워한다.

마치 이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어떤 영화가, 어떤 소설이, 어떤 음악이...
이 미묘한 심리를 이토록 멋드러지게 표현할수 있겠는가 ?

ps) 마지막 장면에서 '편집부장의 딸'과 '박해일'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과 딸의 표정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수백만 가지의 '???? (물음표)'을 짓게 만드는게 이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진짜 힘인 것이다.
필자는 '씨~~~익~~~' 이라는 미소로 답했다 !!

아!! 모처럼 진정으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났다.


어쩌면 감독 '박찬옥'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 시대의 소시민을 표현해내는데 천재적인 '홍상수' 감독을 얘기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오! 수정'의 조감독을 거쳤다는 이력도 그렇거니와 그의 첫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나도 홍상수 감독의 그것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 평론가는 "홍상수 감독이 '소시민의 이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박찬옥 감독은 '소시민의 불완전함'이 관심 대상이다" 라고 했는데, 궂이 따져들고 싶진 않지만 이해는 할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질투'를 느끼고,
'오! 수정'이나 '생활의 발견'에는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며,
'질투는 나의 힘'에는 '너무나 즐거워 항상 함께하고 싶은 기분 (마치 오래된 친구같은)'을 느낀다.


영화 예고편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충 이야기를 짐작하게 될 것이지만,
결코 여기에 혼동해서는 안된다.
영화의 예고편은 실제 영화 내용과 시간의 순서가 약간 다른데, 이는 상식적으로 미루어 짐작할수도 있는 영화 예고편의 줄거리만으로 영화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얼핏 비슷하게 생각될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라고 할만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재밌다 !!'라는 것을 강조한 '예고편'이라고 생각된다.
(음... 확실히 그래 보인다.)


누가 뭐래도 21세기 한국영화의 대표작이라 부를만한 초일류(????) 한국영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모든 관객들에게 절실히 호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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