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드게임/모임 후기

[2015.08.18] 송파보드모임 화요 정모 후기

몇달 전까지만 해도 지속적으로 모임 후기라는 걸 작성해왔었는데요.

한주, 두주 미뤄지다보니, 벌써 3달치나 밀려버렸네요.

이제는 다시 시작하시도 벅찬 수준이 되어 버렸지만, 몇몇 게임들에 관해서는 할말이 제법 생겨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그래서, 하루 날잡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후기를 잔뜩 올려봅니다.

(2015.10.16.오후 5:50 글 작성 시작함)


8/18 송파 모임 화요 정모

고스트 체이스

당시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로서는 갑자기) 웹상에서 여러모로 회자가 되고 있는 게임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화이트 채플"이라는 게임이었죠.

스코틀랜드 야드 에서 시작되는 1vs다수 개념의 추적게임은 여러 버젼을 거쳐 화이트 채플로 새롭게 부활하는 듯 했습니다.

문제는 저에게 있어서 화이트 채플은 그 테마의 특성상 아이들에게 들이밀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그러한 상황 속에서의, 제 선택은 바로 이 게임 "고스트 체이스"인 겁니다.

일단 테마나 그림이 아이들과 하기에 적당하고요. (규칙이 제대로 지켜진다는 보장하에서) 난이도도 양측 모두에게 제법 쫄깃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진정한 재미는 '유령'측에게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후후

실제로 '유령'을 맡게된 아이들에게는 유령 사냥꾼의 한수한수가 심장을 죄어오는 기분을 갖게 만드는 것 같더군요. 죄어오는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을때와 결국 잡혔을때의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테마의 강렬함 빼고는 '화이트 채플'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가족용 추적게임으로서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2페이지짜리 메뉴얼이건만, 도무지 이해가 안가서 그동안 못했던 게임이지요.

심지어 아이패드 용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해봤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룰이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는...

결국 재미는 실전에서 찾아보자는 의미로 게임을 실행해봤지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박스에 떡하니 적혀있는 다작의 제왕 '크니지아 옹'의 최대 전략게임이라는 평을 받는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의 쉬운 버젼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과 할때에는 싸움만 잘 일어나더니만, 사람들끼리 하니 땅싸움이 잘 안일어나네요. 사람들의 생각이란게 다 거기서 거기인가 봅니다.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처음부터 막 치고받아야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세상에는 더 재미있는 게임들이 수두룩 하니 말이죠...)

간단한 땅따먹기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네요.



동무
트릭 테이킹 류의 무한 변신 중의 하나이죠.

나름 트릭 테이킹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반가운 변형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전체 라운드가 어떻게 변할런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네요.

(어라, 그러고보니 절묘한 운영이 트릭 테이킹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무참히 박살낸 이 게임에서 의외로 더 재미를 느끼고 있네요... 후후후)


하제로스
윈도우 사용자라면 기본으로 깔려있는 바로 그 게임 "하트"의 현실 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지요.

독일판이라서 그런건지, 현실 버젼이라서 그런건지, 눈에 잘 안들어오는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지만, 짜고치는 것만 같은 인공지능들 사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원래부터가 4인 전용인 게임으로 굳이 3인용 규칙 (이라고 해봐야 카드를 나눌때 장수가 다른 것뿐 이긴 하지만)을 가지고 있는데, 게임의 특성상 '3인'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게임, 이후로도 여러번 들이밀어봤는데, 의외로 4인보다는 3인으로 해볼 일이 많았다는 사실이지요.

게임의 규칙상 벌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하트'를 한명이 전부 먹어오면, 그동안의 점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그 사람이 이기는 절대 승리 규칙이 있는데, 3인으로 할 경우, 그럴 일이 제법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인공지능이랑 할때는 지들끼리 아무리 짜고쳐도 적어도 '절대 승리'만큼은 내주지 않는데,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신경을 못쓰는 경향이 있어서 (특히나 3인에서는) 그런 경우가 종종, 일어나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더라고요.

4인에서는 일부러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에 저로서는 이 게임 무조건, 4인플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의 또다른 변신으로서, 논리적인 운영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최고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바로 윈도우 창에서 '하트 게임'으로 연습하신 후, 사람들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콩이 아냐

어쩌다보니 점점 트릭 테이킹 특집으로 가는 듯 하네요. (사실 그걸 노리고 오긴 했습니다만...)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트릭 테이킹 류를 좋아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전통적인 형식의 트릭 테이킹 보다는 변형된 스타일의 트릭 테이킹이 더 제 기호에 맞는 듯 합니다.

사실 전형적인 트릭 테이킹들은 너무 뻔한 느낌이 있어서 말이죠.

자신보다는 남들을 제대로 한방 먹이는데서 오는 쾌감이 있는 트릭 테이킹 게임입니다.

전략적으로 하려고 하면, 본인이 어떻게든 점수를 먹는 쪽으로 운영을 하게 되는데, 본인이 살짝 손해보는 느낌으로 남에게 한방 먹이려고 마음 먹으면, (게임 양상이 그쪽으로 흘러가면) 엎치락 뒤치락 하며 남에게 큰 손해를 끼쳤을때의 쾌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그러기까지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조그만 정신이 딴데 가있어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그렇기에 전략적인 접근이 쉽지 않은 그런 류의 트릭 테이킹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레이지

꽤나 전형적인 형식의 트릭 테이킹이지요.

제가 트릭 테이킹 게임을 설명할때 사용하는 3요소 (트럼프, 리드 슈트, 예측 플레이)를 고루 갖춘, 그리고 특수카드라는 존재로 엄청난 변수를 갖춘, 트릭 테이킹 게임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나 좋은 점은 카드의 구성상 장수가 무척이나 많아서, 마음만 먹는다면, 이 게임 하나로 다양한 형식의 트릭 테이킹을 실제로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한때는 바로 그런 이유로 꽤나 선호되던 게임이기도 했지요.

요즘에는 각각의 트릭 테이킹 게임들이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각각의 개성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살짝 바꾼 변형룰에 불과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를 위해 따로따로 구매하는 측면이 강해졌지만요. (사실 이게 정석이긴 하지요...)

트릭 테이킹 이라는게 워낙 변형룰이 다양하다보니, 처음 시작을 뭘로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플레이어들의 성향이 고착화되는 면이 있더군요. 저는 트릭 테이킹이 갖는 그 무수한 변형 규칙으로 인한 다양성 때문에 트릭 테이킹을 좋아하는데, 플레이어 중의 일부는 이러한 변형룰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뭐, 그것도 그분의 선택이겠지만, 살짝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널 앤 니티그

위의 '동무'라는 게임처럼, 트릭 테이킹의 자유로운 변형이 멋들어진 게임이지요.
특히나 힘을 준 것은 점수 체계인데요. 사소한 한가지만 바꿔도 게임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트릭 테이킹의 재미를 여실히 증명해낸 게임입니다.
아직 안해보신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ps) 
이쯤에서 살짝, 아쉬운 소리 한마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특히나 많이 접하게 되는 상황인데요.
요즘의 (이즈음의) 저는 복잡한 게임보다는 간단하고 가벼운 게임에 꽂혀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트릭 테이킹 특집이라는 테마도 구성한 것이고 말이죠.
가볍다는 것은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요.
그러나, 몇몇의 플레이어 분들은 그 가볍다는 의미를 대충해도 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듯 싶어서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다들 성인들이니,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마냥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잔소리를 해댈수는 없지만, 그래도 함께 하시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가벼운 게임이라고 해도 그 게임을 만든 사람이 추구하는 게임의 양상이라는게 있을텐데) 아무리 규칙을 지킨다고 하지만, 자기 하고 싶은대로 멋대로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것은 같이 하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실례가 아닐까 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위의 '하제로스'라는 게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트만 모으는 절대 승리"만을 추구하는 전술이라든가...
'콩이 아냐' 같은 딴지 게임에서는 아예 자신의 점수를 돌보지 않는 플레이라던가...
(위의 게임에서는 없지만) '슈티헤른'이라는 게임에서 일부러 카드를 모으는 플레이라던가...
애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바보 짓" 한다고 놀리기라도 하지.... 다 큰 어른들이 아무 의미없는 플레이로만 일관할 경우, 저는 정말 게임을 접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사람간의 소통을 위한 '보드게임'이라 그때는 참아냈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라면, 저도 참지 않고 내뱉어야 겠네요. "그럴거면, 하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 방해만 되니까..."

또 한가지, 아무리 쉬운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왠만하면 게임을 끝까지 한번 해봤으면 좋겠네요. 게임의 종료 조건이 나오는 순간까지 말이죠. 툭하면, "아... 이제 알았으니 접죠~"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게임을 제대로 돌려보고 싶은 저로서는 환장할 나름이지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세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게임에서 상대방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기분이 어떨런지....???
역시나 더이상은 참고 있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