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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보드게임 수업

포레스트 (Forest) 체험단 후기

만남 :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인 '교육기능성 보드게임 지도자과정'을 운영하시는 주체인 '생각투자주식회사'에서 새로운 게임을 하나 내놓았는데, 이름하여 '포레스트 (FOREST)'이다.

2012 한국콘텐츠진흥원 교육기능성 보드게임공모전 우수상 수상!
2013 미국 뉴욕토이쇼 동시 출간!!


이라는 장대한 광고문구야~~  게이머로서, 보드게임 선생님으로서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세밀화로 만나는 지구환경 테마 게임 포레스트!


요즘의 관심사나 활동 사항이 그런 거다보니, 단숨에 끌리는게 있어서 '체험단'을 모집한다는 얘기에 덥석 손을 내밀어 보았다.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숲'을 테마로 한 보드게임이다.
원래 필자는 테마성보다는 오로지 게임성만을 따지는 스타일이지만, 요즘 세상이 '착한 먹거리' '착한 상거래' 등등 '착한'이 유행이다보니, '착한 보드게임'도 관심어린 품목인 것이다.
(대표적인 착한 보드게임으로는 '딕싯'이라는 게임이 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비슷한 환경 테마를 가진 몇가지 게임들이 있는데, 필자의 경우, 보드게임 수업을 할때 수업시간이 길다보니 딱히 오래 걸리는 게임이 아닌 경우에는 몇가지 게임을 묶어서 수업을 해야되는데,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테마 (주제)'나 '종류'별로 묶어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편이다.

제목과 테마를 듣자마자 바로 떠오른 이름들은 바로 이 두가지!


둘 다 멋진 테마를 잘 살린 훌륭한 게임성을 가진 무척이나 '교훈'적인 게임이다.
게임을 해보면, 실제 생활과 비교하여 정말이지 감탄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으로 '포레스트' 게임을 돌려보았다.

일러스트는 정감이 넘친다.

은근히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약간 불편할 수도 있지만, 집중도를 높이는데는 유리할 수도 있겠다.

게임 진행 상황


장점 및 특징 :
역시 뭐니뭐니 해도 최대 장점은 바로 '테마성'이다.
'착한 보드게임'의 기본이 되는 테마... 바로 '환경'이다.

보드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한다면, 아마 이보다 더 좋은 보드게임을 찾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만드신 분도 그런 의미를 가득 담았다고 생각해 본다.

ps) 문제는 필자의 경우, '보드게임'을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놀이용'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깊다는데 있다. 즉, 재미가 없으면, 다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마냥 생각없이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비슷한 테마를 통해, 여러가지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이고, 재미있는 생각해볼만한 이야기 거리를 종종 언급하여 흥미와 교훈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워낙 따로 학습적인 무언가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수업하는게 아니다보니,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가 힘들 수 있겠지만, 이런 식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조차, 지구와 환경에 대해서 할 얘기꺼리가 무수히 많은 만큼, 잘 짜여진 교안이 갖춰진다면, '교육기능성 보드게임'이라는 주제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런지 몰라도, 필자의 경우... 앞서 소개한 다른 게임들과 연계하여 보드게임 수업을 진행함으로서, 어쨌든 간에 테마성을 잘 살린 수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부모님들에게..)

쉬운 게임성 :
멍청하게도 필자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게임 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게임이 왜 이렇게 심심하게 느껴지나 싶었는데, 확실한 바보 짓을 해서였던 것이다. 결국 게임 룰을 나름 수정해서 적용해봤는데, 그중 가장 큰 요소였던 것이 이미 게임 룰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 창피해라...)

이를 감안하여 생각해보면, 쉬운 게임성을 자랑하는데,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게임성마저 착해서 살짝 밋밋한 느낌이 있기는 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처음에 느꼈던 심심한 맛은 필자가 제대로 게임 룰을 익히지 못해서 였음을 밝혀둔다.)

아쉬운 점 :
사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게임을 접할때 느끼는 바이지만, 나름 하드코어 게이머로서 진한 아쉬움을 전할 수 밖에 없는게 슬프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가끔 발견되는 보석같은 우리나라 게임을 접했을때 오는 희열은 외국의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을 만났을때와 비견될만 하다.)

슬프지만, '포레스트'도 예외가 아니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는 제법 큰 약점도 있어서, 과연 극복이 가능할지 의문스러운 것들도 있다.)

1. 살짝 아쉬운 게임 콤포넌트

a. 점수판 : 보기에는 이뻐보이지만, 궂이 점수판을 조립식으로 만든 이유를 잘 모르겠다. 괜히 조립하는데 시간만 걸리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게임을 진행하면서 종종 점수말의 위치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 세팅에서 점수판의 각 면마다 나무 카드 1장씩을 놓고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까지 고려해서 게임판을 좀 크게 만들면서 아예 게임판에 각각의 나무가 인쇄되어 있다면 좀 더 빠르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은근히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되는데, 좀 단순해지기는 해도 흔히 사용하는 '풀다운 메뉴 방식' (쉽게 말하면 네모반듯한 도표형식)으로 바꾸면 자리를 좀 덜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보드판의 디자인적인 묘미를 포기해야 되는 점이 아쉽긴 한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b. 게임말 : 게임을 가르치다보면, 선생님으로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한가지 있다. 바로 점수 계산해주는 것이다. 아예 게임이 끝났을때 한꺼번에 점수 계산을 하는 경우라면, 그럴 필요가 없지만, 게임 도중에도 중간중간 점수를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매번 이번에 점수를 내는 아이가 무슨 색깔인지 물어보게 된다. (보드게임 교육자라면 아마도 상당히 공감하실 것이다.) 게임내에서 플레이어를 표시하는 말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 이 말들이 전부 점수판에 올라와있기 때문에, 매번 점수가 날때마다 플레이어가 무슨 색깔인지 물어보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각 플레이어를 표시하는 말을 하나씩만 더 넣어주시면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 그런게 얼마나 제작단가에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를 "제작사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없어도 게임은 돌아간다. 하지만, 그게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게임의 원할하고 쾌적한 플레이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c. 숲 카드 : 아마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나무 카드에 있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잘 모르겠더라. 심지어 메뉴얼에도 설명이 없어서 찾아봤는데... 체험단 홈페이지의 판매 게시글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어차피 교육적인 효과를 노리고 만든거라면, 보자마자 알 수 있도록 카드 내에 설명하는 문구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메뉴얼에라도 무슨 나무인지 설명해놨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뭐, 이런 것도 모르냐? 라고 타박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어쨌든 모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주셨으면...

d. 게임 메뉴얼 : 우리나라 게임의 메뉴얼을 보면, 은근히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많이 있다. 생각해보건데, 아마도... "뭐, 이정도는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겠지?" 라는 건데... 사실 게임을 많이 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외국 게임의 메뉴얼을 번역해보면,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는데... 한창 열심히 해석하다보면, 결국은 대단히 단순한 얘기를 길게 풀어쓴거 라는 걸 알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때는 "누굴 바보로 아나??"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우리나라 게임의 메뉴얼을 읽다보면, "아~~ 그런 것들도 결국 필요한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될때가 있다.
물론 '포레스트'의 메뉴얼이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을 하면서 나오는 다양한 상황들... 그리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자체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뻔히 아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하느냐?" 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에 따라서는 바로 그 '뻔한 상황에서 어떤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의 예를 한가지 들어보면, 재난 카드가 게임 내부로 들어오고 나가는 경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임의로 대략 '이럴것이다'라는 수준으로 정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아예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s) 홈페이지의 판매글에 올려진 '수정 메뉴얼'과 제품에 포함된 메뉴얼에 차이가 있다. 판매글의 수정 메뉴얼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걸로 봐서는 제품의 메뉴얼이 최종버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과연 어떤 것이 맞는 것일런지....????

2. 게임성
참으로 안타까운 얘기지만, 아무리 테마가 화려하고, 멋지고, 교육적으로 훌륭하더라도 결국 게임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만 한다. 게임이 살짝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뭔가, 치열한 맛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게임 메카닉을 살펴보면, 크게 "블러핑 (나무 열매 카드를 숨김), 카드 조합 (같은 카드를 모아서 한꺼번에 사용함), 딴지 (재난 카드를 사용함)" 의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는데...

a. 블러핑 : 5인플의 경우, 모든 나무 열매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게 블러핑적인 요소를 없애기도 한다. 결국에 가서는 그냥 냅다 내 카드만 열심히 내려놓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궂이 그렇다면, 블러핑의 요소를 신경쓸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ps)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5인플로 꽉 채워서 한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설마?"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원래부터 게임의 최대 인원을 다 채워서 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최대 인원일때가 제일 재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b. 카드 조합 : 카드 게임에서 이른바 '카드발 (카드운)"이 안좋아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카드 운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포레스트'에서 카드의 조합으로 '재난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것에는 딱히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문제는 자기가 가진 열매에 재난카드 (특히 '도시개발' 카드)가 놓여졌을때 이를 해결하는데에 너무 큰 난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산림감시원' 이라는 카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있다지만, 그 카드가 내 손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결과적으로는 '카드 운발'이 너무 세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다른 플레이어에게 3점을 헌납하면서까지 카드를 내려 놓기도 뭐하고, 그러고 싶어도, 같은 카드 3장을 모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쉽지 않아 보이고 말입니다.

c. 딴지 :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인 '딴지'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테마에도 잘 어울리고 말이죠. 다만, 앞서 말했듯이 딴지를 걸렸을때, 해결하는게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건 좀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가장 많은 경우에 일단 '도시개발 카드'에 묶여서 아무 것도 못하고 손을 들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d. 게임 종료시점 : 게임의 끝이 "카드가 다 떨어지면" 이라서, 결과적으로는 플레이어 대부분의 결과가 비슷비슷하게 나옵니다. 이런게 때로는 적절한 밸런스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글쎄요??"

이런 저러한 이유로 게임을 좀 더 치열하게 만들만한 몇가지 규칙을 생각해 봤습니다.

1. 게임 종료 시점 : "5가지의 나무 중 2가지의 나무에 놓여진 총 카드의 수가 각각 10장 이상이 되면 게임이 끝난다." 로 변경해 봤습니다. 즉, '은행, 야자, 오렌지, 단풍, 전'나무 중 2가지 나무에 10장 이상의 카드가 놓여지면 게임이 즉시 끝나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치열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단, 이때의 카드 장수는 '나무와 동물'을 모두 포함한 장수 입니다. 나무 7장, 동물 4장이라고 하더라도 종료 조건에 포함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나무 점수 제한 10점을 해제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건 숲을 잘 키운건데, 점수를 덜 주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되네요.

2. '재난 카드'의 수 조정 : 재난 카드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냥 종류별로 1장씩만 사용하는게 나을 듯 합니다.

3. 게임 종료시 점수 계산 : 기본적으로는 거의 같습니다. 각 나무마다 1점씩이고요. 동물들은 장당 2점씩입니다. 다만, 사용하지 않은 산림감시원 카드의 마이너스는 제외했구요. 대신, 게임이 종료했을때, 자신의 열매에 해당하는 나무에 남아있는 재난 카드마다 감점을 주었습니다. 사냥꾼과 벌목꾼 카드는 -2점씩, 도시개발 카드는 -5점입니다. (마이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국 산림감시원 카드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마지막에 게임을 끝내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것이므로, 역시나 '게임 종료 시점'을 조율하게 만드는 전략적 행동이 가능해집니다.

ps) 가장 크게 바뀌는 점은 역시나 뭐니뭐니해도 '게임종료 조건'을 바꾸는 것입니다. 뻔히 보이는 엔딩보다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역시나 게임성을 유지하는데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동물간의 먹이사슬 연계까지도 게임성에 반영한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결론
좋은 테마와 교육적인 효과는 인정하지만, 살짝 밋밋한 게임성이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히 필자가 하드코어 게이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왕이면 좋은 테마를 잘 살린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