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3/1) 다이브다이스 샵 2호점인 대학로 점에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잠시 들렀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는데, 원래는 주인장(?)이신 로비님의 모임 공지에 반응한 것이었죠.
최근, 필자는 보드게임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에 주력하고 있는데, 언젠가 한번씩 저희 집에 초대하여 제가 가진 게임들도 구경시켜드리고, 보드게임의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예 애초부터 저희 집에서 모였으면 좋았을 것을... 3/1일이 휴일이라는 사실을 잊어먹는 바람에 공지가 늦어 대학로점 공지를 이곳저곳에 띄워놓았는데, 당일날 갑자기 선생님들 몇분이 오시겠다는 겁니다. 저야 뭐, 반가운 마음으로 목적지로 향했죠.
대학로점 다이브다이스 샵은 입구는 좁았습니다만, 그 안쪽으로 엄청난 넓이를 자랑하더군요. 무엇보다도 다이브다이스샵 특유의 정책으로 사용료를 받지 않기에 보드게이머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죠.
문제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매직 더 게더링' (이하 매직) 플레이어들로 인해 보드게이머들은 좀 뻘쭘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몇몇 보드게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만, 저 혼자일때는 문제가 없는데 제 공지를 보고, 오시기로 하신 2분의 선생님들이 과연 이 분위기에서 제대로 게임이나 할 수 있을런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인원이 되어서, 그냥 저희들끼리만 하는 거라면 문제될 게 없어보였습니다만, 저 포함, 총 3명이서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란건 사실, 별로잖아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하게도 모임에 참석하신 다른 분들과도 게임을 하게 될테니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기다리면서 다른 분들이 펼쳐놓은 게임의 면면을 보니, '이클립스'를 비롯한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들을 준비하고 계시더군요. 다른 선생님들의 실력(?)을 뻔히 아는 저로서는... 심지어 초등1학년 아이까지 대동하신 상태에서 그런걸 할 수 있을리 만무하고... 결국 필자로서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과감히 다이브다이스샵을 버리고, 장소를 저희 집으로 돌렸지요.
ps)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 직전에 아는 분이 한분 오셨는데, 그분까지 끼면 대충 인원이 맞을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이미 저희 집으로 돌린 마당에 다시 오라고 하는 것도 애매해서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네요.
결국, 이런 식으로, 다이브다이스 대학로점 방문기는 애매하게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게 있어서 포스트를 올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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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매직(MTG)에 얼마나 큰 힘을 부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꽤나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써 만든 다이브다이스샵이 마치 MTG 전용샵처럼 운영되는 것에는 살짝 우려를 표하고 싶습니다.
어제의 대학로점도 그렇거니와, 지난 토요일 저녁에 잠시 들렀던 '홍대점' 역시, 한창 보드게이머들이 들끓고 있어야할 바로 그 시간대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가뭄에 콩나듯이 섞여있는 대학로점과 아예 단 한명의 보드게이머도 볼 수 없었던 홍대점의 상황은 분명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지경입니다.
애초부터 이런 상황을 의도했다면야,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필자로서는 뭐...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만을 노리고 오프라인 장소를 마련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군요.
이런 돗데기 시장같은 보드게임 카페 분위기에 익숙한 필자도 이럴진데, 일반적인 보드게임 초보자들에게 현재의 다이브다이스 샵은 보드게임 하러 갈 분위기가 전혀 아닙니다.
물론 샵의 입장에서는 올지 안올지도 모를 일반 손님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매니아성이 강한 MTG 분들 쪽에 올인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의 대중화라는 모든 보드게임인들의 크나큰 명제 앞에, 지금의 다이브다이스 샵의 운영 방향은 분명하게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래왔다고 치더라도, 앞으로의 코리아보드게임즈는 '다이브다이스 샵'의 정상적인 운영형태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