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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7년 봄) 제6회 서울 보드게임 페스타 후기 1/3

프롤로그


올해도 어김없이 보드게임 페스타가 개최되었습니다.

해마다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이라고는 못하겠지만서도...) 눈에 보일 정도로 점점 늘어가고 있고요.

장소도 점점 커지는 양상입니다.


학여울역 "SETEC"의 제 3전시장 전체를 사용하는 이번 행사에 저로서는 기대가 좀 컸습니다.


한동안 '보드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꾸며, 매 행사때마다 '아마추어 작가존'에 참가해왔었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게임을 해볼 기회가 적었습니다.

이번 회차에는 '아마추어 작가존'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래간만에 실컷 "보드게임"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져서.... (이 얘기는 결국, 혹시나 '아마추어 작가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는 참가하지 않을 작정이었다는 얘기입니다. ㅎㅎㅎ)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날자가 좋다고 생각되는게, 5월 5일 어린이날을 끼고 행사가 잡혔습니다. 다만, 요일이 금요일과 토요일이라는게, 관습적으로 행사가 토~일요일에 열렸던 적이 많아서 혹시나 사람들이 착각하면 어떻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즈음...

건물 입구를 비롯하여, 전시장 입구까지 왔는데도, 사람들이 보이질 않더군요...

순각 덜컥~~

5월 5일, 어린이날인데, 이정도라니... 이거 정말 큰일인걸~~~


하지만, 역시나 쓸데없는 걱정...



입구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사람들로 만원...

원래 목적이었던 "실컷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이미 물건너 간 느낌이 들더군요.


혹시나 하고, 할인판매 한다는 몇몇 부스를 가봤지만, 이미 품절 크리.... (훗~~)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모 지인분의 말씀마따나, '보드게임 페스타'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관중 동원에서만큼은 점점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ㅎㅎㅎ


(나중에 맺음말에서도 언급되겠지만,)

이정도라면, 코엑스의 주요 관을 빌려도 될 정도의 규모가 되었네요... (물론 여러가지 -이른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거의 불가능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제6회 서울 보드게임 페스타의 특징


대놓고, 실컷 구경하고 온 김에 (제 블로그도 다시 오픈하고 말이죠... ㅎㅎ) 이번 행사에 관한 몇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짚어보고 싶어지네요.


1. 일단,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람.... 정말 많습니다.

사실 보드게임 업체라고 해봐야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은 업체들 밖에 없는데.. 

그 큰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시연 테이블이 단 하나도 비어있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앞으로 보드게임 업계의 전망은 밝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만 드네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슬프긴 하지만) '아마추어 작가존'을 없앤 선택이 꽤나 탁월한 결정이었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2. 보다 발전하는 보드게임 업체들

페스타 행사 초기에 보드게이머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볼 게 없다"라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도 한두번은 모르겠는데, 매번 와봐야 별로 달라진 것도 없어 보였을 겁니다. 그냥 애들을 실컷 놀게 해준다는 의미가 전부였을 가능성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부스 규모를 기준으로) 코리아보드게임즈와 행복한 바오밥이 두 축을 이루고, 매회 행사때마다 빠짐없이 참가하는 단골 업체분들과 함께, 새로운 신생 업체들까지... (물로 그와중에 이번에는 빠진 업체들도 있긴 합니다만...) 

거기에 심지어 라인업도 이제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물론 100%는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한글판, 한국어판, (최소한 한글 메뉴얼이 동봉되어 있는) 게임들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당연한거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몇년 전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꽤나 와닿게만 느껴집니다.


적어도 이제는 "이런게 당연시 되는 업계가 되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앞서 저는 "이번에는 실컷 게임을 하고 싶어서..."라는 참가 이유를 밝혔었는데요...

만약, 사람이 충분히 비어서, 매번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새로 나온 (또는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못해본) 게임들을 다 해보려면, 적어도 '하루'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름 매니아로서 꼭 해보지 않아도 되는 게임들이 다수 존재하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그냥 매니아 성향에 다름이 없었으나, 이제는 경력이 십수년에 이른 '보드게임 강사'라는 입장이 어느 정도는 매니아의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었던 저를 일반 관람객 성향으로 많이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행사장에서 사온 게임들의 리스트만 봐도 충분히 알만하달까요... 후후후후)


3.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관람객들


지난 몇회차에서는 '아마추어 작가존'에 거의 있었기 때문이었지는 몰라도,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바로 일반 관람객 분들이 '행사 도우미'의 도움없이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메뉴얼만 보고, 스스로 알아서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놀랍지 않나요?


얼핏 보기에도, 그분들은 저와 같은 매니아이기는 커녕, 누가봐도 가장 평범한 일반 관람객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메뉴얼을 숙지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스럽기 까지 하더군요.

물론, 아직도 여전히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게임을 함께 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보드게임 계의 모습에 약간 어색해 하는 모습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너무 콩깍지가 씌여있는 건지도... ㅎㅎ)



결론은,

규모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명실상부!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만큼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업계 최고의 행사임이 분명해졌습니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