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 역사상 유일무이한 3대 국제 영화제에서
쟁쟁한 극영화를 제치고 그랑프리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를 차지한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적어도 10페이지는 차지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신작...
고맙게도 영화제 수상이라는 업적은 한국에서.. 그것도 극장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볼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볼수 없었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극장에서 대화면으로 보기를 원했었다.
그만큼 '미야자키 하야오' 라는 이름은 우리들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절대적인 권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팜플렛을 보면 이런 글이 있다.
'한때 열살이었던 당신에게... 그리고 이제 열살이 되려는 아이들에게...'
감독의 입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생각을 해봤다.
과연 이 애니메이션이 10살이라는 나이와 맞는지 ??? 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누가 어디서 만드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대단히 음울한 작품으로 탄생할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야자키와 스튜디오 지브리에게 그런걸 기대할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는 재미있을것 같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생각은 둘째치고...
뭔가 이치에 안맞는 것이 있다. (미야자키의 작품치고는..)
1. 왜 '이치로' 가족이 '신의 영역'에 들어간 것일까 ?
그토록 쉽게 '신의 영역'이라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싶다.
단지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 !! 란 설정도 그렇다.
보통 '신의 분노'라는 것은 주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입장에서조차 '욕심많은 인간'으로 인정받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신'이 아니고 '마녀'라서 그런건가 ???
2. 너무나도 착한 '센'의 캐릭터 설정이다.
'센'이 얼굴없는 귀신의 황금에 욕심내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간다.
센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일테고...
하긴 그 나이에 황금의 가치에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내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내가 일본어를 잘못 들은 것일수도 있겠지만 자막에 분명히...
'이걸로 부모님을 다시 되돌릴수 있어' (비슷한 내용임) 라는 자막이 있었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
자신에게 있어서 최대의 지상명제중의 하나인 '부모님 구출'을 해낼수도 있는
그 귀한 환약을 서슴없이 나눠준 것은 무리한 설정이라고 본다.
사랑하는 (?) '하쿠'를 위해서인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얼굴없는 귀신'에게 사용한 것은 조금...????
10살이라서 아무 생각없는 것일까 ?
팜플렛에 있는 글을 인용해보자면...
'너도 부모가 돼지됐다고 생각해봐. 못할 일이 어딨어 ?'
글쎄.. 나라면..
아니 대부분의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라면 과연 그 순간 뭘 생각할까 ?
울고 불고, 도망가려고만 하지 않을까 ???
처음에 보였던 '치히로'의 성격은...
누가 봐도... '겁쟁이, 투덜이, 삐침이' 등등...
그렇다고 한다면.. 조금은 서서히 바뀌어야지.. 너무나 갑작스럽다.
극의 전개를 생각한다면.. 무리한 생각이라는거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라면... 미야자키 하야오라면..
이정도는 피해갈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3. 왜 '온천장'의 종업원들은 '황금'을 좋아하는 걸까 ???
종업원들은 인간이 아니다.
귀신이나 요괴, 마물... 뭐 이런 것들이다. (아닌가 ? 내가 잘못본 것일지도..)
어쨌건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런 귀신들에게 있어서 '황금'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
'신의 영역'에서도 '황금'은 만능의 화폐단위인 것일까 ???
그리고 어디서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이 '환경 보호'를 주제로 내세운 애니라고 했었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
유일한 것이 '초 더러운 오물신'에 관한 것 뿐이었다.
단지 그거 하나로 '환경 보호'에 관한 애니라고 부르기에는 약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어린 소녀의 초 환타지 어드벤쳐일뿐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은 다름아닌
'유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폭소든... 흐뭇한 미소든...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환하게 웃을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작품이 10살에게 맞지 않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는 너무도 많은 걸 보여줘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속에서의 유머 감각을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필자가 이 작품을 별로 마음에 안들어 하는 것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렇기도 하다.
이전의 작품들...
이웃의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작품과
비교해보면 더욱더 확실히 그렇다.
그러나.. 이 작품은 대단하다 !!
실로 굉장하다.
위에 적은 글들은 감독인 미야자키 에게 바라는 사소한 감정의 파편일뿐...
절대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이 될수 없다.
충분한 감동과 재미.. 흥미로움을 전해준다.
특히나... 언제나 그렇듯...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낸 디자인 능력에 반하고 싶다.
솔직히 내러티브는 별거 아니지만...
그가 창조해낸 세계관은 굉장하다.
이전의 '나우시카'처럼 광대한 것은 아닐지라도...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세계관을 이해시킨다는게 그리 쉬운게 아님을 알기에
진정으로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굉장하다.
어쩌면 엽기적일수도 있는 캐릭터들이...
대단히 친근하고 귀엽게 다가온다.
단순히 귀엽게 그린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야자키에게 있어서는 그리 칭찬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전체 내용보다는 캐릭터가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는 3D가 대세고 유행이지만...
일본은 개의치 않는다.
기존에 해왔던대로 2D로 굉장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만이 만들어낼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그들의 이런 자신감에는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거장이 바탕일 것이다.
한때는 은퇴를 논하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편견으로 국내 팬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던 그의 작품은 여전히 건재하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라는 꿈을 키워본다.
누가 아는가 ? 한국 축구처럼 기적을 이뤄낼지도...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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