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유명한 컨셉트를 마구 섞어놓은 듯한 예능이 나왔다.
숨겨진 가수라는 컨셉은 '히든 싱어'를 닮아있고,
패배한 팀만이 정체가 공개된다는 것은 누가봐도 '복면가왕'이다.
앞선 출연 가수들과 뒤의 출연 가수가 1:1 대결하는 것은 마치 '불후의 명곡' 같고, 그렇게 살아남은 출연 가수가 결국 다음 주에도 다시 나오는 것은 역시나 '복면가왕'이다.
무엇보다도 음악 예능으로서 대결 컨셉이라는 것은 꽤나 식상한 컨셉이 아닌가..... 싶은데.......
숨겨져 있는 실력있는 가수를 발굴 (또는 재발굴) 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만하지만, 그걸 위해 준비한 형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려가 드는 것은 바로 연예인 패널로 등장한 캐릭터들이 문제다.
한때 음악 예능을 들었다놨다한 '하현우'야 그렇다 치지만...
일단 메인 MC가 '강호동'이다.
강호동과 음악 예능이라..... (그저 단순한 기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솔직히 의문부호와 느낌표가 한가득이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바로 '붐'의 존재이다.
예능인 으로서의 붐은 확실히 타고난 존재이긴 하다.
하지만, 진지한 컨셉의 음악 예능에서 '붐'이라...
강호동과 붐은 오버와 과장이 장기인 예능인이다.
숨겨져 있는 실력있는 가수를 발굴 (또는 재발굴) 하겠다는 컨셉을 과연 '오버와 과장'으로 어끌어낼 수 있을까??? 누가봐도 이건 미스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버라면 또 뒤지지 않는 '이수근'도 있지만, 적어도 이수근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예능인이다. 이른바 낄낄빠빠를 잘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장막 뒤에 숨겨져 있는 '숨은 가수'라는 컨셉 자체가 문제이다.
히든 싱어도 같은 컨셉이지만, 앞에 보여지는게 아예 없기 때문에 시청자나 관객은 오로지 '소리'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수상한 가수'는 숨은 소리를 발굴해낸다고 하면서, 그 앞에 아주 거~한 장치를 깔아놨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소리에 집중하지 않는다. (정말로 탁월한 실력이 아니라면...)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음치를 위한 프로그램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숨은 가수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래라고 해봐야, 딱 두번... 그나마 한번은 반의반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에는 수없이 많은 스타들이 발굴된다.
왜 그럴까???
분량으로 따지면, 압도적으로 연예인 패널과 출연 가수가 차지하고 있지만, 온전히 그들이 이 무명가수들의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상한 가수는 어떤가???
그들은 앞에 나와서 립싱크를 하고 있는 또다른 연예인에게 집중하고 있다.
이래서야 앞과 뒤가 바뀐게 아닐까???
그나마, 떨어진 출연 가수에게 온전하게 자기의 노래를 어필할만한 기회를 준다는 것이 아주 작은 위안거리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마지막 최후의 순간에, '인터뷰'를 덮어씌움으로서, 또다시 시청자들이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사연으로 어필하는 것은 이미 지난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질릴만큼 써먹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그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문은 닫은 걸 보면서도,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식에 고집하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예능으로서의 '수상한 가수'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프로그램이 추구하고 있는 목적과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서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혹시 모르는 것이긴 하다.
복면가왕의 하현우가 그러했듯, 누군가 1승 1승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엄청난 다승을 거둔다면, 그것만으로도 화제성을 갖게 될 테니까...
한회 한회마다 우승자를 남기는 '불후의 명곡'도 아니고, 과정을 불후의 명곡처럼 만들어놓고, 우승자를 연임시키는 것은 분명 초장기 우승자를 탄생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많아보인다.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단지 '1명'만 제대로 발굴해도 성공이 아니겠냐고....
과연 그런걸까???
적어도 나는 겨우 그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JTBC와 더불어 케이블 예능 양대 산맥인 'TVN'에서 겨우 이정도급의 그것도... 노래 예능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