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괜찮은 한국 영화를 봤다.
허영만의 초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식객 : 김치전쟁'
사실 이야기로서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표현해 냈느냐이다.
우선 원작 만화를 활용한 오프닝부터 매우 세련됐고, 독창적이다.
거기에 우선 1점.
보이는 것도 한면을 차지하는 외국 음식과는 달리 한국 음식, 게다가 김치라니...
맛보지 않고, 영상만으로 맛을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익숙한 음식이라서 그런지...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상상이 되는게...
심지어 초반의 김치 페스티발 장면에 나온 '라면'과 '총각김치'마저 맛있어 보이더라.. 후후후
그래서 또 1점.
성찬 역의 진구는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봤던 캐릭터와 느낌이 많이 틀리더라.
왠지 너무 어려보이는 듯한 느낌이라 원숙미, 노련함 같은게 부족해 보이더라.
코믹 연기의 베테랑인 김정은은 자신의 10년차 연기 내공을 그대로 보여주며, 진지한 연기도 잘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존의 방식이랄 수 있는 시끄럽게 질질 짜지 않고도, 그 절절함이 묻어나는 눈물 연기가 압권이었다.
거기에 2점.
이전작인 영화 '식객'은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영화였다.
스토리 라인도 마찬가지로 영화다운 클라이막스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열차게 채찍질해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에서는 조용히, 고요히, 서서히, 자연스럽게...
결말로 향해간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조용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이런 방식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크게 서로 주고받지 않아도, 진짜 요리사라면 알 수 있을만한 대사들과 행동거지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는 모 광고카피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실로 원숙함이 묻어난다고나 할까 ???
심지어 결승전 승자조차 발표없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 이 감독이 뭔가 아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밍숭맹숭해 보일 지 모르겠으나 필자로서는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3점
그리하여 총점 : 10점 만점에 7점 (이정도면 필자로서는 괜찮은 영화에 속한다)
워낙 극적 긴장감이 없다보니, 묘한 개그 캐릭터를 하나 넣어놨던데...
바로 '김국장'이라는 캐릭터이다.
사실 결승전까지만 해도 있느니만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캐릭터였다.
요리 대회라는 면에서 보면, 김국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의 카리스마가 부족한게 아닐까 싶다.
한 눈에 봐도 요리사 수준에 비해 한참 모자라 보이는듯한 느낌인데...
대회의 권위와 품격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볼때 좀 아쉽다.
개인적으로 1차전 끝나고 나서 '장은' 역의 김정은의 대사
"그래, 이정도 수준을 원한단 말이지 ? 그럼 그렇게 해주지" 는 어떤 의미였을까 ?
2차전 때 보여준 걸로는 1차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는데...?????????????
뭔가 확실히 이상한 설정이 있었는데...
2차전때 성찬이 '쓴 맛'이 느끼지는 김치를 선보였는데...
이전부터 보여준 모습으로 봐서 '생초자'가 틀림없는 '김국장'조차 그 맛을 느꼈다면 그야말로 대실패와 다름없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 올랐다.
영화 전개 내용으로 봐서는 1,2차전 합계로 결승전 진출자를 결정하는 듯 한데...
그렇다면, 나머지 요리사들의 실력이 그정도로 처참했던 걸까 ????
요리 만화에 자주 나오는 방식인 다른 심사위원은 모르고, 오직 초고수(?)인 한사람의 심사위원만 미묘하게 그 맛을 감지한다던가... 라는 식이었으면 어땠을까 ?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라는 느낌이니까...
이런 설정은 앞서 얘기한 심사위원의 카리스마 부족때문에 애당초 어불성설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설정상 1, 2차전에서 각 승자 2명이 올라가는 방식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1차전 승자가 2차전을 치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1차전 승자를 '장은'으로 하고, '성찬'이 2차전때의 실수를 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성찬은 1차전때의 실수를 거울삼아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결승전에 올라간다.. 라는 식의...
치열한 승부, 대규모 대회라는 느낌이 너무 약한게 안타깝다.
음식 영화답게 음식을 통해 보여준 세련된 맛은 일품이지만, 그외의 사건들은 왠지 어거지로 끼워맞춘듯한 인상이 깊다.
물론 큰 줄거리로 봐서는 모두가 필요한 에피소드 였겠지만, 요리사로서의 캐릭터를 표현할때처럼의 세련됨이 부족하다.
그점이 못내 아쉽다.
어쨌거나 저쩄거나 간만에 보고나서 개운해지는 그런 한국영화를 만난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식이라면 '식객' 영화의 시리즈화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문화활동 (TV,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길동의 후예 (0) | 2010.03.16 |
---|---|
(Ca-TV) 순위 정하는 여자 (6) | 2010.03.14 |
금 : 청춘불패 (5) | 2010.03.12 |
금 : 스타 부부쇼 자기야 (3) | 2010.03.12 |
금 : 절친 노트 (6) | 2010.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