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4/25/금 살인의 추억
메가박스 4관 1회
실로 오랜만이다.
평일 오전 첫회임에도 불구하고, 예매된 원래 자리에서 보기는...
잠시 그 원인을 따져보았다.
20대 중반 이후의 관객이라면, 누구나 기억 저편에 담고 있을 바로 그 사건 때문일까 ?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의 흥행 메이커 역할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송강호'
그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
(정답은 어처구니 없게도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날 무료 할인 행사를 벌이는 어느 '카드' 때문이었다 - 매우 실망스럽다)
'송강호'
그의 영화는 인간 냄새가 난다.
영화 관계자들은 흥행의 대표 카드로 '한석규'를 꼽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네 일반 관객도 이미 눈치 채고 있다.
대작주의의 '한석규'보다는 인간 냄새 풀풀 풍기며, 결코 과장하지 않는...
'송강호'의 매력을 말이다.
평일 첫회에 꽉찬 관객을 보면서, 제작자나 감독, 출연진 모두 흐믓해 했으리라.
후후후후... (비록 '카드'의 힘이긴 하지만 말이다)
ps) 아마도 관객의 입소문으로 흥행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살인추리실화극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살인의 추억'
20대 중반이라면 알고도 남을 '화성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 최초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
그 사건의 중심이 서있는 담당 형사의 사실적이면서 영화적인 기록이다.
보통의 연쇄살인귀를 다룬 익숙한 스타일의 헐리우드 영화라면, 범인과 농담 따먹기 하다가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FBI 수사관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다른 영화라고 해봐야 '양들의 침묵' 시리즈 정도일 것이다.
어쨌건 범인은 밝혀진다. (혹은 밝혀져 있다)
범인을 못잡는 영화라고 해봐야 정체불명의 심령현상이나 귀신의 소행 정도일 것이다.
우리 영화 '살인의 추억'은 달랐다.
처음 관객들은 '송강호'의 구수한 사투리와 정겨운 시골 풍경에 살짝 미소지으며, 때때로 웃어가면서 영화를 즐기게 된다.
심지어 첫번째 희생자의 모습이나 두번째, 세번째 희생자의 세밀한 사건 현장에서 조차도 영화로서의 즐거움에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반....
비오는 날, 갑자기 빨라지는 음악 소리와 함께 범인의 습격 (처럼 보이는) 장면에 이르면, 이 모든 것이 결코 장난이 아님을 알게된다.
특별히 끔찍하다거나, 처참한 살인 현장의 모습이 비쳐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까지의 모든 정겨웠던 경치와 사람들의 모습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보는 사람도 진지해진다.
배우들의 농담이나 시골틱한 풍경은 여전하지만, 이제 관객들은 더이상 웃지 않는다. 아니, 웃을수가 없다.
예고편을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정말 잡고 싶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그렇다 !!!
이제 관객도 이에 동감하고, 담당 형사의 기분에 동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멜로영화에 단골로 나오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는 '박해일'이 등장하면서 형사들의 심증이 굳어져갈때, 관객들은 차라리 그가 범인이었길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이걸로 정말 끝이였으면 했을 것이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영화의 힘은 대단한 것이라서, 일반 관객들의 분노를 담아 '사건의 재수사 요구'까지 있다고 한다.
관객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에 대한 것은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마지막의 그 장면, 두눈을 부릅뜬 '송강호'의 얼굴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는 '담당 형사'의 진정한 분노와 고뇌, 회한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흔한 범죄영화에서처럼 범인과 형사간의 두뇌 싸움을 보여주는데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조악한 장비와 전혀 체계적이지 못한 수사 방식 등 지능형 범죄에 무능력한 형사들과 함께, 당시 권력 싸움에 혈안이 되어있던 위정자들의 '관심없음'이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도 시사하고 있다.
결국 희생자만 남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 자신만 봐도 그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이나 주의를 가졌던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런 사건이 있구나 !!' 정도일뿐...
언제나 그랬듯이 '송강호'는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다.
'생활의 발견'으로 대형 신인에 발을 올려놓았지만, 아직은 검증받아야할 '김상중'도 굉장하다.
자칫 멜로적으로 흐를수도 있는 사건에 대한 감정 이입을 적절히, 또한 완벽하게 제어한 감독의 힘은 칭찬을 아낄 필요가 없다 하겠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어느 한순간,,,,!!
관객의 마음을 조종하는 듯한 사운드 역시 탁월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영화속 등장인물과 관객의 기분을 그대로 반영한듯한 경지에 다다르고 있다.
ps) 마지막으로 언젠가는 사건 해결에 대한 보고서 형식의 영화 (살인의 추억 2)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 이거 정말이었음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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