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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엡슨 프린터와 씁쓸한 인터넷 경험담

좋은미교 2011. 3. 3. 04:31
아시는 분들은 어찌저찌 다 아시는 얘기입니다만...
저는 처음 겪었던 거라 나름 며칠동안 당황했네요.

발단 :
프린터로 인쇄하려는데, 어느날 갑자기...

'내부 부품의 수명이 다했습니다. 엡슨 A/S 센터로 문의하세요' 라는 에러메세지와 함께 프린터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하긴, 쓰기야 오래 썼지... 거의 사자마자 무한잉크로 바꾸고 무한 잉크만 몇번을 새로 샀으니까...
이참에 새로 바꿀까??? 그러기에는 돈도 없는데... 어쩐다???"

라고 위안을 삼기에는 현재 남아있는 무한잉크가 너무 많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였더랬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에러 메세지가 약간 이상했습니다.
'내부 부품의 수명이 다했다'라....?????
일반적으로 내부 부품이라 하면, 하드웨어 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고, 하드웨어 적인 부품이 고장났을때 그것을 소프트웨어에서 찾아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문으로 수리하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일단은 인터넷으로 A/S 센터를 찾아가, 정확한 고장 원인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몇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소모성 부품인 '잉크 패드'가 문제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유는 이렇습니다.
프린터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잉크 노즐이 막히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헤드 청소'를 해주는 것입니다.
한번이라도 이 과정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때 다량의 잉크가 소모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셨을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잉크를 사용해 노즐을 막고 있는 굳은 잉크를 녹이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이 잉크 찌꺼기를 처리할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라는게 바로 문제의 '잉크 패드'라는 것입니다.
잉크 패드는 말그대로 이 잉크 찌꺼기들을 받아주는 일종의 스펀지 같은 것입니다. 스펀지 같은 것이니 당연하게도 일정량 이상 잉크 찌꺼기를 흡수했을 경우, 더이상 잉크 찌꺼기를 흡수할 수 없게 될테고, 그럴 경우 잉크 찌꺼기가 프린터 내부로 흘러들어 프린터의 고장을 초래하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HP처럼 잉크 카트리지에 노즐이 직접 달려있는 경우에는 카트리지 자체를 따뜻한 물에 담그는 원초적인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잉크 패드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럴 것 같네요.)

자, 이제 문제는 요즘처럼 '무한잉크'의 사용이 보편적이 상황에서는 품질(무한 잉크 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한잉크' 사용자들의 경우 정품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프린터 노즐이 막혀 헤드청소를 해야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프린터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비례하여 헤드청소를 필요로 할만큼 인쇄 상태가 안좋은 것은 확실히 무한잉크의 약점입니다.
앞서 헤드 청소를 할 경우, 다량의 잉크를 소모한다는 경고문구가 있지만, '무한잉크'를 사용하는 사람이 '잉크의 소모'를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일주일 이상 프린터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인쇄 품질과 상관없이 헤드청소를 4~5번 이상 해주기도 하니까요.

그런 결과로 결국 이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일은 터졌고, 사태를 해결해야겠으니...
처음에는 서비스 센터에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일단 들고 가는게 귀찮고, 가서 괜히 무한잉크 때문에 고장난거다 라는 소리 들을까봐 짜증나서 문제의 잉크 패드라는 것만 따로 사서 자가 수리를 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가격'만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더 검색해봤습니다.
이상한 건, 그 어디를 봐도 이 '잉크 패드'란 부품의 가격이 나와있지 않더군요.
또한, 왠만하면 나오는 '잉크 패드' 관련 자가 수리에 관한 인터넷 관련 글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왠걸....
비로소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프린터 회사들은 프린터 자체는 싸게 공급하고 대신 잉크 카트리지로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무한 잉크 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엡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잉크 카트리지 외에 다른 쪽으로도 수익을 만들어냈던 것이죠.
바로 잉크 패드와 같은 소모성 부품입니다.
어찌된 영문인고 하니, 앞서 밝혔던 문제의 바로 그 에러메세지...

'내부 부품의 수명이 다했습니다. 엡슨 A/S 센터로 문의하세요'

이 에러 메세지가 사실은 실제로 부품이 다되서 그런게 아니고, 헤드청소를 할때마다 프린터가 그 횟수를 기억하고 있다가 일정 횟수를 초과하게 되면 강제로 관련 에러 메세지를 내보내고 프린터를 멈추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즉, 이쯤됐으니 '수리비'를 받아먹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이죠.

정말이지 경악에 이런 경악이.... 치를 떨만한 일이죠.

본질을 알았으니 서비스 센터에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가 수리를 위한 행동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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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시나리오라면, 여기서 가뿐하게 해결하고, 회사를 욕하면서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반전이 나옵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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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무한프린터 문제해결공동체'라는 곳이 있더군요.
당연히 가봤습니다.
관련해서 온갖 글들이 있더라고요.
문제는 제 프린터가 꽤나 오래된 기종이라는 거지요.
'엡슨 스타일러스 컬러 R250'이라는 기종인데...
적어도 프린터 쪽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저이기에 제 기종에 딱 맞는 문제해결을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보통의 경우 호환기종끼리는 문제 해결도 공유하기 나름입니다만, 아는게 없다보니 정확하게 'R250'에 대한 정보만을 찾아다녔다는 거지요.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아무렇게도 시도해볼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오래된 기종답게 정보가 완전히 없더군요.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해결방식인 질문의 답변 란을 보아하니, 위의 '잉크 패드' 문제로 많은 질문이 있었고, 질문과 답의 요지를 보아하니, 결론적으로 프린터가 산출한 헤드청소의 회수를 '0'으로 리셋시켜주는 리셋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찾아봤습니다. 보통의 경우, 해당 카페의 자료실에 관련 프로그램이 있기 마련인데, 없더군요.
상용 프로그램이라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그것도 이상한게 이런 류의 거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프로그램을 내면서 상용프로그램으로 만든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궁금증이 더해갔습니다.

'질문과 답' 게시물을 보아하니, 각각의 프린터 기종별로 '리셋 프로그램 구합니다'라는 글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 기종별로 리셋 프로그램이 따로 있나 보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네이버 검색'에서 또다른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찾아본 검색 게시물 중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던 글이었고,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는 경로까지 있더군요. 문제는 작성된 날짜가 2006년...
허걱... 혹시나 싶어서 찾아간 곳은 왠일인지 폐쇄가 된 듯 하더군요. 카페 이름에 'inside'라는 부제가 붙은 걸로 봐서 관련 카페 중에는 꽤나 잘나갈꺼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쳇...

이후로 몇십분을 검색과 씨름하면서 보냈습니다만,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한가지 번뜩이는 뭔가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앞서 봤던 가장 정확한 정보를 주었던 게시물에 해당 프로그램의 설치법 및 간단한 사용법이 그림으로 있었는데... 그걸 통해 프로그램 자체의 이름을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쉬운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니.. 다소 억울한 기분도... 후후)

어쨌든 프로그램 명을 원문 그대로 검색창에 쳐서 찾아낸 사이트는 놀랍게도 '러시아 사이트'

"아~~~~~................"
(어떤 느낌인지 아실런지 모르겠네요... 후후후)

선입견이라고 할 수도 없는 선입견입니만...
'러시아'와 '중국' 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불안감 같은게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일단 가보기로 합니다.
당연히 홈페이지는 영어로 되어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은 어느새 버젼업까지 되어 있더군요.

다운로드는 받아놨는데, 이걸 믿고 써야되나 말아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잠시 보류하고, 아까의 '무한프린터 문제해결공동체'로 다시 가서, 엡슨 프린터 관련 게시물을 통채로 하나하나 읽어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놀라운 댓글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누군가의 질문에 올라온 댓글 중 하나가 친절한 설명을 해주더니, 거기에 본인은 아니지만, 엡슨 프린터 관련 준전문가가 하나 있으니 나머지는 그분께 문의하라며, 전화번호를 남겨놓은 것입니다.

"우와~~~"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이정도의 친절을 베풀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래도 예의가 있으니 다짜고짜 전화를 할수는 없고, "잉크 패드 문제로 문의하고 싶은게 있는데 전화드려도 될까요?" 라는 문자를 남긴채 기다렸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다급한 저는 결국, 다운받았던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프로그램을 설치하던 그 와중에 바로 그 분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입니다. 문자로 답을 해주시는 것도 아닌 전화를 손수 주시다니... 이건 대박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궁금했던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나니, 그분께서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분 : "그래서 프로그램은 구하셨나요?"
필자 : "네, 지금 구해서 설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분 : "아마 잘 안될겁니다."
필자 : "아... 그런가요? 왜요?"
그분 : "프로그램이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어쩌구저쩌구... 이래저래... 이러쿵저러쿵... 해서요"

그러고보니, 아까 '무한프린터 문제해결공동체'에서 본 글 중에, '해당 프로그램이 워낙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터라 잘못 쓰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글을 본터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분....

그분 : "그래서 제가 그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수입해서... 어쩌구저쩌구... 그냥 해드리기는 좀 그렇고, 소정의 금액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해드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충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요. 바로 이게 이번 사건의 '반전'인 것입니다.

필자는 생각했습니다.

'어쭈~~ 이것 봐라!!!'

이제 더 들어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대충 통화를 마무리하고, 아무런 의심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아까 정확한 정보를 주었던 그 블로그에서 소개한 대로 따라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생각했던 그게 아니라서 다소 당황한 나머지 이것저것 만져보는 바람에 조금 불안했었지만... 결국 시키는 것만 잘 찾아서 따라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마친 이후, 재부팅까지 마무리하고...
인쇄를 한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인쇄되는 프린터를 보고 있자니, 며칠간 몰라서 끙끙댔던 꼴이 우스워지더군요. 후후

앞서 여러번 반복적으로 나온 '무한프린터 문제해결공동체'라는 곳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한 카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관련 질문에 올려진 어느 친절하신 분의 '전화번호 공개'는 결코 순수한 마음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의심이 그 카페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실에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은 그렇다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 프로그램 자체에 관한 정보를 카페 내 어느 곳에서도 제공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상용 프로그램도 아니며, 누구나 문제의 러시아 사이트에서 손쉽게 (심지어 회원가입 따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운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뭔가가 존재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진짜로 순수하게 서로간에 정보 공유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무언가를 일부러 누락시키고 있다는 의심만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군요.

나름 인터넷 세상에 오래 있던 사람으로서, 왠지 씁쓸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ps) 저와 같은 경험하지 마시라고 바로 그 문제의 프로그램 올려놓겠습니다.
(엡슨 프린터용 입니다. 현재 버젼은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