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미교 2010. 3. 6. 15:04
'취화선'


대부분의 우리나라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제 하면...
아주 당연스럽게 '아카데미' 시상식을 떠오를 것이다.

사실 세계 3대 영화제 하면...
칸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를 꼽으며
궂이 아카데미를 넣으면 4대 영화제라고 불린다.

아카데미는 미국... 자국내 영화만을 대상으로 시상하며,
흥행 성적도 반영되는 국제 영화제로서는 자격미달의 국내 행사에 불과하다.

영화 제작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영화인들이 꿈꾸는게 있다면
바로 '칸느 입성'이고, 영화를 꽤나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의심없이 선택할수 있는게 바로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칸느'를 정복한 우리 영화가 있으니 이른바 '취화선'이다.
이는 한국 영화의 세계 정복기 이며,
현재 유래없이 '헐리우드'를 KO시키고 있는 상업적인 영화와 더불어
작품성도 세계적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최근 재미를 앞세운 한국영화계에서,
꾸준히 작품성있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회심의 야심작이
라 할수 있겠다.

서론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


세계가 인정한 영화이니 그 작품성이야 말로 해 무엇하랴 ?
입만 아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나 솔직한 미교는 함 까발려 보려 한다.

이 영화...

여러 면에서.. 예전 서편제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 배우들의 명연기,
말이 필요없이 멋진 정일성 촬영감독, 예술혼에 대한 소재 등...

그러나, '서편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연출이다.

감독이 다른가 ? 아니다. 바로 그 감독이다.
세계의 거장이 되어버린 '임권택'
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것일까 ?

전작 '서편제'가 지극히 한국적인 감성에 호소한 영화였다면...
이번 '취화선'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서구적인 감성으로 만들었다.

즉, 국내 관객보다는 서양 관객들에게 더 어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

두 작품 다 한국적 문화유산을 소재로 삼았으나,
'서편제'와는 달리 '취화선'에서는 동양문화에 흔히 보이는 '여백의 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편제'의 가장 유명한 씬..
10여분간의 롱테이크...

그대신 꽉짜여진 연출이 보여진다.

수상 후 감독 및 제작자 인터뷰에서 '칸느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라고
밝혔듯이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거의 '해외 수상'을 염두에 두고 작품
을 만든게 아닌가 싶다.
(사실 마음먹고 만들어서 마음먹은 바를 이루었다는 것도 대단한 것 중
에 하나다)

실제로 국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때...
적잖이 관객이 영화를 보다가 실소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전혀 웃기려는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분명 잘만들어진 수준급의 영화였지만...
'칸느'를 정복할만한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 소재를 가지고 만든 우리 영화이기에...
외국인이 느끼는 경외감 같은게 덜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틀려보인다.

'분명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단, 세계적으로 수정했을때에만..'

(그 예로 바로 떠오르는게 있는데.. 바로 '김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영화의 초반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진행이 빠르다.
(현재 모 드라마에서 세자로 나오는 배우가 청년 역활로 나왔을때는
여러 사람이 웃었다. 난 웃지 않았지만..
확실히 자신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배우로서는 절대 피해야할 일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다.
손예진이나 유호정은 제쳐놓고...
최민식이나 안성기, 김여진의 연기는 정말 나무랄데가 없다.
그리고 가끔씩 나오는 '아역'들의 연기도 좋다.

다만, 노역에서의 연기가 너무 힘이 넘친다.
노년이 되면 움직임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젊었을적 연기와 별 차이
가 없다.
조금... 아쉽다.

사실 장승업 이라는 이름은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대표작 정도는 알려졌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장승업이 그렇게 유명한 인물인줄은 몰랐다.
조선 시대라 하면 양반외에는 거의 죽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역시 예술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가 ??)

영화의 중간으로 넘어가면...
상당히 흥미로워진다.
결코 볼수 없었던 조선 시대의 문화얘기가 나온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면서 말이다.

마지막은 미스터리다.
어차피 역사속의 인물로 정확히 알려진게 없으니 어쩔수 없겠지...
하지만 역시, 외국인 입장에서는 신비로운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


이제 세계적인 작품으로 거듭난 '취화선'
이 작품이 한국의 대표작으로 될 것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마음에 안
드는 상황에서
이에 자극받은 수많은 우리 영화작가들이 이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