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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0.7.3 토] 게임고파 집 모임

프롤로그 :
지난 번 3인 모임으로 인해 이번에도 거의 그럴 것이다라는 가정으로 원래 계획은 '보난자 전 시리즈'와 '카르카손 전 시리즈'를 해보는 것이었다. 모임 전날 인원이 5명이라는 반가운(?) 소식에 카르카손는 접고, 보난자와 5인플 이상이면 항상 들이미는 몇가지 게임을 챙겨 갔다.

ps) 이 후기는 철저하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성향과 게임 플레이 방식 등... 어떠한 것과도 관련이 없습니다. (쓰다보니 약간 투정에 가까운 불만이 있어서 미리 밝히는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익스페디션
5인플 이상이라면 무조건 들이미는 게임 중 하나.
쉬운 룰과 오묘한 딴지성으로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버젼도 꼭 구해보고 싶기는 한데....)

이 게임의 필자의 성적은 이상할 정도로 극과 극인데... 아주 잘되거나 아주 안되거나...이다.
이번 게임에서는 아주 안되는 쪽이었다... 쳇~~~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 그랑프리
원래 필자는 '코팅된 게임' 따위는 거의 내다버리는 수준인데... 워낙 마음에 든 탓에 아직도 소장 중인 게임이다.
(밀봉을 새로 구입할 의향을 항상 갖고 있지만,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 쩝..)

원래부터 필자는 레이싱 게임류를 좋아하는데...
(레이싱 게임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포뮬라D'는 주사위발이라서 제외이다...)
운발이 아닌 나름의 전략성을 갖고 있는 레이싱 게임을 좋아한다.
(아베시저, 자동차 달리기, 토끼와 거북이 등등...)

보통 이런 류는 자신의 말을 미리 정해놓고 시작하지만, 처음 경매를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이다. 레이싱 게임 답게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플레이어가 승자이다.

이상한건 지난번 '아베시저'때와 마찬가지로 왠지 모를 위화감 같은게 들었다는 것이다. 분명 예전에 했을때는 경매 과정이 이렇게 싱겁지 않았었는데... 뭔가 룰을 잘못 적용한 것인지... 자동차 경매가 매우 싱겁게 끝이 났다. 플레이어 간에 서로 치열한 입찰 과정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확실히 이렇게 않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

아무튼.... 싱거운 입찰 과정과는 달리 경주 자체는 치열하다.
비슷한 류의 다른 레이싱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에서는 자신의 말만 움직이는게 결코 쉽지 않다. 내 차를 움직이려면 다른 차도 움직여야 한다. 심지어 내가 더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조합을 잘 사용해야 하는 전략성이 있어서 이 게임은 흥미진진하다.
역시나 다인플에서 빛을 발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스몰 월드
요즘 무한 관심을 받고 있는 신개념(?) 영향력 게임이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예전의 '빈치'라는 게임의 환타지 버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빈치'는 매우 훌륭한 시스템과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몇가지 치명적인 단점 (타일의 불명확성 - 그래서 필자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달은 카드 형태로 다시 제작한바 있다. 3~4인플시 맵이 너무 커서 치열하지 않음) 때문에 묻힌 비운의 게임이었다.
(어찌보면 국내의 보드게임 활성화 초창기에 소개된 탓에 다른 신작게임들에 묻힌 탓도 있다고 본다.)

이런 게임이건만, 테마를 바꾸고, 콤포넌트를 이쁘게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한 사랑 받는 '스몰 월드'라는 게임은 왠지 '밉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실 그 속에는 필자로서는 치명적인 또 한가지 단점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바로 영향력 게임에서 아무 이유없이 필자에게 몰려드는 개딴지들 때문에 너무나 열받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1등이라 함은 2~3등을 잡아야 하고 그 밑에는 바로 위를 잡아야 하며, 밑에 처진 순위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이 되어야 마땅하거늘... 순위에 상관없이, 장소에 상관없이, 종족에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나만 딴지 받는게 열받아서 영향력 게임을 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닉네임도 '사악미교'에서 '좋은미교'로 바꾼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 인기에 걸맞게 많은 부분이 바뀌었나 알아보자.
일단 디자인은 무척이나 세련되어 졌다. 테마를 보다 알기 쉬운 환타지 배경으로 바꾸었고, 인원수 별로 맵을 따로 지원하여 밸런스를 맞추었다. 종족의 특수 능력과 그 외 스페셜 능력을 따로 구분하여 조합함으로서 다양한 변수를 제공한다.

이렇게 보니 좋아보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단, 기존 빈치 최악의 약점인 '직관적이지 못한 인터페이스'.... 혹자는 이 게임의 디자인만 보고 충분히 내용이 파악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게임을 몇번 돌려봐서 익숙해졌을때 얘기고... 처음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특수 능력이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즉, 직관적이라는 주장은 억지스럽다. (물론 예전보다는 낫다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종족과 특수 능력의 조합으로 확실히 다양해 졌지만, 그러다보니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조합이 종종 발생한다.
아는 사람이야 그걸 잘 활용할런지 몰라도, 모르는 사람은 쓴 웃음만 짓게 만드는 대목이다.

일이 이쯤되면, 플레이어는 강한 조합을 가진 사람을 공격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장 약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게임의 도리라면 필자로서도 할말이 없다. 그냥 속절없이 당해야지 어쩌랴???
그러나 필자는 게임을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1등할 사람을 견제하는게 게임의 도리가 아닌가? 적어도 게임에서 현재 이기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는게 당연한 것 같은데...???
요즘 게임하시는 분들을 가만 살펴보면, 1등과 2등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견제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우는 소리는 정말 잘한다' 이른바 언론 플레이다. 게임의 재미로서 언론 플레이... 필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꼴등의 입장이 되어봐라. 그렇지 않아도 룰을 못쫓아가는 바람에 망했는데... 소위 잘나가는 플레이어에게 무한 견제를 당해봐라. 게임할 맛이 나겠는가 ????
물론 영향력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묻어가기, 쥐죽은듯이 있기... 등등의 스킬은 중요하다. 어쩌면 필자 같은 플레이어들은 그런걸 잘못해서 집중 견제 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걸까 ???? 스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시작부터 2명에게 견제당한 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했다. '빈치'를 해봤다고는 해도 어차피 한두번이고, 워낙 오래전이라 게임 룰 따위는 잊은지 오래... 게임 시스템이나 특수 능력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게임의 중반이후이다. 나름 좋은 조합의 종족을 뽑아 열심히 키워나갔지만, 이미 승패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벗어난지 오래였다. 차라리 처음 받은 견제를 그대로 돌려주는 편이 마음에 위로라도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보드게임 형태가 '다굴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영향력 게임만큼 '다굴'이 쉬운 장르도 없을 것이다.
최근 필자가 '협력 게임'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필자의 게임 형태는 여전히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보다는 누군가 한명이 말리지 않도록 하는데 더 주안을 두고 있다. 일이 이쯤되면, 최소한 영향력 게임에서 만큼은 빈정 상한 마음을 빈정으로 갚아 주는게 필자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듯 싶다.

미리 예고하는데... 이제는 당하면 당한만큼 돌려줘야겠다.

스몰월드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딱 한가지... 콤포넌트를 집어넣는 플라스틱 케이스... 콤포넌트 타일을 제대로 잘 보관할 수 있는 최적화된 트레이가 들어있다. 그냥 몰아넣고 보관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의외의 세심한 배려... 좋다... ㅋㅋ

킹스부르그
주사위를 굴려 원하는 조합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점수를 얻는 방식의 게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대표적인 주사위 게임인 '야찌' 이래로 비슷한 류의 다양한 테마를 가진 게임들이 만들어져왔다.

그런 류의 게임이지만, 요즘 트랜드인 '테크트리'를 타는 방식을 가진 색다른 게임이 등장했다.
특이한 점은 재굴림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기술을 익히면 가능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는 여러번 굴려 자신이 선택하는 방식은 아니다)

원래부터 카드발, 주사위발과는 담쌓은 필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좋게 보는 이유는 어떤 결과값이든 선택의 폭이 있다는 것이다. (테크트리를 타는 게임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기술을 익히는데 소극적이다보니 쓸만한 기술을 익히는데 늦어져버려 영 게임이 이상해져버렸지만, 뭐 괜찮다... 후후)
물론 이 게임도 예외는 아니라서 필자의 주사위발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주사위 게임치고는 한글화의 필요성이 큰데, 마침 확장(?) 테크트리까지 정성스럽게 한글화하여 제작되어 있어서, 확장을 껴서 플레이하였다. 주인장의 말로는 기본판은 너무 무난한 감이 있어서 확장을 켜서 하는게 재미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테크트리 타는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유기적인 연관이 적은 경우가 보통이다. 한마디로 혼자서 열심히 자기 할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테크트리를 타는 게임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의외로 플레이어 간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선택지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영향력 게임처럼 점수 체크시 순위를 정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종종 발견되는 약점이 다인플인 경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게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다수의 플레이어가 알아서 각자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게임은 앞서 말한 서로 간의 경쟁의 요소가 다분한 관계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플레이 시간이 다소 길어지는 단점이 생긴다. 게다가 선택지가 많다보니, 은근히 장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이도 크게 한몫한다.
게임이 치열해지기 위해서는 다인플인 것이 좋고, 그러면 게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게임이 재미없다면 너무나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자기가 할 수 있는, 하고 있는 일에 비해 게임 시간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필자라면, 이 게임은 다인플로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만큼 밸런스가 잘 맞고, 흥미진진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필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돈에 여유가 완전히 없는 상태인데... 그런 이유로 핸드메이드에 관심이 많다.
게임의 특성상 핸드메이드도 충분히 가능한데, 플레이어 수에 맞춘 주사위 색깔을 구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아닐까 한다.
조만간 또 게임을 받아서 핸드메이드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후후후

로얄 팔레스
2분이 먼저 가시고 거의 고정멤버라고 할 수 있는, 3명이 남았다.
느낌으로는 고아의 쉬운 버젼 같은 게임이다.

게임 설명할때, AP (액션 포인트)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게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데, 특이한 점은 그 AP를 자기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무조건 많은게 장땡이겠지만, 게임이 또 그렇지도 않는게 이 게임의 신선한 점이다.
그 오묘한 밸런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게임의 기본 시스템이 좀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한번 이해하고 나면, 나머지는 쉽다.
다양한 액션을 제공하여 선택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지만, 생각만큼 점수를 얻는 방식이 다양하지 않은게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초반의 애매모호함만 잘 이겨낸다면, (이건 전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고 본다...) 충분히 훌륭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장담한다. (예전같으면 구매목록이겠지만, 요즘의 상황으로 인해 핸드메이드 목록에 이미 올라와있다...ㅋㅋ)

잭 & 팩
아그리콜라를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아주 짧은 게임에 도전해보았다.
예전 게임 리뷰를 봤을때는 '팩토리 펀' 류의 게임으로 여겨졌는데...
머리를 쓰는 방식은 비슷할지 몰라도 게임성은 아주 큰 차이를 보였다.

일단 게임 아이디어는 매우 독특하고 훌륭하다. 창의성으로만 게임 평을 한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성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간소하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게 이 게임의 재미요소인데, 너무 짧다.
어찌보면 순발력 게임이라고 여겨질 지경이다.
필자처럼 진득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무가치한 게임처럼 여겨질 지경이다.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어떤 게임이든 진지하게 받아들인 준비가 되어있는 보드게이머들의 생각이 이런진데... 보드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심히 걱정스럽다.
물론 처음에는 쉬운 룰에 특이한 게임성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두번, 세번, 플레이할 재미를 줄까?? 라는 물음에는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으로 생각한다. 즉, 리플레이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임성을 심하게 보완하여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생각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재미를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필로그 :
여러가지 이유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아그리콜라'를 플레이할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 관계상 다인플로는 못할 것 같고, 조만간 3인 이하일때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이참에 도미니언 다른 확장들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