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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2011.07.24)

좋은미교 2011. 7. 25. 06:20


프롤로그 :

'프로그램' 내내 '끝,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모든 가수들이 너무 그래버리니까 살짝 지겨워지는 감도 있다.


장혜진 : 술이야 (바이브)
선곡이 대박이다.
(솔직히 장혜진의 색깔이라는게 어떤건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들어본 목소리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노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 주 중간평가에서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본 경연에서 장혜진은 확실히 컨디션이 안좋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첫 등장에서 보여주었던 '호흡'까지도 노래의 일부처럼 보여준 장혜진의 완벽한 호흡법이 오늘은 다소 거슬렸다.
또한, (컨디션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걱정했던 자신의 감정'처럼'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감정몰입이 너무 지나쳐 다소 '오버'된 느낌이었다.
딱, '중간평가'때 만큼의 몰입도가 좋았는데...
많이 지나쳤다는 느낌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선곡'의 유리함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평가'에서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었다.


김조한 : Honey (박진영)
요즘의 '나는 가수다'를 보면, '편곡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편곡자'의 수가 중요해지고, 어떤 '편곡자'가 더 잘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현재의 '나는 가수다' 시스템에서 따로 편곡자를 두지 않는 사람은 지금까지는 'YB 밴드'가 유일했다. '밴드'라는 장점이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주, 방송을 보니 놀랍게도 '김조한'은 따로 편곡자없이 스스로 편곡을 하고 있었다.
물론 굉장한 능력자이니 못할 것도 없고, 스스로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또한 자신일지니 가장 어울리는 편곡 방향을 잡는 것에도 익숙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위험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건, 익숙해지는 순간, 더이상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던건가 ???
얼핏 그래보이지만, 반면에 '안팔리는 과자'로만 가득찬 '과자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었다. 풍성한 포장에 비해, 막상 포장을 벗기고 나니 '실망감'만 가득한 바로 그런 경험 말이다.
뭔가 매끄럽지 못하고, 핀트가 어긋난 느낌...
노래가 그렇다보니, 백댄서를 동원한 것 같은데... '여자 모델'은 그렇다쳐도 '남자 백댄서'들은 산만하기만 하고, 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기타를 잡을 거였다면, 애초부터 그냥 기타로 가고, 여자 모델이 계속 맴돌면서 자극을 주는 형태였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노래'로 승부하면, 쉬운 걸... 왜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그렇다고 딱히 특별한 무언가를 시도해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상당히 애매모호한 결과만 남게 되고 말았다.


옥주현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심수봉)
요즈음의 '나는 가수다'의 편곡 트랜드는 '많은 것을 보여주자'라는 것인듯 싶다.
그런 결과로 하나의 노래에 몇번의 장르를 바꿔가며, 많은 것을 시도하는게 대세처럼 굳어지고 있다.

물론 잘되면 '대박'이지만, 조금만 모자라거나 핀트가 어긋나도, 애매하고, 우스우며, 산만한 결과를 내게 된다.
앞선 '김조한'의 무대가 그랬고, 이번 '옥주현'의 무대도 그랬다. 김조한의 무대는 산만했고, 옥주현의 무대는 애매했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둘 중에 뭐가 더 나쁘냐면, 필자는 '산만함'을 택하겠다. 산만한 건 나쁜거고, 애매한 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로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옥주현'의 목소리에는 '호소력'이 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은 트로트를 부르는 데 있어서 이 '호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심지어 '심수봉'이라는 대선배가 직접 조언 (어떤 부분은 감정을 빼고, 담담하게 부르라는)까지 해줬는데도, 노래 전체에 '감정'만 남아있을 정도로 힘을 줬다. (아직 젊어서 그런건가?)
이렇게 되고 보니, 그 치열했던 순간에서 자신만의 평정심을 갖고, 차분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던 '이소라'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도저도 안되는 것보다는 하나의 장르에라도 제대로 몰입하여 죽이되든 밥이되든 '전진'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도현 : 크게 라디오를 켜고 (시나위)
필자의 생각으로 '크게 라디오를 켜고'라는 노래는 록중에서도 굉장히 쉬운 록이라고 생각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쉽다는 의미는 매우 친숙하다는 의미이다.
노래가 유명해서 친숙한게 아니라, 친절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록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아닌, 록이 그저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여기는 중장년층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친숙하고, 친절하다'는 단어를 부여한 것이다.

한국 록의 역사에서 '크게 라디오를 켜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들 한다. 필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쩝...)
필자는 초창기 록의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요즈음의 록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다소 밋밋한 사운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록의 에너지를 '저항 정신'에서 찾는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인 것이다.

정통 '록 밴드' 중 하나인 'YB 밴드'로서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의 느낌이겠지만, 이전에 보여준 폭발적인 사운드를 기대하는 필자로서는 살짝 아쉬운 느낌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매번, 마냥 '하드록'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번 만큼은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후후


조관우 :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박미경)
그 유명한 '파리 넬리'의 주제가인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조관우'를 기억하는가?
'늪'을 부를때의 조관우를 기억하는가?

너무나 아쉽게도 조관우가 아무리 극한의 가성을 선보이고 싶어하더라도 허밍을 통해서는 그 감성이 절반도 도달하지 못한다. '언어' 자체를 통한 극한의 가성은 듣는 이에게 '전율' 그 이상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아직 '조관우'의 진짜 위대함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걸 보여주게 되는 '날'... 부동의 1위가 될 것이다.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이라는 곡에서도 그걸 표현해낼만한 부분이 없기에 결국 '허밍'을 통해 극한의 가성을 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자키'라는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는 '조관우'의 표현력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김범수 : 희나리 (구창모)
와우~~~~ 짝짝짝~~~~~~
무슨 말이 필요하랴??

김범수가 '나는 가수다'에서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있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도전'을 그저 단순히 도전에서 끝내지 않고,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말이다.
'대세' 김범수의 자신감은 이제 무엇을 시도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퀄리티를 표현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본다. 더욱이 누가봐도 연습이 동반된 듯한 완벽한 일체감은 관객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이다.

딱 한가지... 은근히 비트가 느려서 격정적으로 빠져들지 못한게 아쉽다. 좀 더 확실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노래를 더 빠르게 편곡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는데...
'희나리'라는 노래가 결코 느린 노래가 아닌데, 댄스풍으로 바꿔놓으니 굉장히 느린 템포라는게 느껴져서 살짝 답답한 느낌마저도 있었다.


박정현 : 나 가거든 (조수미)
필자에게 있어서 지난 주 '중간평가'의 히로인은 단연 '박정현'이었다.
누가 들어도 감탄하게 만드는 '조수미'의 노래이건만,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말그대로) 재창조낸 '박정현'의 '나 가거든'은 마치 원래부터 본인의 노래인듯 하다.

클래식한 오페라 창법이 아닌, 그저 평범한 가수 스타일로도 이 노래를 살릴 수 있다는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본 경연에서 '박정현'은 원곡의 격정적인 부분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너무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역시나 중간평가 때처럼 딱히 부담을 갖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부르는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정현이 아무리 격정과 감정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조수미'의 그것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뭔가 더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딱 자신의 능력만큼만 보여줘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에필로그 :
'나는 가수다' 역사상 전체적으로 가장 애매모호한 경연이었다고 생각된다.
딱히 '이거다' 싶은... '최고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만한... 그런 무대가 아예 없었다.

이런 식으로는 '나는 가수다' 조차 위험하다.
KBS의 '톱밴드'나 '불후의 명곡 2'가 젊은 피를 통해 치고 올라오고 있는 만큼, 대선배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좀 더 힘을 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