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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보이스피싱 당할 뻔 했네요...

개요:
2012년 3월 5일 월요일 오후 2시54분
'인천지방경찰청 이영호 수사관' 이라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찌저찌하여, '박지민, 김영철'이라는 사기조직 일당이 잡혔는데, 그들이 제 신분으로 된 '국민은행'과 '농협' 통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범인들의 얘기로는 그 통장을 돈을 주고 산거라며, 이에 저보고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서울 시민인 저로서는 가기 힘들다고 얘기했고, 그렇다면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수상한 점 한가지) 일단 전화를 받는 사람들의 발음이 알아듣기가 힘들더군요. 흔히 얘기하는 연변식 발음은 아니었지만, 옛날 잘 안터지는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느낌... (이건 뭐, 사람차가 있는거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 와중에 피해자인지, 범죄연루자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사기피해'신고를 하라더군요.
자연스럽게 저는 '어떻게 사기피해 신고를 해야하는건지 물어보게 되었고, 담당자를 바꿔주겠다고 하더군요.
'김동수 과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니, " http://icderte112.net/ " 라는 사이트를 알려줍니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인천지방경찰청 사이트인 " http://www.icpolice.go.kr/ "와 내용이 똑같습니다.
(사실 바로 지금 인터넷으로 '진짜 인천지방경찰청 사이트'의 주소를 확인한 지금에서야, 확실히 사기인걸 확신했을 정도입니다. 정말이지 누구라도 당할 수 있을만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화면 위, 가운데에 있는...

'신고민원포털'로 들어간 후,

'개인정보침해신고'를 거쳐 (지금와서 다시 와보니, 위의 내용을 입력하지 않고, '확인'을 눌러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는군요... 쩝..)


이제 관건은 이 화면부터 입니다. 더이상 다른 범죄자에게 악용되지 않으려면, 이 방지시스템에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 제 통장 번호를 입력하게 합니다.
그야말로 신고니까, 저로서는 의심하기가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운 와중에서도 뭔가 대단히 수상한 무언가를 입력받게 하더군요.

바로, 은행에서 인터넷 거래시 사용하게 하는 '보안카드'의 내용을 전부 입력하라는 창이 뜬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입력하면서, 내내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로 제가 그랬죠...
"이거, 왠지... 제 정보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네요..."라고....
(그때 대충 알아챘으어야 하는 건데... 쩝.... : 여러분, 자신은 똑똑하다고, 안심하지 마세요...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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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던 녀석들이 여기까지만 했다면, 저로서는 완벽하게 당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질 않았던 거지요. 바로 신용카드에까지 얘기가 확장됩니다.
녀석들 입장에서는 제가 말을 먼저 꺼낸거라서 아마 괜찮겠거니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계좌관련해서 또다른게 없는지 물어보길래, 은행계좌는 없고, 신용카드(국민카드)가 있다고 얘기했거든요.

옳다쿠나... 라고 생각했던지, 갑자기 다급해하며, '아직 안잡힌 범죄자들이 그 복제 신용카드를 이용할수도 있다면서, 가까운 은행으로 가서 아예 신용카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해버리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같은 거요...
제가 '정지 신청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어차피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데, 해봐야 다시 풀어버리면 그만이다... 라고 하더군요. (뭐...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들 얘기는 '지금 범죄와 관련된 카드 서비스는 24시간 이내에만 해지하면, 따로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그럴듯한 얘기입니다.)

은행으로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내가 이미 모든 정보를 입력하여, 알려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돈을 통장에 넣어놓고 나면, 그걸 빼가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시나리오적으로 이런 수법에 대해 스스로 상상해보곤 하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만약 사기를 칠거라면, 바로 지금이 최적기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은행직원에게 문의를 했는데, 그 와중에 전화가 끊겼습니다. 이후, 다시 걸려온 전화를 보니, 번호가 [ +0324-330112 , +032-4330112 ]로 뜨는군요. 기본적으로 전화번호에 +가 뜨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결국, 이래저래해서 금전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아직까지는요...)....
혹시나 싶어,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도 하고,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에 연락하여, 관련된 모든 계좌를 정지하고, 새로 신청하고 왔습니다.
덕분에(?) 오늘 오후, 반나절을 날려먹었군요...

요약) 범인들은 당신을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대포통장과 관련하여 연루자로 불안하게 만든뒤, 신고를 도와주겠다는 수법으로 개인정보를 빼냅니다. 그 후, 자신이 가진 모든 종류의 금융 재산을 한곳으로 모으게 한 뒤, 빼낸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인터넷 뱅킹을 통해, 통장에 든 모든 돈을 빼내가는 겁니다.

이를 통해 필자는, 또다시 깨닫게 됩니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무언가 입력을 요구하고, (특히나 비밀번호,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비밀번호를 입력할때는 각별히 주의합니다.) 돈을 어찌저찌해라... 라고 요구하는 것들은 절대 믿으면 안됩니다. 설사 나중에 그걸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절대 자기 자신을 믿지 마십시오!

나는 안당해... 나는 바보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도 모르게 당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