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드게임/모임 후기

[2015.09.01] 송파보드모임 화요 정모 후기

오랜만에 화요 정모에 참석했는데요. 시간이 되시는 한분과 함께 좀 먼저 합세하여 이른바 '테마 게임'이라는 걸로 일찌감치서부터 달려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참으로 아쉬울 수 밖에 없네요...


폐소공포증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던 게임이었는데요. 박스에서 풍기는 크기와 내용물, 그리고 메뉴얼의 분량에 비해 '2인용'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때문에 여태까지 한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던 게임이었지요.

마침내 해볼 기회가 생겨 기대에 부풀었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 제 취향도 아닌데다가 2인용 주제에 밸런스가 뭐 이따윈지???

같이 하셨던 분은 이러한 극악의 밸런스가 이 게임의 묘미라고 하시는데, 다인플이라면 몰라도 2인용에서 이따위라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제목에 '포비아 (공포증)'을 떡하니 박아넣을 정도로 휴먼 플레이어에게 박한 것이 이 게임의 테마라는데...

그래서 한번씩 번갈아 가면서 하는 거라고 하는데...

어쨌건 휴먼 플레이어가 매번 지는 상황이라면, 설사 바꿔서 한들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갑니다.

일부러 힘들걸 찾아서 하는 거야 개인의 취향이니 그렇다고 해도,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일말의 기회라도 있어야 뭘 해볼 것 같은데... 이건 도대체가 말이 안되요.

심지어 전투 결과를 주사위로 결정하는데,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아캄 호러' 마냥, 잘못 굴리면 그냥 죽어버리는 이 시스템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결국 난이도에 따른 논쟁만 불러일으킨, 게임의 재미는 고사하고, 플레이어 간의 감정만 상한채로 마무리 되고 말았습니다.



스페이스 헐크 데스엔젤

난이도는 극악이지만, 시스템 자체는 정말이지 참신한 게임입니다.

초보자가 하기에는 확실히 아스트랄하지만... (FF - 환타지 플라이트 게임즈는 정말이지 이런 류에 특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게임사의 정책이니 제가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가끔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 소비자는 '구매'라는 선택지를 가졌으니까요..)

게임의 난이도는 그렇다쳐도, 각각의 캐릭터 특성과 카드마다 다른 능력치는 진입장벽을 가로막는 절대적인 벽으로 작용합니다. 심지어 (멋지지만) 한눈에 잘 안들어오는 일러스트와 색감 또한, 쾌적한 플레이와는 반대 지점에 놓여있음이 명확해 보입니다.

복잡하다면, 적어도 플레이 하기에 불편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이점을 너무 간과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건 꾸역꾸역 룰을 있어서 게임을 돌려 볼 수만 있다고 한다면, 게임의 시스템 자체는 참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하는 내내, 이 게임에 어찌저찌 적응할 생각보다는 오히려 이 참신한 시스템을 어떻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다른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만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생각한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테마를 가진 게임....)

참신한 시스템이 불편한 스타일에 발목이 잡힌 비운의 게임이라는 결론입니다.



네버모어 nevermore

의외의 눈치보는 게임류 인데요.

딴지의 요소와 전략적인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다만, 뭔가 명확하지 않은 어떠한 것 때문에 게임이 너무 일차원적으로 흘러가는 양상이 있었는데요.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왠지 늘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결국 게임의 주인께서도 눈치가 보이셨는지, 본인께서 '스톱'을 외치고 마셨다는 슬픈 전설이...

룰이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서 그런 걸수도 있으니, 다음에 제대로 다시 한번 해봐요... 후훗~~



엘 가우초

역시나 주사위 게임이고,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더 떨어질때까지 기다리기가 뭐해서 그냥 질러봤습니다.

결과는 일단 만족...

처음 게시판에서 본 소개글 에서는 '엘 파소'와 비슷하다고 해서, '엘 파소'에 완전히 만족한 저로서는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는데요.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어디가 '엘 파소'와 비슷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이지만, 각자 주사위를 굴리는게 아닌, 한사람이 굴리고, 순서대로 가져가는 상황이라서 딱히 주사위 운에 크게 좌지우지 되는게 아니라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 의미에서 순서가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인데, 순서는 그냥 돌아가면서 하는거라 선택의 폭은 없지요. (앞서 소개한 '도그'라는 게임처럼 이 순서를 적절히 활용한 전략이 꽤나 가치가 있더군요. ㅎㅎ)

처음 메뉴얼을 읽었을때는 대놓고 하는 딴지가 몇가지 있어서, 살짝 마음이 상할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은근히 턴에서 밀려서 잘 선택안하게 되더군요.

(딴지를 하려고 해도 미리 계획하에서 실행해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상대방이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 대비를 하게 됩니다.)

운 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분명한 건 주사위 게임치고는 운적인 요소가 적은 편입니다.) 나름의 변수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주사위를 활용하되, 주사위 스럽지 않은 전략게임 '엘 가우초'... '마르코폴로의 발자취'처럼 너무 어렵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유일한 단점이 4인까지밖에 안된다는 것 정도일까...)

간만에 잘 샀다는 느낌이 드는 게임이었네요.



컬러레또

시간에 애매하게 남아서 간단한게 한 게임 도전해봤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줄루레또가 장악하다시피 한 상황이라 오히려 그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컬러레또를 해본 사람이 드문 상황이지요.

한때... 초창기 보드게임 시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류의 (이른바 아미고 스타일의) 카드 게임류가 득세하던 시절이 있었죠.

당시에는 정말 재미있게 했던 수많은 게임들이 요즈음의 화려한 컴포넌트가 밀려서 다 사라져 버린 상황입니다.

줄루레또, 아쿠라레또로 이어지는 컬러레또 시리즈의 원형답게 간결한 룰에 쉬운 난이도,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진 정말이지 괜찮을 게임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처음에 3인플 하다가, 게임 종결 후, 한분이 가시고 나서, 다른 한분이 새롭게 합류한 상태로 새로운 게임을 (즉, 연속으로 2번 게임을 하는) 이어서 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었답니다.

아시다시피 간단한 게임들이 천대받는 (그러고보니, 트릭 테이킹이 천대받는 것일지도..) 상황에서 이런 식의 초간단 게임이 2게임 연속으로 돌아가는 건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지요.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두 게임 모두 끝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이죠. - 그러고보니, 이런걸로 놀라워해야 되는 상황이 한탄스럽기만 하네요.)

줄루레또를 해본 사람이건, 안해본 사람이건, 일단 해보면 후회하지 않을 좋은 게임인 것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컬러레또 아마조네스'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이는 같은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 룰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첫 플레이 이후, 해보지 않은 "별로"라는 인식만 남아있는 게임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