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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2011.05.08)

프롤로그 :
경악과 전율, 실망과 아쉬움이 공존한 오늘의 무대...
할말이 많을 것이다.


임재범의 '개인 사정'으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
너무나 솔직하고 감정적인 그의 일화는 '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는 또다른 이유가 되었고, 원래부터 스토리를 좋아하는 국민성에도 부합되어 프로그램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지난 번 미션에 비해 가수 본인들에게 많은 자유를 할애한 미션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의외로 어려운 미션이었다.
본인의 취향과 대중의 취향을 잘 버무려야 하니 말이다.


1. 임재범 : 빈 잔 (남진)
큰 북으로 시작하여 장중한 사운드 임을 예고한 임재범표 '빈잔'
평소는 커녕 일부러라도 찾아듣기 힘든 구음 창법(이 용어 자체도 정말 생소하다)의 여성 서브 보컬까지...
텔레비젼이라는 한계를 비웃는 듯한 공연 무대의 절대 미학을 보여준 최강의 무대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리는 임재범...

공연의 마지막에 필자는 나즈막히 속삭이고 있었다.
"씨발~~~ 진짜 욕나오게 잘하네..."

흔히들 이름값 한다고들 하는데...
지난 주에 봤던 등장 이후, 순식간에 주변을 정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결코 편집의 힘때문이 아님을 몸소 증명해주셨다.
대중 문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극강의 한페이지를 당당하게 보여주신 임재범...
진짜 '신'처럼 보였다.

임재범의 이 공연 하나 만으로 '나는 가수다'의 퀄리티는 2~3단계는 가뿐하게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임재범을 공연에서 특히나 가슴을 후벼파는 두가지를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하나는 한국적인 소리 (북, 구음창법)를 공연에 사용한 것과 '록 스피릿'이라 불리우며 흔히들 오해하기 쉬운 락앤롤과 진짜 '락'과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준 것이다.
'락'이라는 장르가 왜 '저항정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지를 알 수 있게 (아니, 느낄 수 있게) 해준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멋진 공연 이후, 이소라의 고정 멘트 중 하나인 이 말....이 이날 처럼 가슴에 콱~~ 팍히던 때가 있었을까?
아니 앞으로도 과연 있을까???

'나만 가수다'가 결코 가벼운 비유가 아님을 보여주신 '임재범'...
정말이지 '황제의 귀환'을 감축드리옵나이다...

ps)
듣는 이에 따라서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노래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감성에 젖어 듣는다면 더욱 몰입이 쉬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의외로 몰입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청중평가단이 많았다는 증거가 순위로 나타났다.
[ 4위 ]
"아니 어떻게 그 공연을 보고, 겨우 4위..."
'겨우'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의 퀄리티였다고 생각했는데...
궂이 4위 발표에서 보여준 가수들과 제작진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겨우 4위.....라고...........
'온갖 사람들의 취향이 다 반영된 대중들의 평가'라는 이유로 인해, 스스로 극도의 자제감을 보이며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았다.


2. 김연우 : 미련 (김건모)
떨렸나보다.
느껴진다.
지난 주, 김연우의 놀라운 점이라고 했던 '호흡'에서조차 일반적인 호흡을 보여준 김연우...
그야말로 김연우표 발라드를 보여줬지만, 앞선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보니 밋밋하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보여준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의 입자에서는 첫회 김연우가 보여준 음색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던게 사실이었지만, 김연우는 거기에서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딱 그만큼만을 또 보여주었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큰 법....
이런 식으로는 적어도 '나는 가수다'에서는 살아남기 힘듬을 스스로 깨달아주길 바래본다.


3. BMK : 그대 내게 다시 (변진섭)
재즈풍의 정석적인 노래를 토해낸, BMK

ps)
매번 화제를 쏟아내고 있는 '나는 가수다'
단순한 화제를 지나, 모든 이들이 한마디씩 토해내는 대형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번 주 단연 화제는 '청중평가단'의 정당한 평가에 대한 것이었다.

임재범의 4위는 어려운 음악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렇다치고....
BMK의 7위는 정말이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대중들의 평가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이자고들 하는데, 결국 우리네 국민들은 '록'과 '재즈'는 일단 제쳐두고 생각한다는 느낌이고, 익숙하고 편안한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마지막 1위와 7위를 남겨둔 상황에서 필자는 생각했다.
"아~~ 그래,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들도 재즈를 알아주는 시대가 되었구나" 라고....
결과가 발표되었을때의 필자의 실망감이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를 두고 박정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럼 '박정현'이 꼴등을 해야 하느냐?고 쌍심지를 켜고 덤비는데, 필자를 비롯한 주변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정작 꼴등은 '윤도현'이나 '김연우'가 되어야 하지 않았나가 대세인 형편이다.
즉, 1위야 그렇다치고, 꼴등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어쨌건, 공연을 보고 정당한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닌,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취향이 듬뿍 들어간 매우 주관적인 평가였다는 것이 필자를 위시한 주변인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것이다.

궂이 감정적으로 따지자면, 무엇하나 색다를 것 없이 한결같은 '박정현'의 1위도 불만의 요소 중에 하나인 것이다.
이는 결국 청중평가단을 뽑는 기준이 무엇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했고,10만에 육박한다는 청중평가단의 신청자 수에도 불구하고, 유별나게 자주 비추는 몇몇 청중평가단의 모습으로 인해 투표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한 분은 지금까지 6회 (실제) 공연 중에서 무려 4번 청중평가단으로 다녀오셨다. 요즘 제 주위에서는 최고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분이다.)

관객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취향은 고정될 것이고, 정확히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인정하지만....
이번 결과 발표는 정말이지 힘빠지는, 세상에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4. 윤도현 : 마법의 성 (더 클래식)
'의외의 선곡'이라는 말은 더이상 '나는 가수다'에서는 의미가 없다.
노래 실력 이외에 퍼포먼스와 색다른 시도가 이미 '나가수'의 트랜드가 된 지금, 의외이지 않은 선택이 가장 의외가 되는 것이 지금의 '나는 가수다'인 것이다.

이미 '나 항상 그대를'를 통해 발라드의 록 적인 변주를 완성해낸 윤도현에게 마법의 성은 또다른 도전의 기회일뿐, 어렵거나 힘든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냐???

이렇게까지 힘빠진 'YB 밴드'는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애매모호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윤도현 본인 조차도 인정할 정도로...
여린 음색의 대명사격인 '마법의 성'의 록버젼은 누구나가 기대할만한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맥빠지는 모습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5. 김범수 : 그대의 향기 (유영진)
지난 주, 축제를 즐기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선곡과 무대....
결과적으로 냉정한 청중들은 꼴등이라는 결과를 주었고, 결국 김범수는 대놓고 점수를 따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주를 준비했다.
노래는 자기 스타일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노래를 선곡했고, 의상은 파격적으로, 퍼포먼스는 자기 답지 않게...
누가봐도 대놓고 점수를 따겠다는게 눈에 보이는 무대였다. 결국 김범수는 자신의 목적대로 '3위'라는 안정적인 스코어를 달성했지만, 선배들이 보여준 '멋진 모험수'대신 오히려 '안정성'을 택한 그의 선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원래 이런 가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김범수의 존재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6. 이소라 : No. 1 (보아)
선곡에서부터 승부수를 띄운 '이소라'
기대반 걱정반으로 시작한 이소라...
편곡자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고 소개한 이소라....

가수들의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이보다 더 파격적일수는 없을 것이다.
임재범의 파괴력이 없었다면, 누구라도 주저않고 '1위'를 선언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성의를 다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그야말로 회심의 역작이다.
그동안 '열창'이라는 이름으로 억눌려왔던 '가창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이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라는 것을 보여준...
암울한 사운드와는 정면으로 대비되는 그야말로 미친 사운드, 감동어린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필자에게 있어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게 만드는 부분은 '가수'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흔히들 말하는 가창력 이외에 '사운드'가 더 우선일수도 있다는 점을 비로소 깨닫게 만드는 힘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앞선 임재범의 사운드에 격한 공감을 한 이후라 더욱 그러하다.

 


7. 박정현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조용필)
'명곡의 힘'
노래가 좋으면 누가 불러도 중간은 간다...
거기에 '박정현'과 같은 노래 잘하는 가수가 힘을 실었으니 오죽 하겠는가???

박정현은 등장부터가 사람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요즘 유행하는 늘씬한 스타일은 절대 아니지만, 그야말로 깜찍 발랄한 요정과 같은 느낌으로 등장하는 박정현을 보고, 감히 반대표를 던질 이가 누가 있을까 싶다.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해마지 않으며, 계속 끊임없이 표를 던져주는 이유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필자는 그녀에게 지쳐있다.
원래부터 필자는 쥐어짜는 듯한 노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정확히 그녀가 그런 스타일이다.
남들은 그런 그녀의 스타일을 통해 '열창'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는 듯 한데, 필자의 입장에서는 '발악'하는 느낌이라 별로이다.

게다가 그녀는 매회, 지난 6회 공연 전부를 이런 스타일로만 노래해왔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색다른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해온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그녀는 항상 이랬다.
적어도 앞에 '임재범'과 '이소라'가 살아생전 듣도보도 못했을 공연을 보여줬으니 적어도 청중평가단들은 이런 그녀에게 다른 방식으로 자극을 주었어야 했다. 적어도 그랬다면 필자와 같은 이유로 호감도가 떨어져 있는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더욱 더 발전된 '박정현'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박정현은 1위를 했고, 다음주에도... 그리고 그 다음주에도... 결과는 뻔해보인다.


에필로그 :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다.
비슷한 의미로 '나는 가수다'를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가요 평론가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 이것은 비꼬는 것이다.... 후후후)

경악(임재범)과 전율(이소라), 실망(박정현 1등과 BMK 꼴등)과 아쉬움(김연우)이 공존한 오늘의 무대...
더욱이 불붙기 시작한 청중평가단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까지...
아직도 '나는 가수다'는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더 넓은 차원의 음악을 듣게 해준 '나는 가수다'에게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