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미교 2010. 3. 6. 03:38

2003/4/25/금  보리울의 여름
메가박스 7관 3회

최근 잘 만들어진 굵직굵직한 한국 영화들 사이에서, '보리울의 여름'은 그 내용이나 규모, 출연진 등등, 여러면에서 게임이 안된다.

'영화는 컨셉' 이고, '영화는 이슈' 인 요즘 한국영화계를 저 만치에서 지켜보며, '나 자신의 갈길을 갈뿐...' 이라고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외치는 듯 하다.


'개같은 날의 오후'의 대성공과 '인샬라'의 대실패 사이에서 '이민용' 감독은 깨달음이 있었던 것일까 ?
매우 일반적인 상업영화 시스템적인 영화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매우 충실하다.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 리본을 깜찍하게 동여맨 작은 선물같은 영화다.
애인의 생각지도 못한 작은 선물에 감동받은 남녀나 생일날 자식들이 직접 만든 선물에 흐뭇해하는 부모님의 감동 같은 느낌 (너무 과장된 표현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이 영화는 특별한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안정적인 시나리오와 튀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조화, 편안한 연출은 정말이지 '맘 먹고 편하게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는 절대가치를 실행해 낸듯 해 보인다.

언젠가 지적했던 '축구 영화'가 가지는 절대적인 한계를 여전히 갖고 있지만, 그 대상이 아이들 (게다가 지방 어느 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작은 시골 마을 아이들) 이다 보니, 그 어설픔도 이해가 가능하고,
불교와 천주교라는 대치를 궂이 크게 부각하여 괜한 입씨름 하게 만들지 않은 것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친절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는 코메디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과장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는 에피소드와 자연스러운 연기는, 요즘같은 시대에도 흔히 만나기 어려운 일이다.


미달이 아빠로 유명하여, 여지까지도 TV에서는 대표적인 과장연기의 일인자인 '박영규'는 그가 왜 연기자인지 보여주고 있고,
한때 트로이카라 불리며, 스타 연기자임을 잊지 못하고 있던 '장미희'는 '연기자'의 근본을 잊지 않고 회귀한 듯 하여 다행스럽다.
007을 포기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았을 법한 '차인표'가 선택한 영화치고는 무게감이 적은듯 하지만, 어깨에 힘빼고, 눈빛에 얽매이지 않는 '차인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CF 모델외에는 이렇다할 경력이 없는 '신애'로서는 '연기자'로 거듭날수 있는 (비록 아주 작은 간판에 불구할지라도..) 발판을 이 영화로 시작한 것이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성인 연기자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나름대로 어깨에 힘빼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한 결과는 튀어 보이지 않아서 불만일수도 있지만, 실패 확률의 최소라는 점에서 큰 성공이랄수 있다.


꽤나 칭찬만 했지만,
사실 바꿔말하면, 특별한 장점도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3-4년 전이라면, 오히려 이러한 장점들이 평범, 그 자체로 밖에는 보여지지 못할지도 모를만큼 굴곡이 없는 영화인 것이다.
깨는 영화가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시대이기에 이 영화의 평범함과 평이함이 빛나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너무 어설퍼서 슬프기까지 한 모습이 없는 안정적인 연출 !
이 영화가 좋은 느낌을 갖게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특별히 가슴 따뜻해지는 벅찬 감동이나, 뜨거운 눈물 따위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어땠냐고 물었을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재밌어요 !'라고 말할수 있을만한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