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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모임 후기

[2010.7.10 토] KBDA 모임

프롤로그 :
원래 계획은 오래전부터 기획해왔던 '디스톤'의 플레이 버젼을 공개하고 싶었으나 만들면서도 계속 "결국 그래봐야 썬더스톤이요, 그래봐야 디센트다"라는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포기...
다음으로는 아예 디센트의 카드 게임 버젼을 생각해봤지만... 카드 버젼으로는 영웅들의 협력 요소를 넣을 아이디어가 없어 일단 보류...
그냥 게이머이자 테스터로서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하였으나, 약도에 그려진 장소는 모임 장소가 아니었다. (허걱...)
약도를 공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간판도 없는 사무실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지난번 모임에서 받아놓은 연락처로 회원 분들께 전화드렸지만, 묵묵부답...
혹시나 해서 약도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해봤지만 쓸모없음...
예전 보드엠 전화번호로 전화해봤으나 역시나 연락안됨...

혹시나 필자가 날자를 헷갈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 상황... (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나중에 도착하신 또다른 신입 분이 어찌저찌 전화하셔서 겨우 도착...
당황스럽게도 약도에 있는 건물의 바로 옆건물... (이건 뭐지????)

ps) 물론 예전부터 활동하셨던 분들이 태반이라 연락처 따위에는 신경안쓰셨을수도 있겠습니다만, 모집 공고를 다다 같은 외부 게시판에 올리신 이상, 적어도 연락처 정도는 생각해주셨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기존 회원이 아닌 두 사람이 모두 같은 장소에서 헤맸다는 것은 확실히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고려해주세요!~!!

(모든 게임의 제목은 일단 '가칭'입니다.)

ps) 이 후기는 철저하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성향과 게임 플레이 방식 등... 어떠한 것과도 관련이 없습니다. (쓰다보니 약간 투정에 가까운 불만이 있어서 미리 밝히는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딱 한잔만 더!
느낌은 로보 77을 보는 듯 했다. 카드를 내서 15 이상을 만드는 사람이 카드를 먹어가는 게임이다. 당연히 먹은 카드가 많은 사람이 진다.
중요한 것은 바로 테마이다. 대놓고 술집에서 활용하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게 괜찮다.
예를 들어 술 카드를 내려놓으면 술을 마실 수 있고, 안주 카드를 내려놓으면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것부터가 그렇다.
게임의 승리 조건 중 하나인 '술값을 계산하면 무조건 1등이 된다'는 것도 위트가 있다.
심지어 게임성도 좋다. 로보 77을 닮아 살짝 무미건조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카드의 종류를 3가지로 나누고, 카드를 내려놓는 범위도 3군데로 넓힘으로서, 전략성을 가미했다.
필자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가지 재미 요소가 빠진 형태이겠지만, 게임성만으로도 좋은 가치를 가질만 하다.
다양한 형태의 술을 활용하여 여러가지 버젼을 내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또다른 재미요소일 것으로 생각된다.

변신 히어로!
제작자 분께서는 뱅을 대체하자는 결의로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뱅과는 게임성이 많이 다르더군요.

일단 아이디어 자체는 좋습니다. 독특한 테마는 그동안의 게임에서 부족했던 '창의성'이라는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다만 게임성 면에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한데, 다수의 카드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이 부족하고, 게이머 간에 치열한 맛이 부족하더군요.

이런저런 수많은 아이디어 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걸로 봐서 시스템의 완전한 변경이 필요해보였습니다.
아이디어 만큼은 좋은 만큼 시스템에 맞춰 아이디어를 바꾸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불장난!!
모르긴 해도 KBDA의 최초 협력 게임이 아닌가 싶어지네요...




미소녀 카드 게임
앞서 처음에 한 '딱 한잔만 더'의 반대 시스템을 가진 게임인데요... 15이상이 되면 카드를 먹는거고, 많은 먹은 사람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카드의 종류도 3가지로 똑같고, 카드를 놓은 자리고 3군데로 똑같고, 게다가 카드 숫자 구성까지 똑같은... 그야말로 거울에 비친 듯한 게임인데...
게임성은 앞의 그 게임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이상하더군요.

의미도 없고, 전략도 없고, 마냥 애매하기까지 한... 열심히 칼질한 보람조차 없는 그런 무미건조한 게임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는건지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마리서사
시 짓기는 소재로 한 게임입니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도 '시 짓지'라는 것 만으로도 왠지 기대하게 만드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역시나 아이디어 하나는 만점입니다.

문제는 역시 게임성입니다.
우선 점수 계산 방식이 명확하지 않아서, 승패를 나누기가 애매했습니다.
또한 카드의 개체수가 적고, 카드를 받는 수가 적다보니 조합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수긍하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3장이라는 카드 제한도 은근히 불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표절'에 대한 판단 부분이 너무 명확하다는 점이 불만이더군요.. 좀 더 표절 판정을 확장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필자는 이 게임을 받아들이길 '애플 투 애플' 이나 '기프트 트랩'과 같은 파티용 말발 게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 계산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는 그다지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어떤 조합을 만드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그걸 구체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파티용 말발 게임이라면, 다소 모호한 점수 계산 방식 조차도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즉 과정이 즐거우면 결과 따위는... 만사 오케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제작자 분께서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게임류로 만드시길 원치 않으시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앞서 지적한 불편하고, 애매모호한 부분 등... 여러모로 시스템적으로 많은 수정이 필요해보였습니다.

말씀하시길 저작권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하시던데... 솔직히 교과서에 실린 시와 시인의 초상에도 보드게임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저작권이 있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본 건데... 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쉽게 다다가기 위한 방편으로 '가요의 가사'를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ps) 얘기를 나누던 차에 제목에 관한 의견으로 '마리서사'가 다소 어려워 '신춘문예'라는 제목이 나왔는데... 훨씬 직관적이고, 잘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제작자는 '마리서사'를 버리지 못하시는 것 같긴 했지만 말입니다. 후후

10 or 20 (TOT)
역시 로보 77 류의 게임이었는데... 게임이 전체적으로 많이 싱거운 게임이었습니다.
즉석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하시고, 즉석에서 다시 만드시던데.... ㅋㅋ

몬스터 헌터
심지어 중학생 아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결과물이라고 하시던데... 나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탈리스만'의 초간단 버젼이고, 전투 시스템은 '고스트 스토리'와 같습니다.
거기에 부루마블 식의 특수 카드가 게임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게임이 지나치게 간략화되어 있다는 것만 빼면, 완성도 면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게임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저연령층을 위한 환타지 액션 게임으로 소개해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보였습니다.
(물론 성인들의 입장에서는 시작하고 10분만에 질려버리는 게임성을 가졌습니다만...)

탈리스만이라는 게임이 그랬듯... 추가요소를 이것저것 더해 다양성을 추가해나간다면, (보드게임 고수는 몰라도) 일반인들에게 조차 재미를 줄 수 있을만큼 시스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랄 수 있겠습니다.
제작자 분께서는 지금 당장은 이후의 업데이트를 생각하고 있지 않으신 것 같은데... 필자가 보건데, 제품화의 최전방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덮고 덮기
꽤나 오래된 눈치싸움 요소를 갖춘 게임입니다.
제작자 분께서는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만큼 꽤나 자신작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한데...
게임 시스템 상의 퀄리티를 떠나서, 제게 있어서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게 가장 큰 문제인듯 합니다.

간단해보이지만 심오한 눈치 싸움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진짜 맛만 보여드립니다... 라고 해야 될듯...)
구성물 탓에 제품으로 내놓기가 다소 애매하다는게 문제일까요 ???
(모바빌 용으로 내어 놓으면 나름 반응이 괜찮을 듯 싶습니다만...)

신라
나름 구체적이고, 대작(?)임에도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정착되어 있고, 밸런스도 잘 맞추어진 KBDA의 웰메이드 자작게임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도 테마를 충분히 구체화 하고, (얼핏 삼국지와 같은 류의 게임을 연상하실 수도 있지만 게임성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밸런스를 조정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일반적인 보드게이머 입장에서 가장 보드게임 답다고 인정할만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 뜨고 있는 '테크트리' 형식의 게임성을 갖췄다.
매니아 성향을 가진 게이머에게는 게임이 다소 볼륨이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열악한 환경의 국내 보드게임 제작 환경에서 적어도 보드게이머로서 평가할만한 게임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되어 진다.
이러한 느낌이 있으신지, 제작자분께서는 이런 와중에서도 추가 요소와 밸런스를 고민하고 계시는 듯 하다.
보기 훈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이미 몇몇 상용화된 게임들조차 뛰어넘는 가장 완성도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할만 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입장에서는 '인물 카드'의 활용성에 다소 의문이 생기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바꿔말하면 돈(엽전)의 쓰임새가 생각외로 적다는 것이다. 한번 밖에 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자의 그 한번의 게임내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잘만든 게임과 재미있는 게임은 다른 걸까??? 아무래도 플레이어의 취향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는거겠지...
분명 잘 만든 게임이지만, 필자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전적으로 필자의 취향 탓이리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사소한,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 단점 들추기 일지도 모르지만,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하고, 재미있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감히 조언해본다. 보다 완성도 높은 진짜진짜 재미있는 게임이 되시길 바란다.

에필로그 :
지난 번 모임에서 만났던 게임이 전체적으로 아이디어 보다는 게임 밸런스 면에서 괜찮았다면, 이번 모임에서 만났던 게임들은 아이디어는 다들 훌륭한 편이었지만, 게임성 면에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해보였다.
아무래도 첫 선을 보인 자리이다보니 아직 다음어지지 않은 상태라 그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자작 게임을 소개하고 테스트하는 자리이다보니 순수하게 게임하고 평가하는 필자같은 사람에게는 약간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되든 안되는 다음에는 필자가 기획한 게임들을 들고 나가서 평가받아보는 자리도 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 관계로 피곤한 나머지 계획했던 밤샘은 물건너 같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모임을 통해 국산 게임에서도 아이디어가 빛나는 게임들이 좋게 포장되어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상품화만이 남아있는 단계에 와있는 듯 해 왠지 즐거워졌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