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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0. 05. 09 일] 집 모임 후기

프롤로그 :
나름 개성있는 게스트들이 오셨기에 게스트 소개를 잠깐 해보도록 하지요.
처리 /
오랜만에 처리님의 등장 예고로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원래 이분 좋아하거든요.. 후후)
틱톡에 처리 님과 템페스트 님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거기 가지 않았을 겁니다.
보드게임 하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 성향을 가지신 2분 중 한분이 오셨습니다.
전에 오셨을때 집 모임의 특성상 앉아서 하는 자세때문에 불편하다고 하셔서 그 뒤로는 필자의 집에서 뵐수가 없었죠.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오셨더군요... 완전 환영합니다. 후후
꾸레 /
지난 어린이날 모임에 사정이 생겨 못오셨던 '꾸레'님
이분, 심지어 중학생이라고.... 쿨럭~~
쓰루 어쩌구 하는 게임을 가져오셨지만 플레이 타임 5~6시간은 너무한지라 과감히 보이콧 선언...
(다음에 시간이 충분할때 오시면 꼭 플레이해드릴 것을 약속드리죠.)
좋아하는 게임, 하고 싶은 게임 리스트를 대충 들어보니, 이른바 빡센 게임들을 좋아하시는게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이 하는 친구들도 그런 게임을 좋아한다는 군요. 정말이지 신기한....
생각해보면 처음 보드게임을 할때 어떤 게임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흔히들 초보자들은 쉬운 게임을 재미있어 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어려워도 처음할때 재미있게 한다면, 쉬운 게임은 쳐다도 보지 않게 되는 것 같더군요.

디센트 : 웰오브 다크니스 확장 - 3번째 시나리오
연락이 안되기로는 제가 아는 모님과 막상막하인 '사크림'군이 지난 모임의 영향인지 빨리도 등장했더군요.
시나리오 특성상 처음부터 주어진게 많다보니 왠지 자신만한한 '사크림'이었으나 '천벌' 카드로 단순에 흐름을 필자 쪽으로 돌려버렸죠.
2시간 30분의 여유시간을 바탕으로 빠르게 한판이 주목적이었으나 준비시간이 많이 걸리는 디센트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꾸레 님의 등장으로 게임을 접어야 했습니다.
ps) 게임의 준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디센트 전체 맵 제작을 실행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잉크로 사놨겠다... 스캐닝도 준비됐겠다... 못할 이유가 없는 상태죠.
다만, 이왕 만들거 이쁘게 만들었으면 하는 욕심이 앞을 가로막고 있네요... 가장 아쉬운 건 사이즈가 A4라서 몇장을 프린트해서 이어 붙어야 한다는 것... 천출력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요...

썬더스톤
(꾸레님과 함께 3인플.... 이후에 가이아님 처리님 도착으로 중간에 접었고요. 모두가 가시고 난 후 사크림 군과 2인플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모두 2인플시 사진입니다)

무한잉크를 구매 기념 첫 핸드메이드 작입니다. 무려 4시간을 소모했지요.
카드 한글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고역인 작업은 바로 '칼질'입니다. 한순간 어긋나버리면 다시 뽑아야 하는 상황속에서 지속적인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지요. 누가 칼질 대신 해줄 수 있다면 밥정도는 가뿐히 살 수 있을 정도이지요.
카드의 손맛을 위해 매직더 게더링 카드를 뒷면으로 활용했습니다. (사이즈가 같아서 완전 다행이었습니다)
(양심상 기회가 생기면 썬드스톤 원본 게임을 사야겠지만, 당분간은 궂이 구할려고 애쓸 것 같지 않네요... ㅋㅋㅋ)

3인플에서는 초반부터 계속 잘나갔습니다. 아마도 무난히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2인플에서는 초반에 완전 말렸습니다만, 후반에 사크림이 초반에 따먹었던 몬스터들이 핸드에 쌓이면서 계속 전투가 안되는 통에 그동안 무기와 영웅에 집중 투자했던 제가 계속 몬스터를 잡으면서 대역전... 아~~~ 좋은 게임입니다. ㅋㅋㅋㅋ

칩 런!
지난 번 KBDA 모임에 갔다가 배워온 것 인상깊었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소개한다는 차원으로 핸드메이드 해서 돌려봤습니다.

메뉴얼에 나온대로 5~6인플은 치명적이더군요. 인원이 꽉차다보니 선택의 폭이 없는 겁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최대 숫자(6)만큼 달려도 결국은 마지막에서 만나더라고요. 심지어 4명이 공동 1등, 가이아 님만이 단독 꼴등 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번에 배울때는 4인플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니 많이 아쉽습니다.
제작자 분께 피드백 해드려야 겠네요.

배틀스타 갤럭티카
집 주인의 고집으로 한번 들이밀어봤습니다만...
저는 그동안 꾸준히 달려오신 '처리'님이 한번쯤은 해보지 않으셨을까 싶어서 였는데...
유일하게 아시는 분이 '가이아'님.. 결국 설명이 안되서 포기했습니다.
메뉴얼을 익혀서 다음 번 모임에는 꼭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익스페디션
(게임에 집중하는 통에 사진을 찍지 못했군요....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는 수준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다인플에서 빛나는 게임 중에 하나죠.
처음 시작에 카드의 그림을 매치시키는게 까다로워서 그렇지 익숙해지면 누구나 재미있게 하는 게임이지요. 역시나 반응은 최고!!!

파워그리드
그냥 돌려만 주시면 반가운 게임... 필자의 선호 게임 중에 하나죠.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이 게임의 재미는 발전소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전략 게임으로서 유명한 게임이지만, 유일한 변수가 바로 이 발전소죠.
발전소가 어떤 식으로 나와주느냐에 따라 전략의 급수정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기존에 필자가 했던 파워그리드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언제나 무슨 게임을 하건, 거침없는 액션이 인상적이신 '처리'님께서 필자와 가이아 님이 아웅다웅하던 지역으로 갑자기 치고 들어오자... 아뿔사 하는 마음으로 조급해진 나머지... 필자를 기점으로 모두가 갑자기 집을 마구 짓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발전소까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5개 짜리가 계속 깔리게 되니 집짓기에 불이 붙어버렸습니다. 이에 순식간에 2시대로 넘어가게 되고.... 발전소 10~12를 맞춘 상황에서 더이상 발전소로는 미래가 없어지게 되자... (즉, 찌질한 것들이 발전소 시장에 나와있다는 거지요) 2시대 2번째 만에 필자가 게임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거죠. 계속해봐야 필자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하에 과감히 중간이나 가자 라는 심정이었습니다.
아마 필자의 파워그리드 역사상 가장 짧은 플레이 타임을 기록했던 것 같습니다.

마카오
꾸레님이 사정상 돌아가게 되어 4인...
처리 님이 가져오신 마카오가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게임의 구성물이나 일러스트, 플레이 스타일까지 많은 면에서 아레아의 이전작 '노틀담'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아니나다를까 같은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노틀담이 왠지모를 압박이 있는 반면, 이 게임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더군요.
원래라면, 플레이간의 연계가 없는 이런 류의 게임은 싫어기 마련인데... 이건 괜찮더군요. 동류의 게임들이 상호관계가 거의 없는 거에 반해 충분할 정도는 아니어도 서로간에 관련은 될정도로 어느정도는 존재하고요.
무엇보다도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인 주사위 굴림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가 선택한다는 점에서 좋아보였습니다. 각자 따로따로 주사위를 굴리는 상황이었다면 아마 제 손을 저주하고 싶어졌을 겁니다.

(엄청나게 많은 규브들...)

(게임의 특성을 결정지었던 액션 큐브와 시간 타일의 특이한 조합...)

(승리전략으로 제대로 먹혀들어간 상품들...)

혹자는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을 테크트리 타는 게임으로 규정짓는 이유는 역시나 다양한 방식의 점수 획득 방법에 있습니다.
돈으로 점수를 얻거나, 상품을 배달해서, 카드로 얻거나, 심지어는 벌점을 먹지 않는 것도 나름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동류의 게임들이 이러한 다양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들은 피곤함을 초래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다양한 승리 공식이 있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럼 이제 단점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게임 시스템 상으로는 딱히 단점이랄게 없어보이네요.
다만, 몇몇 카드들의 콤보가 지나치게 강해서 밸런스 파괴라는 소리가 나올만 하네요.
이번 게임에서는 가이아님을 제외하고는 다들 첫번째 플레이였는데요. 게임끝났을때까지만 해도 점수 뒤에서 껄떡거리고 있던 '사크림' 님이 게임이 끝났을때 무려 52점을 몰아먹으면서 승리했습니다. 최종 점수가 70점 안밖이었던 걸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은 점수입니다. 도시의 연쇄 점수야, 다들 처음이라서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고 할수도 있지만, 그것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게... 사크림님이 14점을 처리님이 12점, 저 역시 8점을 먹었기 때문에 사기라고 부를만큼 큰 점수차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짙은 색의 도시에 있는 상품을 획득했을 경우 게임이 끝났을때 개당 3점씩을 준다. 는 카드인데요.
이렇게 말할수도 있겠죠. 그러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은 왜 막지 않았는가??? 물론 그점도 어느 정도 수긍할만 합니다만, 상품을 먹기 위해서는 그 시간대에 딱 맞는 상품을 모아야만 합니다. 이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주사위를 굴려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짙은 색의 도시에 올려진 것은 상품이 아닌 조커 타일인데요. 이 조커를 내면 원하는 상품으로 바꿔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즉, 이 조커 타일을 내고 다시 조커 타일을 먹어가는 식으로 하면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겁니다. 남들은 완전히 운에 맞긴채 큐브를 모아서 조커를 먹어야 하는데... 조커를 가진 사람은 아주 편안하게 조커와 조커를 맞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하면 힘들이지 않고 18점을 손쉽게 가져갑니다. 무려 최종 점수의 1/4이죠.
결국은 게임 종료를 점수를 주는 카드를 못먹게 해야한다는 건데... 그렇게 해서 조커 타일이 있는 짙은 색의 도시를 먹지 못한 사람에게 그 카드는 쓰레기에 불과하며, 심지어 그로 인해 마이너스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를 희생해가며 그 카드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 심하죠.
물론 그 사람은 상품을 먹지 못하므로 상품에 따른 점수는 얻기가 힘들죠. 그러나 상품을 배달해서 얻는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큐브를 희생해야 하고, 더욱이 다른 모든 사람이 나눠먹는 반면 (경쟁이 높으니까요) 조커를 가진 사람은 경쟁자가 없습니다. 그냥 유아독존이죠. 누가봐도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제가 볼때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원래 조커 타일은 게임 준비과정에서 무조건 짙은 색 도시 위에 놓여지는데... 모두 4개씩의 큐브가 필요한 곳입니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랜덤하게 도시 위에 놓이게 하여 충분히 남들도 먹을 수 있게 한다면 공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단한 텍스트지만, 어떤 식으로든 쾌적한 진행을 위해서 한글화는 필수라고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 콤포넌트가 부담이긴 하지만, 핸드메이드의 유혹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뭐든지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불타오르게 하네요... 후후후
게임을 놓고 가시면, 한글화에 손수 배달까지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만, 끝내 게임을 들고가신 처리님...미워요...
간만에 좋은 게임 한 것 같습니다. 사정상 구매는 무리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구해보고 싶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에필로그 :
간만에 반가운 얼굴과... 간만에 반가운 게임들이 돌아갔던 좋은 모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