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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0.12.18,토] 보드엠 연말 파티 후기

프롤로그 :
메이저는 아니지만, 꾸준한 신작러쉬로 보드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중소 보드게임 판매업체인 '보드엠'에서 자사의 판매라인 홍보 및 보드게임 플레이어를 위해 준비한 연말 파티가 열렸다.
신작에 목말라 있는 필자로서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바로 신청하고, 참석하였다.

강남의 중심부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행사장은 '와~~ 돈 좀 쓰셨겠는걸' 싶은 정도의 규모가 느껴졌다. 개장(?) 초기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인원들이 조촐하게 옹기종기 모여있었으나, 어느새 행사장 전체가 가득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보드게이머의 관심은 다양한 할인률을 적용한 수많은 판매용 보드게임들.
개인 사정상 손가락을 빨고 있을수밖에 없는 필자로서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카탄과 알함브라를 모으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2가지가 계속 눈에 밟혀왔다.. 흑흑..)

참석자를 위한 플레이용 보드게임들...
꽤 오래 신작에 목말라있다보니, 확실히 아는 게임들이 몇개 되지 않았다. 훗~~~
해보고 싶어도 설명해줄 사람을 찾아헤매야 하는 슬픈 현실...

 
7 원더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신작 게임 중 하나. 마침 기회가 있어서 배워볼 수 있었다.
최근 유행인 '테크트리'를 따라가는 게임으로서, 오직 카드 만으로 이를 구현해냈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많은 카드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친숙한 기호를 통해 한번만 보면 바로 익숙해질 수 있는 확실한 접근성을 자랑한다. 또한 7개에 이르는 다양한 문명과 다른 방식의 테크트리를 통해, 최대한의 리플레이성을 보장한다.
더욱이 30~40분에 이르는 짧은 게임 플레이 시간과 인원수에 구애받지 않는 게임성도 이 게임의 장점이라 할만하다. 확실히 간만에 좋은 게임을 만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명성에 걸맞게 하루종일 이곳저곳에서 플레이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치열한 게임류에 치여, 적당한 난이도를 선호하게 된 필자에게조차 다소 밋밋한 게임성은 꽤나 아쉽게 느껴졌다. 단순히 한번 해본 것 뿐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뭔가 고민되고, 뭔가 압박이 있고, 뭔가 힘이 드는 느낌이 거의 없는, 말그대로 일사천리 진행이 장점이 되면서도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이런 말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뭔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
또한, 오직 카드 만으로 구성된 내용물이 게임 가격과 관해서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예루살렘
일단 필자로서는 완전 신작게임 (처음본다.)
오신 분들 중에서도 꽤나 많은 분들이 구매하신 걸로 봐서는 요새 잘나가는 게임인듯 싶었다.

이것저것 제법 적당한 수준의 구성물들...

게임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엘그란데'의 쉬운 버젼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 하다.
'엘그란데'라 하면, 극악 딴지 영향력 게임의 대표주자이다.
한수 한수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장고'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엘그란데의 살벌한 견제때문에 정신 못차리겠다면, 적절한 전략성이 가미된 이 게임으로 영향력 게임이 주는 흥분과 압박의 재미를 느껴보실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영향력 게임의 입문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문제는 필자와 같이 '엘그란데'를 가진 사람에게는 과연...??? 이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필자는 엘그란데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 심해, 선뜻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것 뿐, 엘그란데의 모든 확장을 다 가졌을 정도로 그 게임이 주는 게임성 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이 게임은 게임성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영향력 게임치고는 압박감이 너무 적게 느껴진다. 더욱이 일치감치 어느 한지역을 집중 공략해놓음으로서 선점의 효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일종의 필살기가 가능해진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들간에 공략할 공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모든 지역에서 오직 1등만 혜택을 얻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공간에서 싸움이 일어나기 보다는 먹을 수 있는 곳에 기냥 집중하는 방식이 먹히게 된다. 물론 카드를 통해 이를 제한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랜덤이라 효과는 미지수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영향력 게임을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는 적절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초보의 틀을 깨고 중수의 길에 접어든 유저라면 이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의문이 든다. 그만큼 엘그란데가 갖고 있는 아성이 두텁고 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ps) 게임 내에서 꽤나 여러가지 에러플이 있었지만, 뭐.. 그정도야 처음이니 얘교로 봐줄만 하다. ㅋㅋ

플라잉 치즈
딱봐도 아이들용 게임임이 들어나는 가족용 파티게임.

보드게임계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는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소(?)를 이용하여 스폰지로 만든 주사위 치즈를 튕겨서 게임판에 있는 자기 색깔의 칸안에 많이 넣으면 된다.

보기보다는 결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는 완전 운빨인 게임이다.
뭐, 그런 점이 가족용 게임다워서 좋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가격적으로 착한 게임이니 만큼,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구매를 강추해드린다.

메르카토르
이전에 이수 짹짹이 모임 MT때 해보고,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아있는 게임이었다.

ps) 우선, 요즘 들어 이상할 정도로 메뉴얼을 읽는게 귀찮아서, 이전에 했던 기억으로만 게임을 진행했더니만, 초반부터 수많은 에러플이 난무하여 쾌적한 게임 진행을 하지 못한 점... 같이 게임을 돌려주신 다른 분들께 사죄의 말을 전하는 바입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그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세팅'의 귀찮음이다.
무엇보다도 뚜껑이 없는 형식의 조립식 큐브 보관대는 게임을 처음 꺼냈을때도 그렇거니와 게임을 끝내고 보관할때도 난감함이 따라오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종류별로 세팅해야할 카드와 보드, 그리고 타일까지... 그 숫자또한 만만치 않다.

이렇게 힘든 세팅을 마치고 나면, 의외로 단순명쾌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된다.
(물론 게임 내내 또다시 각종 '큐브'들을 배치하는 귀찮음이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성만큼은 인정해줄만 하다.

자원을 모아 상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팔아 또다른 (혹은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건물을 짓는, 일종의 요즘 유행하는 테크트리 타는 형식의 게임인데... 확실하게 콤보를 노릴 수 있는 전략성이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신기할 정도로 서로 엇갈려있는 건물과 자원, 그리고 상품의 배치는 뭘해도 서로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녹녹치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될듯될듯 하면서, 시간만 잡아먹게 되고보면, 괜히 나혼자만 뒤처진 듯 하고, 열내고 성내봐야 돌아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 상황속에서 이뤄지는 환상적인 콤비네이션 하모니는 마치 티츄에서 '라지 티츄' 선언하고, 한턴에 카드를 다 내고 나가는 쾌감과 비슷할 지경이다.

게임 플레이에서 주는 묘한 엇갈림 속에 오는 흥분과 무언가 잘 맞아들어갔을때 오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세팅과 큐브 배치에서 오는 귀차니즘에 진작 KO되었을 것이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끝나는 게임 플레이 시간조차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괜찮은 게임이다. (다행스럽게도 디자이너조차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보다 오래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 추가 요소를 미리 만들어두었다.)
또한, 뭔가 잘 맞지 않아 안타까움과 탄식을 교차하게 되면서도 '죽을만큼'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에 계속 해보려는 의지가 마련된다는 점 또한 리플레이성을 보장하는 면이 있다.

에필로그 :
메인 이벤트인 '레지스탕스' 게임 대회와 원할한 모임 진행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영상.

많은 준비로 게임 구매자의 욕구와 함께 게임 플레이어로서의 욕구 또한 만족시켜준 '보드엠' 측에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바입니다.
다음에도 또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