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4/17/목 코어 (The Core)
강변 CGV 11관 1회
요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고 뭔가 기대하는 우리 관객은 별로 없다.
특히나 유명배우나 감독이 아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아니 설사 유명배우나 감독이 나오더라도 대충 줄거리만 봐도 어림짐작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고, 이변이 없는한 그 어림짐작에 틀림은 없다.
한때는 헐리우드 블럭 버스터라는 이름 만으로도 관객의 보장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미 먼 과거의 일일 뿐이다.
이는 관객의 기대가 이전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탓이고, 더욱이 한국 영화의 무한한(?) 성장이 미국 블록버스터에게는 악몽으로 느껴질 것이다.
자국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모양인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코어'라는 영화는 분명 시대착오적인 영화이고, 선뜻 손이 안가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류의 영화는 멀티 스크린 영화관에서 가장 큰 객석을 가진 상영관을 차지했을 터이고, 형편없는 평가와는 상관없이 나름대로 흥행성을 보장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이상 단순한 눈속임과 눈요기로 일관하는 어이없는 영화는 곧장 비디오 시장으로 넘어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전히 비디오 시장에서는 이런 류의 영화가 잘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다른 많은 일반 관객들처럼 필자 역시 '코어'의 예고편을 보고 나서, '또 하나의 어이없는 영화를 만들었군'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지만, 과연 봐야하는 걸까 ? 라는 심란한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혹시나 다른 관객들은 인정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견해로 이 영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뻔한 플롯에, 어이없는 설정, 식상한 시나리오지만... 보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 지루하지 않았다면, 반은 성공한 것일 것이다.
물론 당연스럽게도(?) 나머지 반은 말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지만...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장군 : 우주에도 가는데, 지하따위가 뭐 어려울까 ?
과학자 : 우주는 가기 쉽지요. 왜냐면 비어 있으니까요.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필자의 과학 상식으로 지저 여행(?)이 불가능한 이유는 너무나도 상식적이다.
엄청난 열과 압력에 견디면서 단단한 지반을 무한히 뚫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지저여행을 위한 수단으로 '드릴'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는 쉽게 말하면 '땅을 판다'라는 것이다. 이 '땅을 판다'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공상비과학대전'이라는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에 '코어'라는 영화에서는 매우 단순한 해답을 제시했다.
(물론 과학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땅를 파는 대신, 땅을 녹이는 것이다. 정확히는 묽게 만들어 쉽게 뚫고 나갈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치 매우 묽은 젤리처럼 말이다.
어떠한 과학적인 원리를 갖고 있는 것인지는 알길이 없지만, 어찌되었건 땅을 녹여 앞길을 트고, 수송선은 단지 떨어지면 (즉, 추락) 되는 것이다.
물론 현대의 과학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고, 그야말로 영화니까 가능한 것이지만 발상의 전환은 인정해줄만 하다.
과학적으로 필자가 의아한 것은 따로 있다.
과연 지하 수천 Km에서 안에서 지상과 통신이 가능한 것일까 ? 라는 것이다.
우주에서라면 영화 대사처럼 비어있기 때문에 제법 멀더라도 통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지하라면 수십에서 수백종에 달하는 광물로 채워져 있어 전파가 그것을 뚫고 지나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천연덕스럽게 통신을 하고 있으니, 헐리우드의 비과학적 묘사는 그 옛날 슈퍼로봇 만화영화에 버금가는 듯하다.
그 외, 수많은 설정이 어이없음의 상징같은 것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재미는 있다.
100점 만점에 51점 정도 된다고 해야할까 ?
확실히 돈내고 보기에는 많이 무리가 따르지만, 나름대로의 재미를 보장한다.
상상에 의존해야만 하는 지저 세계 (사실 '세계'라고 부르기에도 좀 뭐한 거지만..)를 나름대로 표현하려고 한 것도 즐거운(?? 사실 의심슬운 것이지만..)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킬링타임, 시간 죽이기에 딱 맞는 영화라는 표현이 있는데, 시간외에 돈이 추가된다는 것이 꽤나 아쉬운 영화이다.
가끔은 이런 영화 보아주는 것도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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