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
7/24 라이터를 켜라
본격 트레인 액션을 표방한 순 한국표 코메디 영화
한국식 코메디 영화라면 이제 물릴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충분히 그렇다.
한때 조폭 영화가 유행이긴 했지만...
액션씬이 강화되었을뿐.. 코메디 영화의 장르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의 욕구'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을 평범한 장르 영화가 양산되어 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 영화 '라이터를 켜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만들어진 영화라 할지라도 이제는 식상해질수도 있을...
관객의 기대 수준이 한없이 높아져 버린 지금 시점에서...
또다시 코메디 영화라는 것은...
일단 마이너스 점수를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장르만 개척하고 형편없는 영화보다는
식상한 장르라도 제대로 만드는게 훨씬 낫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다.
'라이터를 켜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여서 그런지...
남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나이 서른의 백수
(지금 현재의 '나'이긴 한데...
나는 스스로 이렇게까지 패배주의에 젖어있지는 않다.
영화에서처럼 인생 패배자로 낙인받고 있는 설정이 유쾌하지 만은 않다)
어딜가나 환영받지 못하고, 인생 낙오자로 스스로 주눅들어 있는
한심한 백수 '허봉구'
아무런 가치도 없을법한 300원짜리 가스 라이터 때문에
목숨까지 걸고, 끝내 큰일을 해낸다.
는... 얼핏 봐도 별거 아닐거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출발한 영화
다소 허무맹랑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녹녹하기만 한 설정은
아니다.
여기서 각본을 담당한 '박정우'란 사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분명 감독이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그 모태가 되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전작 '주유소 습격사건, '선물', '신라의 달밤'을 보면 알수 있듯이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면 별거 아닌 그런 소재를 가지고도
의외로 가치있게 풀어쓸줄 아는 작가였던 것이다.
그는 상황설정은 감독에게 맡기고,
'캐릭터 성향'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것이 그의 힘이고, 장점이 아닐까 ?
본 영화 역시, 많은 부분을 캐릭터에 의지하고 있다.
허봉구, 강철곤, 도끼, 국회의원, 떠벌이, 싸가지 등등...
헤아릴수 없는 수많은 캐릭터의 활약에 힘입어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캐릭터 영화의 단점이라면 우선 눈에 띄는게 '과장됨'이다.
분명 과장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훌륭한 조연들이 자신의 영역을 끝까지 지키며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다음은 억지스러운 상황설정이다. 우연성의 남발로도 표현할수 있겠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기차 안'이라는 특수한 설정덕에 표현할수 있는 우연이
자연스럽게 제한되었다.
이전까지 부드러운 남자로 살아왔던 '김승우'가 예스터데이의 어설픈 터프함에서
벗어나 그를 위해 쓰여진 것 같은 백수 허봉구가 되어 나타났다.
(차승원이 김승우의 연기를 보고 부러워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아직도 자신의 이전 이미지에서 벗어나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시도는 훌륭했으며, 결과도 훌륭하다. 그로서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차승원.. 한때 겉멋만 든 연기력은 별로인 남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한국영화 대표배우로서 도약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출발점은 지나왔으니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감독은 별로 한일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성을 한군데로 잘 조율한 것으로도
감독으로서 충분히 훌륭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어설픈 액션씬이다.
트레인 액션이란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액션이 약하다.
더우기 백수 허봉구의 열차 지붕 오르기 같은 곳에서는
바람이 너무 약해서 실제감이 많이 떨어진다.
둘째로 조폭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다.
아마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신사적인 조폭이 '양철곤'이 아닐까 ?
조폭이란 비인간적인 폭력조직의 우두머리다.
조폭을 떠나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다보니...
조폭으로서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다.
조폭이라기 보다는 빚쟁이 정도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온 국민의 적 '국회의원'의 수난을 더 집어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관객들이 더 즐거워 할텐데... 후후후
몇군데 감탄할만큼 훌륭한 코메디적 설정과 더불어
최소한 돈이 아깝지는 않을 괜찮은 코메디 영화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