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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0. 04. 30 금] 이수 짹짹이 모임 후기

프롤로그 :
게임 거래도 할겸 오래간만에 이수를 찾아갔다. 간만에 간 이수는 정말이지 인산인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일주일에 하루 뿐이라고는 하셨지만, 그래도 이정도까지 해내신 걸 보면, 사장님의 노고가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딕싯
요즘 아이들 대상으로 한 보드게임 교육을 하고 있어서 이런 류의 게임에 관심이 많다.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 게임의 첫손에 꼽는 장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유려한 일러스트...
정감어린 풍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승패보다는 그 과정을 중요시하는 게임인데... 서로간의 대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하다보니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다들 어른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만약 아이들이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과연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 싶은 의문이 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에서 이야기를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관리를 하는 가운데...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효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왠지 심심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첫판에만 잘나갔던 필자... 새로운 분이 합류하면서 점수가 리셋됐는데... 이후로는 거의 죽쒔다... 후후후


아시리아
(오랜만에 보는 '이스타리'의 로고... 한때는 모으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포기상태...)

적당한 난이도에 적절한 깊이를 가진 어렵지 않은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 좋은 평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다른 모든 요소의 밸런스는 나름 잘 맞춰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이놈의 카드발이라는 것은 어찌해볼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래???' 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요즘들어 필자의 카드운이란 주사위운과 막상막하라서 도저히 치유불가능할 정도이다.

게임의 특성상 자기꺼 하기 바빠서 남의 것까지 살펴보기 힘드셔서, 이날 같이 게임하신 분들은 아마도 못느끼셨겠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저와 똑같은 과정을 겪으셨다면 아마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보통 이정도의 우는 소리를 일종의 '페이크'로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당해보면 안다... 그 심정을...

게임의 승패는 밥집(이른바 서플라이)과 낙타의 절묘한 운용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어쩌한 소소한 것일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나머지는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약하면 다른 쪽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밥집과 낙타는 전적으로 카드 운으로 결정된다. 대응할 여지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날 게임의 승패는 '허밋'님의 압도적인 승리...
필자는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단독 꼴찌... (뭐라 할말이 없다...)

분명 괜찮은 게임이다. 전략적인 요소도 다분하고, 견제와 성장의 조화도 괜찮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카드발은 적어도 필자에게는 독약과 같다.
그래서 아쉽다. 이 모든 것들이...


미스테리 익스프레스
필자가 약한 세가지 장르.
추리, 기억력, 순발력 게임이다.
추리 게임의 최고 선두주자인 '클루'를 필자는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 흔한 '야구게임 (스트라이크, 볼 로 표현하는... 바로 그 게임)'조차도 제대로 깨본적이 없을 정도이다.

사람의 심리를 꿰는 것은 나름 자신이 있고, 잘하는 걸 보면 추리게임에 약할 이유가 없어보이는데 왜 그런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지만, 요 몇년간 신작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안해봤다는 이유만으로 이 게임을 골라보았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후의 평이 어떻든, 장담하건데 현존하는 최고의 추리임에 틀림없을 바로 그 게임. '미스테리 익스프레스'이다.

클루 이후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 카드 중 각각의 장르별로 하나씩 숨겨놓은 후 그게 뭔지 찾아내는 게임 방식이다.
동기, 흉기, 장소, 범인, 시간... 이렇게 5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다지 많은 구성물을 답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즈 오브 원더 게임 답게 수려한 일러스트와 멋진 콤포넌트를 자랑한다. 이것만으로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 논해보자 !!!
여러번 얘기한바 있지만, 필자는 '보드게임도 게임이고 이겨야 맛'이라는 사상을 갖고 있다.
필자가 약하다고 말하는 그 세가지 장르의 공통점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모든 건 요령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이상하게도 요령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건 그거야 뭐... 필자의 사정이니 내 문제라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추리게임을 가장한 기억력 게임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머리에 쥐나게 만드는... 게임을 설명해주신 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처음이라 모든 플레이어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게임의 특성상 클루처럼 누군가 게임 중간에 맞추는 것도 허용되지 않기에 적응도 안되는 게임을 끝까지 해야하는 상황에 이르자, 이 게임을 고른 제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게임은 5 라운드로 이루어졌는데... 각각마다 4~5시간의 액션이 가능하다. (일종의 액션포인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열차 칸마다 특별한 액션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걸 적절히 조합하여 범인을 잡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 게임이 난감한 이유는 각 플레이어마다 손에 들고 있는 카드가 이러저리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게임중 특정 카드를 봤다고 하더라도 이게 내가 전에 본 건지, 아님 새로 본 건지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카드의 이동 자체를 감시하고 기억하고 있어야만 된다는 건데... 말만 들어도 머리에 쥐날 일이 아닐까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기록지가 제공되지만, 예전에 클루 할때처럼 카드를 보며 체크만 해서는 될일도 안된다. 왜냐면 그 카드들이 이동하고 있기 떄문이다.

이 모든 과정들이 너무나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므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결국 범인이고 나발이고, 그냥 대충 찍자!!! 는 식으로 되버리기 십상이다.

물론 게임을 여러번 돌려보면, 클루가 그랬듯이 자기만의 체크법이라든가 자기만의 기억법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처음이다. 처음에 사람이 너무 지치다보니 다시 한번 하게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즉, 리플레이 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밸런스가 안맞다거나 게임이 형편없서서가 아니고, 심지어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는 더더욱 아니다. 게임의 과정 자체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여러 다양한 액션의 활용이나 카드의 적절한 분배 등, 추리 게임임에도 전략적인 요소가 다분한 매우 좋은 게임이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우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을 견뎌내야만 한다. (필자이 경우라면 과연 익숙해질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지만...)

필자에게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게임이지만, 이정도 시스템을 가진 추리게임이란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에 추리게임에 자신이 있고, 나름 기억력도 받쳐주는 사람이라면 필구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과는 처절하다.
시간을 제외한 모든 것에 실패했다. (우웅~~~~)


고스트 스토리
최근 그 참재미를 알게 된 후, 좋아하게된 팬데믹의 영향으로 그보다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바로 이 게임 '고스트 스토리'를 돌려보았다.

결과는 대만족 !!!
당연 구매 결정이다 !!!

알다시피 이 게임은 '협력 게임'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 열심히 싸워나가면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고, 힘겨운 싸움끝에 승리했을때는 성취감을, 좌절했을때는 도전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혹자는 이기고 나서 너무 허무하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런 경험은 없었다.

이런 저런 자잘한 룰들이 몇가지 있기는 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팬데믹'보다는 쉬운 것 같다.
액션 자체도 다양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다만, 아쉬운 것이 하나 있는데... 전투 시스템이 주사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몇번을 강조하지만 필자의 주사위운은 같이 하는 플레이어들이 재굴림을 무조건 1회 허용해야 밸런스가 맞다고 할 정도의 최악의 상황)
주사위를 배제한 전투 시스템이었다면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팬데믹이 재밌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는데...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

물론 이 게임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귀신과의 전투가 결국 주사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더 큰 장점이라면, 1인플이 더 수월하다는 것 정도일까 ???
팬데믹은 협력플레이이긴 하지만, 서로간에 카드의 내용을 알려줄수 없는 시스템이라서 1인플이 다소 어거지 스러운 점이 있다. (1인플 룰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4인이 할일을 혼자 다 하면 그게 1인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상황에서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직관적이며, 싸울 필요없는 협력게임이라는 장르를 가진 이 게임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아주 좋은 게임이다. 후후후

결과는 아쉬운 패배 !!!
복기해보면, 애초 필자의 첫번째 전투를 잘 마무리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과론일 뿐이겠지요.


에필로그 :
다음날 중학교 CA가 있어서 일찍 와야 했던게 못내 아쉽다. 아직 배울 게임들이 산더미같은데 말이다. 후후후
다음에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간만에 새로운 게임을 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